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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1일(火)
3류 정권의 C급 독재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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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전임기자

마땅히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기관들이 정권에 포획되면 민주주의는 타락한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Democracy is losing ground(민주주의가 설 땅을 잃고 있다)’라는 글로 민주주의 퇴보의 특징을 분석한 게 벌써 2년 전 일이다. ‘첫째, 위기가 발생하면 유권자는 그들을 구하겠다고 약속한 카리스마적 지도자를 지지한다. 둘째, 지도자는 쉴 새 없이 적을 만들어 공격한다. 셋째, 그는 자신의 길을 가로막는 독립기관(특히 언론과 사법체계)을 방해하고 거세한다. 넷째, 여론 조작과 법 제·개정 등을 통해 자신을 몰아내기 어렵게 만든다.’ 뒤로 갈수록 민주주의는 절망적인 상태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앞세워 ‘박근혜 탄핵’ 위기 국면을 이끌어 정권을 쟁취했고(첫째), 임기 내내 적폐청산과 주류세력 교체를 내세워 분열과 대립 정치를 일삼았고(둘째), 검찰과 법원 등 독립기관을 친(親)정권 조직으로 만들었으며(셋째), 언론·여론 장악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밀어붙이기로 장기집권을 기도하고 있다(넷째). 한국은 바야흐로 셋째 단계에서 마지막 넷째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민주주의의 절벽이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형 독재의 골짜기에 와 있는 것이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이 지적한 대로 ‘독립기관들이 감시견에서 애완견으로 전락할 때 독재를 향한 문이 활짝 열린다’.

문제는 문 대통령 자신이다. 그는 2017년 5월 취임사에서 “∼하겠습니다”로 끝나는 총 60가지 약속을 했다. 이 중 검찰과 관련한 대목은 “권력기관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습니다”였다. 하지만 3년여가 흐른 지금, 다른 대부분의 약속과 마찬가지로, 이는 거짓말로 드러났다. 그는 지난해 7월 신임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눈치 보지 말고 수사하라”고 했지만, 실제 산 권력에 칼을 들이댄 윤검(尹檢)을 적폐로 몰아쳤다.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자행된 정권의 검찰 인사로 윤검은 팔다리가 다 잘려나갔다. 권력 수사팀은 해체됐고, 정권의 애완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권력의 눈치만 살피며 곡학아세하는 검사들 중심으로 검찰 진용을 구축했고, 문 대통령은 그런 장관을 수족처럼 부리고 있다. 바야흐로 ‘문재인 대통령 겸 검찰총장’ 시대가 열렸다.

정권에도 ‘류(流)’가 있고 독재에도 ‘급(級)’이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표현을 빌리면, 이들의 국정철학은 조잡한 사상 찌꺼기들의 콜라주일 뿐이다. 깊이 없는 가벼운 입놀림만으로 애매한 전체주의를 구현하려는 시도에서 철학의 빈곤마저 느껴진다. 일부 언론까지 결합한 친정권 세력이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 윤검 고립화를 노린 ‘검언유착’ 사건을 꾸며냈지만, 이내 자신들을 겨냥한 ‘권언유착’ 사건으로 되치기당할 정도로 실력을 갖추지 못한 허술한 정권이다. 문 대통령과 친문 권력은 ‘3류 정권’의 ‘C급 독재’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철학의 빈곤, 실력의 부재, 그리고 언론과 검찰 장악에 따라 필연적으로 진행될 권력의 부패, 이 모든 것에서 망조(亡兆) 든 정치권력의 벌거벗은 실상이 꿈틀댄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문 대통령이다. 그가 바뀌지 않는다면, 그의 거짓말과 민주주의 파괴를 3년 이상 견뎌온 국민이 언제 깊은 잠에서 깨어나 ‘전복(顚覆)적 행동’에 나설지 모른다.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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