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적립금 이르면 2024년 고갈”

팬데믹 등 가속화 요인 많아
“늦어도 2028년 소진돼” 분석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의료비가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은 이미 예고된 위협이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예상치 못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따른 건강보험 지출 급증 또한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 추계한 재정전망만 보더라도 건강보험 적립금은 2024년에 고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12일 건강보험 재정수지와 적립금 분석에 따르면 지출 증가율이 수입 증가율을 웃돌면서 매년 3조∼4조 원대의 재정수지 적자가 지속하다가 2026년에는 현 건강보험요율 상한선인 8%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건강보험료로 인한 수입 증가가 축소되면서 2027년부터는 재정수지 적자 폭이 확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재정 절감 효과를 적용한 추계 결과를 봐도 2028년부터 적립금이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상태로는 머지않은 시점에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원인은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도 한몫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10년간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연평균 8.0% 늘어 정부 총지출(4.4%)의 2배에 달했다.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는 11.4% 증가한 86조4775억 원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노인진료비가 급증한 게 주된 요인이다. 전체 인구 중 14.5%를 차지하는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진료비 비중은 전체의 41.4%를 차지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이는 갈수록 커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65년이면 재정 총지출이 754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제는 코로나19와 같은 돌발변수다. 기후변화와 글로벌 교류 등으로 감염병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언제 또 다른 감염병 대유행이 나타날지 모른다. 올해 1분기 건강보험기금 당기순이익 적자는 943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89억 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진단과 입원치료비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기 때문이다. 현재는 건강보험 적립금이 남아 있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남발하다가는 적립금이 고갈되고, 코로나19와 같은 정작 필요한 상황에서 진료비 지원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