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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4일(金)
미사여구 가득한 로댕의 연애편지… 패기 넘친 다빈치의 자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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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댕이 클로델에게 보낸 구애편지.

예술가의 편지 / 마이클 버드 지음 / 김광우 옮김 / 미술문화

‘그대를 미치도록 사랑하오. 나의 카미유, 난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감정이 없고 내 영혼은 통째로 그대 것임을 보증하오. 사랑하는 그대 몸 앞에 무릎 꿇고, 그대의 몸을 감싸 안으리.’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이 1886년 카미유 클로델에게 보낸 편지의 한 대목이다. 클로델은 훗날 예술사의 걸작으로 남게 되는 ‘지옥의 문’ 제작을 돕기 위해 고용된 조수였다. 로댕은 오랜 세월 함께한 정부(情婦)가 있으면서도 젊고 아름다운 클로델에게 빠져들었다. 스무 살 이상 많은 남자의 접근을 부담스러워하던 클로델은 관능적인 미사여구로 가득한 편지 세례에 결국 마음을 내준다.

‘예술가의 편지’는 15∼20세기 당대 최고의 화가·사진작가 등이 저마다의 내밀한 사연을 기록한 손편지들을 모은 책이다. 영국 미술사학자인 마이클 버드가 편지 이미지와 원문을 함께 엮었다.

책은 90편이 넘는 편지를 글의 ‘목적’과 ‘용도’에 따라 일목요연한 목차로 구분한다. 로댕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쓴 편지는 ‘연인에게’, 자신의 작업을 경제적으로 보조하는 이를 위한 글은 ‘후원자, 지지자에게’라는 이름의 장(章)에 포함되는 식이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서른 살 무렵이던 1482년 일자리를 얻기 위해 밀라노의 통치자에게 보낸 편지도 눈길을 끈다. 다빈치는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자기소개서라고 할 수 있는 이 글에서 ‘저는 대리석, 청동, 점토로 조각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림처럼, 어떤 분야든 누구 못지않게 잘할 수 있습니다’라며 열띤 어조로 자신의 재능을 포장한다. 패기 넘치는 이 지원서 덕분에 다빈치는 궁정의 ‘엔지니어 겸 화가’로 임명돼 1500년까지 밀라노에 체류하게 된다.

이밖에 ‘팝아트의 대가’ 앤디 워홀이 잡지사 편집자에게 전한 이력서, 파블로 피카소가 병에 걸린 장 콕토의 쾌유를 기원한 편지, 말년의 폴 세잔이 젊은 화가에게 띄운 우정의 글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예술사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224쪽, 2만2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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