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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현안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4일(金)
[단독] 류호정 “원피스 한 장의 파장, 나도 놀랐다… 여성문제 ‘스피커’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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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업무용 태블릿 PC를 살펴보며 활짝 웃고 있다. 뒤로 국회 본관 건물이 보인다. 신창섭 기자
류호정 정의당 의원

도 넘은 성희롱성 비난 충격적
여성 향한 왜곡된 시선 드러나

1호 법안 ‘비동의 강간죄’ 발의
‘동의없는 성교’ 처벌 유형 확대

‘박원순·오거돈 사태’ 민주당
내년 재보궐 정치적 책임져야

내가 잘해야 청년 정치인 기회
복장말고 정책으로 평가받을것


모처럼 진보 진영 정치권에서 나타난 당돌한 초선 의원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빨간색 원피스’ 하나로 국회의원 복장 논란을 낳은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평소 여성들을 향한 시선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가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밝혔다가 ‘싸가지 없다’는 비난을 받았던 그를 향해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자들은 성희롱성 비난을 쏟아부었다. 류 의원은 “의정활동에 편하다”며 보란 듯이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을 이어갔다. 류 의원은 지난 12일 “정의당에 심상정 대표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정의당이 대중정당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류 의원은 “옷이 아니라 실력으로 평가받고 싶다”며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1호 법안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골자로 한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형법 제32장을 전면적으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폭행과 협박만을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강간죄를 크게 세 가지로 유형화했다. 동의 없는 성교,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 등으로 나눴다. 용어도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성적 침해의 죄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 비동의 강간죄 도입 필요성을 호소하는 대자보 100장을 붙여 화제가 됐다.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더라. 보통 의원실에 찾아가 법안 발의 협조를 요청할 수는 있어도 보좌진을 상대로 대자보를 붙이는 경우는 흔치 않으니까. 그만큼 21대 국회에서 이 법안이 꼭 통과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게시판 앞에 서서 대자보를 읽는 사람이 많이 보여서 좋았다. 대자보 게재 이후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정춘숙 여성가족위원장도 발의에 참여해주셨다.”

―‘빨간색 원피스’로 주목을 받았다.

“전날 ‘2040 청년다방’ 모임이 있었다. 21대 국회 청년 정치인이 참여하는 연구단체인데 그 자리에 참석한 의원들은 정장이 아닌 편한 옷을 입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내일 본회의장에서도 오늘과 같은 복장으로 참석하자고 약속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지켰을 뿐이다.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본회의장에 상의는 그대로 입고 왔다.”

―이 정도 논란을 예상했나.

“임기 시작 이후 어떤 옷을 입어도 어느 정도 이슈가 됐다. 그땐 ‘국회가 이만큼 변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그래서 이번 원피스 복장이 이 정도로 논란이 될 줄은 몰랐다. 며칠 동안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성희롱 발언도 많이 듣지 않았나.

“성희롱 발언은 도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댓글을 보니까 ‘아직 그런 옷을 입고 다니다니. 나중에 성추행당해도 미투할 생각하지 말라’는 내용도 있더라. 충격이었다. 이렇게 흔한 원피스를 보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평소 여성들을 향한 시선이 어떤지 알 수 있는 사건이다.”

―남성과 86세대(1980년대 학번·1960년대 출생) 중심 꼰대 문화에 일격을 가했다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원피스 단 한 장으로 우리 사회가 청년과 특히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낼 수 있었던 것처럼 내가 메시지가 되고 스피커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로 증명하겠다.”

―정의당이 혁신위원회를 만들고 변화를 시도 중이다. 당내엔 ‘심상정 대표 1인 정당’에서 탈피하자는 의견도 있고, 구심점 없이 당 운영이 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공존한다.

“심 대표는 진보정당 최초 4선 의원 아닌가. 당원과 국민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당엔 심 대표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정의당은 정의당 방식으로 진보정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국민께서 정의당의 존재 이유를 체감한다면 당내 결집도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21대 총선에서 10%에 가까운 정당 지지를 받았는데 지금 정의당은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는가.

“요즘 주변으로부터 정의당이 진보정당이냐 대중정당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진보적 대중정당이 되겠다는 약속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의당은 노동·여성·이주민·생태 등 다양한 진보 의제를 끌어안고 있다. 이들과 함께 연대해 나간다면 진보적 대중정당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 등을 겪으면서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에선 벗어났다고 보는가.

“민주당 2중대라는 표현은 어떤 현안에 대해 청군과 백군으로 갈려 싸우는 관점에서 정의당을 평가하기 때문에 나왔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은 정의당이다. 다른 당과 의견이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정의당이 정의당으로 온전히 보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이번 형법 개정안 발의를 연결해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에 ‘박원순’이라는 이름만 빼고 사안을 보면 오히려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인터뷰를 봤다. 그런 점에서 당시 내 메시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연대와 추모를 구분하고자 했던 의도는 아니었다. 당시엔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심각했던 시점이었고, 피해자가 느낄 위력과 억압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민주당에선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기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지난달 28일 일명 ‘박원순·오거돈 방지법’ 공동발의에 참여했다가 최근 철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국민께 진심으로 사죄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최근 부산에서 민주당 시의원 성추행 논란이 또 있지 않았나. 정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우선돼야 한다.”

▲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1일 ‘비동의 강간죄’ 법안 지지를 호소하는 대자보를 국회 의원회관 게시판에 붙이고 있다.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1992년생으로 21대 국회 최연소 국회의원이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든 한다. 내가 잘해야 다음 청년 정치인에게도 기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나 비례 1번은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 300명 의원 중 한 사람이자, 정의당 일원이다. 의정활동으로 평가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더 할 생각인가.

“일단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 되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꼭 이루겠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 때 포괄임금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존에 준비했던 법안에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장에 계신 분들 의견부터 차분히 듣고자 한다.”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쉴 때는 보통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가.

“새와 고양이가 나오는 자연 유튜브 영상을 자주 본다. 마음이 편해진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대화를 많이 나눈다. 장 의원이 나이가 많지만 서로 말을 놓고 있다. 나도 ‘혜영’으로 부른다.”

―마지막으로 각오 한마디 해달라.

“필요할 때 곁에 있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국회의원이라면 권력을 갖지 못한 사람 곁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초심을 지키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나아가고 싶다.”

손우성·윤명진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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