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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4일(金)
빈자와 신사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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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남은 <빈대떡 신사>에서 ‘돈 없으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부쳐 먹지’라고 노래했지만, 빈대떡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값싼 음식이 아니다. 주재료인 녹두가 비싼 데다가 기름을 듬뿍 두르고 지져 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요릿집의 값비싼 요리와 비교하려 소환된 것이 빈대떡이지만 빈대떡은 그 자체로도 할 이야기가 많은 음식이다. 이름의 유래도, 비 오는 날 먹어야 한다는 느슨한 강박도 그렇다.

곡물의 가루를 내어 찐 것이 아니라 묽게 반죽을 해서 지져냈는데 떡이라고 하는 것이 이상하다. ‘떡’ 앞에 붙은 ‘빈대’도 정체를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옛 문헌에 한자로 ‘餠’로 쓰고 한글로는 ‘빙쟈’로 써 놓은 것이 나온다. ‘餠(떡 병)’은 떡을 뜻하지만, 우리 한자음으로는 ‘병’이고 중국어 발음으로는 ‘빙’이다. 그러니 기록이 맞는다면 이 음식과 그 이름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餠’이 ‘전병(煎餠)’ 등에도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반드시 떡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는 잘 안 쓰이는 한자여서 뜻이 분명하지는 않으나 한자 구성을 뜯어보면 음식을 가리킨다는 것은 알 수 있다. 결국, 중국에서 ‘빙쟈’라 부르는 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빈대떡이 됐다고 봐야 한다. 중국어에서 유래한 ‘빙쟈’가 무슨 말인지 모를 수 있으니 본래 ‘餠’이었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 ‘떡’을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석연치 않은지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빈자(貧者)떡’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덕수궁 뒤에 ‘빈대골’이 있었는데 여기 사는 사람들이 부침개 장사를 많이 했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보인다. 그러나 모두 개연성이 떨어진다. 빈대떡의 이름 유래를 정확히 알아야 그 맛이 더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래를 모르더라도 말쑥하게 차려입은 신사나 가난한 사람이나 비가 오면 생각나는 음식인 것은 확실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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