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이어 팬오션도 실적 호전… 해운업, 리스크관리로 반등 기틀

팬오션 2분기 영업익 643억
작년比 27%↑… 예상치 상회

HMM(옛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한국 해운산업의 반등을 점치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 물동량은 줄었지만 선제적 위험 관리를 통한 공격적 선대 운용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9억 원 줄어든 1조3751억 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 1387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5년 1분기 이후 21분기 만에 이뤄낸 분기 흑자다. HMM은 당초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 정도에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지만, 예상보다 실적 개선 시점이 앞당겨졌다.

팬오션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43억 원, 매출액 6834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 8.1% 증가한 수치다. 증권업계에서는 팬오션의 2분기 영업이익이 500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팬오션의 영업이익은 증권가 전망치를 훨씬 웃돌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글로벌 산유국들의 증산 경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나 실적 개선에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또 지속적인 체질 개선과 최근 선박 운임료 상승도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HMM은 세계 물동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2만4000TEU(1TEU는 6m 컨테이너 1대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순차적으로 투입하면서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팬오션은 ‘비정기적 단기 운송계약(스폿영업)’을 강화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등 외부 불확실성 확대로 시황이 반등하지 못하고 있지만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탄력적인 선대를 운용하여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국제유가가 코로나19 사태 초반인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코로나19 재확산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해운 산업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은 이르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물동량이 회복돼야 높은 운임지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민 기자 ja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