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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5일(土)
권민아가 벗긴 K팝의 민낯…연습생 시스템 뭐가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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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 그룹 ‘에이오에이(AOA)’ 출신 배우 권민아. (사진 = 권민아 인스타그램)
▲  [인천=뉴시스] 2018년 한 시상식에 참석한 AOA 멤버들. 왼쪽부터 찬미, 혜정, 설현, 유나, 지민, 민아. 2018.11.28.
#1. 주변에서 춤 좀 춘다는 말을 들은 A는 한 중소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갔다. 본인이 춤을 잘 춘다고 여겼지만 대형 기획사의 문턱은 높았다. 작은 기획사에서 차근차근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작은 기획사에서도 연습생들의 경쟁은 치열했다. 회사는 성과만을 바랐다. 같은 팀 멤버가 되기 전에 사이가 먼저 멀어질 것 같았다. 회사를 나왔다.

#2. 유명하지 않은 아이돌 그룹 한 멤버 B는 연습생 생활이 마냥 좋은 기억으로만 남아 있지는 않다고 했다. 많이 배우고 많은 추억을 쌓은 시기지만, 과열 경쟁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고충을 털어놓고 싶었던 때가 한두번이 아니라고 했다.

그룹 ‘AOA’ 출신 권민아가 한달 전에 쏘아올린 각종 폭로는 K팝계 이면을 들여다보게 했다. 특히 K팝의 황금기를 이끈 요소들로 꼽히는 연습생 시스템과 SNS가 일부분에서는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권민아와 AOA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의 갈등은 권민아와 한성호 FNC 회장이 화해하면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걸그룹 ‘아이러브’ 출신 신민아, ‘리미트리스’ 출신 윤희석이 속해 있던 그룹과 소속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SNS를 통해 폭로하면서 파장은 확산됐다.

아이러브나 리미트리스는 AOA만큼 큰 인기를 누리거나 관심 받은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돌업계의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을 경우 그 충격파는 더 클 수 있어 우려가 컸다.

◇같은 팀이더라도 무조건 연대하지 않는다

배우로 전향한 권민아는 지난해 5월 FNC와 계약을 종료하고 팀을 나왔다. 이후 AOA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일들과 관련 악플 세례를 받았다.

일부 네티즌의 이어진 악플에 감정이 복받친 권민아는 지난달 3일 인스타그램에 AOA의 리더였던 신지민의 괴롭힘으로 인해 AOA를 탈퇴했다고 폭로했다.

특히 지민의 괴롭힘으로 인해 자신의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물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졌고, 지민은 팀 탈퇴와 연예계 활동 중단을 결정했다. 이후에도 권민아의 폭로는 멈추지 않았다. 다른 멤버들과 한 회장을 방관자로 몰아세우며 비난했다.

결국 최근 FNC가 권민아의 건강을 걱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권민아가 한 회장과 만나 얘기를 나눈 뒤 논란은 대외적으로 종결됐다.

권민아는 지난 11일 밤 “저는 FNC를, AOA를 정말 좋아했는데 이 문제 때문에 AOA를 그만두게 된 게 너무 슬펐고 너무 힘들었다”면서 “회장님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냥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게 너무 후회가 된다”고 전했다.

걸그룹 내 특정 멤버 괴롭힘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톱 걸그룹으로 군림하던 ‘티아라’는 멤버 화영에 대한 ‘따돌림 논란’으로 추락했다. 멤버 화영이 탈퇴하는 과정에서 다른 멤버들이 화영을 따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멤버들 간의 불화는 비단 걸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기 K팝 그룹들 사이에서 종종 멤버들 사이에서 잡음이 흘러나왔다. 2016년 멤버들과 불화설에 휩싸였던 옛 비스트 멤버 장현승은 결국 다른 멤버들과 성격차이를 이유로 팀을 탈퇴했다. 전속계약이 끝나자 비스트 멤버들은 회사를 떠나 독립 레이브를 차리고 하이라이트로 활동하고 있다.

걸그룹 ‘시크릿’은 멤버들이 솔로 가수, 연기자 활동에만 집중하면서 불화설이 떠돌았고 결국 팀 활동이 흐지부지됐다.

K팝 아이돌 그룹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 가지다. 화려한 노래와 춤, 외모가 우선이다. 각 멤버의 캐릭터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관계성에 몰입하는 팬들도 있다.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멤버들의 관계를 다룬 ‘팬픽’(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등을 소재로 팬이 직접 쓰는 소설)이 성행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따돌림, 괴롭힘, 불화 등으로 인해 그런 관계성이 망가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 팬심은 급격히 식게 된다.

사실 멤버들 간 불화는 K팝의 태생적 그늘일 수 있다. 멤버들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아이돌 활동이라는 미명 아래 모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합숙생활이 대다수 소속사의 기본 원칙이라,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24시간 붙어 있게 되고 그러다보면 풀지 못한 앙금이 쌓일 수 있다.

아이돌 그룹 기획사 관계자는 “멤버들끼리 같이 고생을 하며 우애를 쌓는 경우도 많지만, 연습생 시절부터 혹독한 오디션을 치르며 경쟁 관계를 형성해왔던 만큼 데뷔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멤버들도 있다”고 걱정했다. AOA 역시 데뷔 1년 전부터 일찌감치 합숙생활을 했다.

◇아이돌 실력뿐만 심리 관리도 필요하다

몇 년 전부터 일부 K팝 그룹 멤버들의 불안한 심리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상당수 기획사들은 멤버들의 심리를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 중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정신과 상담은 물론 회사 내 트레이닝 프로그램에 인성, 화합 등의 덕목을 교육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번 AOA 사건은 K팝이 더 내부 점검을 해야 하는 설득력을 부여했다. 국위를 선양한다며 산업적으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팀의 내면을 살펴가며 심리적 기운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사후약방문식의 땜질 처방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최근 아이돌의 SNS를 통한 잇딴 폭로전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SNS 경계령’이 떨어졌다. 팬들과 직접적이 소통의 핵심 도구로 작동해왔는데, 상황에 따라 소속사의 치부를 여과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최근 아이돌을 꿈꾸는 젊은 세대는 SNS가 습관처럼 일상화 돼 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마음을 적어낼 수 있다. 그런데 순식간에 내용이 퍼져나갈 수 있어 업계의 우려가 크다.

공식 활동 외에 개인방송을 우려하는 시선도 크다. 올해 초 음주 상태에서 개인방송을 하면서 다른 그룹 아이돌을 비난한 뒤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결국 팀을 탈퇴한 그룹 ‘빅스’ 출신 홍빈처럼 자충수를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업계 관계자는 “SNS나 개인방송을 통해 멤버들의 입장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부정적 이슈에 대해 예전처럼 무조건 쉬쉬하는 분위기는 이제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다 같이 연대하는 팀의 중요성을 연습생 때부터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중견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지망생들이 갈수록 늘어 연습생의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지만 경쟁보다는 협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사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울러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빈약한 트레이닝 시스템을 갖춘 아이돌 기획사들의 질적인 발전도 중요하다”고 봤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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