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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Science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19일(水)
거미가 먹이 잡 듯… ‘전기장 거미줄’ 로 68배 무거운 물체 포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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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송재우 기자

■ 서울대 선정윤·김호영 교수팀 ‘거미줄 로봇’ 개발

탄성체 등 신축성 소재로 제작
원래 길이의 3배로까지 늘어나

전류 흘리면 강력 전기장 형성
물체와 접촉 않고도 끌어당겨
불필요한 오염물 스스로 털어내

설계 변경 없이도 기능 추가해
인공 근육 등 제작에 활용 기대


거미줄 모양의 소프트 로봇이 생체모방 기술의 새로운 응용 분야를 제시했다. 거미의 먹이 잡기 행동을 흉내 내 로봇의 무게보다 68배나 무거운 물체를 전기로 잡아당겨 포획하는가 하면, 줄에 묻은 오염 물질을 스스로 털어 제거하기도 한다. 유리잔같이 깨지기 쉬운 물체를 취급하거나 재난현장처럼 좁은 틈에서 움직이는 연성 소재의 소프트 로봇 제작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선정윤·김호영 서울대 교수 연구팀은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 착안해 전기적으로 주변의 물체를 감지, 포획하고 불필요한 오염물도 스스로 털어내는 거미줄 로봇을 개발했다. 함께 연구를 진행한 제1저자 이영훈·송원준 연구원이 우연히 중학교 과학 선생님과 학생들이 수행한 거미의 이슬제거 행동에 관한 연구결과를 실은 논문을 읽다가 착안한 결실이다. 이번 연구 성과는 로봇공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 저널(2019년 JCR Robotics 분야 1위)의 표지논문으로 지난달 게재됐다.

연구팀은 우선 이온 전도성 오르가노겔(organogel)을 실리콘 탄성체로 둘러싸서 샤프심 두께의 전도성 섬유 소재를 만들었다. 오르가노겔은 전기가 흐르는 전극, 실리콘은 절연체 역할을 하는 셈이다. 둘 다 신축성 소재라서 원래 길이의 3배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 그리고 쭉쭉 늘어나는 이 섬유를 인공 거미줄 삼아 손바닥 크기의 방사형 거미집 모양 로봇을 제작했다. 여기에 전류를 흘리면 수㎝ 거리에 강력한 전기장을 만들어 금속, 세라믹 등 다양한 크기와 소재의 주변 물체를 끌어당겨 포획한다. 거미줄 로봇의 전기장이 주변 물체를 자극(전기적 분극을 유도)함으로써 강한 정전기적 인력이 발생하는 것이다. 거미줄 로봇은 젤과 탄성체 등 신축성 소재로 제작돼 원래 길이의 3배로까지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자체 무게 0.2g보다 68배나 무거운 물체를 포획해 냈다. 또 투명 내지 반투명 소재로 만들어 다양한 환경에서 위장하는 데도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거미줄 로봇은 주변 물체의 표면에서 나오는 전기장의 세기를 감지해 물체와의 상대적 거리를 파악한다. 실제 접촉하지 않고도 접근을 알아낸다. 전기장 변화를 통해 물체의 접근을 감지한 뒤, 정전기적 인력을 이용해 물체를 끌어당기는 거미줄 로봇은 거미의 행동학적 특성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러한 감지 능력을 바탕으로 거미줄 로봇은 감지 능력이 없는 경우와 비교해 포획력을 32.5배로 높게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거미줄 로봇은 물체의 접근을 감지한 이후 충분히 접근했을 때만 물체를 자극해 끌어당겨 달라붙도록 함으로써 의도하지 않은 오염을 회피하게 된다. 마치 집을 짓고 사는 거미가 최소한의 그물만 쳐놓고 기다리면서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면 진동을 감지해 추가적인 거미줄로 먹이의 탈출을 막는 것과 비슷하다. 접착력이 강한 거미줄의 오염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포획 후 거미줄 로봇이 오염되는 경우에는 거미줄 로봇에 교류 고전압을 가해 오염물을 신속하게 제거할 수 있다. 거미줄에 걸린 교류 전압의 진동수가 로봇의 공명 진동수와 일치하게 되면 로봇은 초당 수백 번까지 빠르게 진동하면서 표면의 오염물을 관성력으로 튕겨낼 수 있다. 실험 결과, 이러한 오염물 제거 능력으로 오염물에 의해 감소한 포획력을 98.7% 이상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비정형화된 물체 잡기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거미줄 로봇은 소프트 로봇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상호보완적으로 통합하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연구 성과로 여겨지고 있다. 향후 주요한 설계 변경 없이도 추가적인 기능성을 부여해 차세대 인공 근육 및 전자 피부, 그리고 로봇 팔 등으로 활용범위를 더욱 확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리더연구지원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 용어설명

오르가노겔 : 다량의 유기 용매와 3차원적으로 가교(架橋·cross-linked)된 고분자 중합체 사슬로 이뤄진 신축성 있는 고체 상태의 소재로, 용매에 녹아 있는 이온에 의해 이온 전도성을 갖는다.

이온 전도성 : 전기 전도가 전자나 정공이 아닌, 이온에 의해 이뤄지는 성질이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mail 노성열 기자 / 경제부 / 부장 노성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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