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편살>‘술고래’ 김부장님, 요구르트 바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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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소비량 31.6%나 폭증
배달 늘며 건강식품 지위 확립

요구르트는 약 아닌 건강식품
균 활동 멈추게… 죽일순 없어

간 케어제품 ‘헛개 추출물’ 함유
위 보호엔 ‘양배추 농축액’ 첨가

장 건강엔 ‘프로바이오틱스’ 주목
유익균 증식하고 유해균은 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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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중견 기업에 다니는 김현진(37) 과장은 지난 1일부터 발효유(요구르트) 구독을 시작했다. 그는 일주일에 2∼3차례 술자리를 갖는 애주가다. 입사 10년 동안 한결같이 이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다 보니 타고난 술 체질인 김 과장도 최근 간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그는 일단 매일 아침 먹던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끊고, 간에 좋다고 하는 요구르트를 매일 배달시켜 먹기 시작했다.

김 과장처럼 건강을 챙기기 위해 요구르트를 찾는 직장인이 많다. 실제 요구르트 소비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우유 및 유제품 생산 소비 상황’을 보면, 액상 요구르트 및 떠먹는 요구르트 소비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43만9578t이던 요구르트 소비량은 2019년 57만8407t으로 10년 새 31.6% 늘었다. 기호식품으로서 요구르트의 지위가 지속적으로 상승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복직편살(복잡한 직장 편하게 살기 위한 정보) 취재팀은 김밥, 치약에 이어 요구르트를 집중 분석했다. 직장인들이 매일 아침 요구르트를 먹는 목적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잦은 술자리로 인한 간 건강에 대한 우려 △‘장 트러블’로 인한 장 보호 필요성 △소화불량으로 인한 위 건강 우려 등이다.

◇간에는 헛개 = 우선, 간에 좋다고 광고하는 요구르트들은 공통적으로 헛개나무 추출물을 함유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헛개나무 추출물을 간 건강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원료로 인정했다. 학계에서는 대체로 알코올 해독 작용 및 간 기능 개선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헛개나무 추출물은 간 해독을 위한 민간요법으로도 꾸준히 활용돼 왔다.

한국야쿠르트의 ‘쿠퍼스 프리미엄 L’(2500원)은 헛개나무 추출물 외에 비타민A·B·C, 미네랄이 풍부해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돌미나리추출분말, 간염 치료제로 활용되기도 하는 울금추출분말 등이 들어갔다. 이 제품은 요구르트 외에 밀크씨슬 정제(알약 형태)가 함께 제공된다. 알약을 먹고 요구르트를 마실 수 있도록 제품을 내놨다. 같은 회사의 ‘쿠퍼스 프리미엄 C’(2500원)는 간 건강에 더해 누룩곰팡이 발효쌀 ‘홍국’을 함유해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을 노린 제품이다. 빙그레의 ‘요플레 닥터캡슐 밀크씨슬 간편한 요구르트’(1625원)도 헛개나무 추출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손으로 수확한 밀크씨슬을 함유했다고 광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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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에는 프로바이오틱스 = 장 케어를 강조하는 요구르트들은 기본적으로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 유산균은 장 내 유해균을 억제하고 유익균을 증식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장운동을 활발하게 해 변비 해결에 도움을 준다. 최근 유산균이 소화기관 내에서 오랫동안 생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장까지 생존하는 살아있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주목받고 있다. 유산균의 진화 버전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위산과 담즙산에서 살아남아 장에 정착, 유익균을 증식하고 유해균을 억제한다. 요구르트 업체들은 저마다 다양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요구르트에 넣고 있다. 업체들은 또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성분인 프리바이오틱스(장내 유익한 미생물의 생장을 촉진)도 주된 성분으로 삼고 있다. 또 배변 활동, 콜레스테롤 조절 등에 효능이 있는 식이섬유도 장을 위한 요구르트에 단골로 들어가는 메뉴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골드’(1500원)는 100% 천연식품 추출원료만 사용했다고 광고한다.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아카시아, 사과농축과즙 등 식이섬유, 프리바이오틱스 기능을 하는 올리고당 등을 함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장케어프로젝트 MPRO3’(2000원)는 MPRO3 프로바이오틱스, 치커리 등의 식이섬유, 폴리덱스트로스(원활한 배변 활동을 돕는 성분) 등의 프리바이오틱스가 들어있다. 이 제품도 프로바이오틱스가 함유된 알약과 요구르트를 한 번에 먹는 형태다. 파스퇴르의 ‘속편한 쾌변 플레인’(1300원)은 스웨덴 1위 유산균 제조사의 유산균이 들어갔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 유산균 역시 프로바이오틱스의 일종이다. 식이섬유인 치커리화이버가 들어갔고,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 등의 프리바이오틱스도 함유됐다.

◇위에는 양배추 = 업체들은 위 특화 요구르트에는 양배추농축액을 대부분 쓰고 있다. 학국식품영약과학회지(2013)를 보면, 양배추는 위 손상 보호 효과를 가진다고 설명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위쎈’(1500원)은 녹십자웰빙이 개발한 특허소재 ‘위세라’를 사용한다. 이 성분은 위산에 의해 생기는 역류성 식도염, 위장관 운동 장애 등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양배추농축액, 마, 연근 등이 함유됐다. 한국야쿠르트의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1400원)은 위 건강 특허 유산균인 ‘HP7’을 사용했다. 또 위 건강 전통 소재인 강화약쑥과 탱자추출물, 양배추즙 등을 넣었다. 파스퇴르의 ‘위편한 요구르트’(1300원)는 차가버섯·감초·차조기 농축액을 쓴 게 특징이다.

◇요구르트는 약이 아니라 식품 = 다만, 전문가들은 요구르트를 먹는다고 해서 간·장·위 병을 치료하는 직접적 효과는 얻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약이 아니라 건강 기능 식품으로 생각하고 섭취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요구르트로 균의 활동을 멈출 수는 있어도, 균을 죽일 수는 없다”며 “균을 죽이는 것은 항생제”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어디가 아프면,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말고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산균 등에 대한 과장 광고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명규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유산균의 효능이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유산균에 대한 과장된 광고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성분표를 꼼꼼히 확인하고 자신에게 맞는 요구르트를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손기은 기자, 박수빈·전재훈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