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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24일(月)
금융계 판 갈아엎은 ‘혁신의 메기’…“결정은 실무자가, 책임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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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봄 기자간담회에서 “카뱅의 방향성은 고객을 가장 중심에 두고 간다”며 “이 철학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사진

■ 새 금융생태계 개척 앞장…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

ICT 투자 않고 협력사에 맡기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철저히 ‘기술 중시’… 출범 6분기만에 흑자로 전환

대학졸업후 대한화재서 8년 근무한 금융맨…“2030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40대가 기획·60대가 결정해선 안돼”


카카오뱅크(카뱅)가 ‘또 하나의 은행이 아닌 은행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며 처음 등장했던 2017년 7월 당시, 금융업계에서는 기존 질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메기’ 정도로 인식됐다. 새로운 형태의 은행인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카뱅은 공고한 기존 은행권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시장을 개척해야 했기에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반신반의했던 예상은 빗나갔다. 스스로를 ‘미래 은행의 실존 모습’(Re: bank)으로 정의하고 고군분투한 지 3년여가 지난 24일 현재, 카뱅은 이제 기존 은행들을 위협하는 위치에 올랐다. 목표치도 ‘카뱅 퍼스트’(First)로 수정됐다.

카뱅은 출범 6분기 만인 지난 2019년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자산 규모가 지방은행 수준으로 성장했다. 은행 앱 월간 이용자 수는 모든 은행을 압도한다. ‘메가’ 트래픽을 무기로 카뱅은 금융플랫폼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카뱅은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증권가의 예상 상장 시점은 2021년이다. 이처럼 은행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카뱅의 중심에 ‘모체’(母體)인 윤호영 대표가 서 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걷고 있는 윤 대표는 카뱅의 탄생과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상징한다.

윤 대표는 “카뱅을 이끌며 정형화된 리더십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기업은 살아 있는 유기체다. 기업 진화 단계에 따라 다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해진 길이 없기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리더에게 여지없이 나타나는 개척과 유연함의 리더십이다. 이제 금융계에서 윤 대표는 금융혁신의 리더로 꼽힌다.

◇새로운 융합…모험의 길로 = 카뱅은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윤 대표의 야심작이다. 카뱅 설립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윤 대표는 2014년 10월 ‘나홀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당시 모기업인 카카오 내부에서는 라이선스 사업인 은행업에서 혁신이 가능할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라이선스 사업은 규제가 많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것조차 어려운 환경이란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지원 아래 TF에서 청사진을 그려나갔다. 당시 윤 대표는 ‘어떻게 하느냐’보다 ‘어디에서 하느냐’를 더 중시하며 새로운 영역에서 기존에 없던 서비스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열심히 설득했다. 모험 결행 바탕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에서 8년간 근무한 ‘금융맨’인 그는 2003년 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을 맡아 국내 최초 온라인 보험사 설립을 추진하며 금융과 ICT를 접목한 경험을 갖고 있던 터다. 2009년부터 5년간 다음커뮤니케이션(Daum)의 경영지원부문 본부장과 부문장을 맡아 경영 전반을 책임지며 ICT 이해도는 더 깊어졌다. 윤 대표가 ‘카뱅은 ICT를 중심에 둔 은행’이란 차별성을 명확히 하며 금융 혁신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윤 대표는 이후 ICT를 핵심 자산으로 키웠다. 기존 금융사들이 ICT를 ‘비용’으로 여겨 대부분 외부업체에 맡겨왔는데 윤 대표는 인식과 접근법에서부터 달랐다. 카뱅에서 기술 인력이 전체 임직원의 40%를 차지하고, 다른 은행들과 달리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있는 이유다. CTO는 ‘은행 운영의 핵심 부분을 기술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다. 최선의 기술로 고객에게 모바일에서 더 편하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카뱅이 공인인증서가 아닌 ‘자체 인증’을 도입하며 은행권의 변화를 선도할 수 있었던 것도 ICT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수평적 소통으로 혁신 시너지 발휘 = “인사가 만사여야 하는 기업은 1.0버전, 시스템이 움직이는 기업은 2.0, 기업문화가 핵심인 기업은 3.0이다.” 윤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무엇보다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를 강조한다. 카카오처럼 직원 모두가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윤 대표는 ‘대니얼’로 불린다.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크기의 책상에 근무하며 비서도 두지 않는다. 일정 역시 스스로 관리한다.

카뱅은 지난 6월 1일 기존 ‘대표이사-그룹-파트’로 구성된 조직을 ‘대표이사-팀(1차)-팀(2차)-팀(3차)’으로 바꿨다. 호칭과 업무 공간, 조직 구조 등 다방면에서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꾀하고 있다. 300여 명으로 시작한 카뱅이 800여 명으로 커진 후 수직화·관료화되지 않고 카뱅만의 ‘혁신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장치다.

윤 대표는 “20∼30대가 사용할 서비스를 40대가 기획하고 50∼60대가 의사 결정하면 그 서비스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20∼30대의 목소리와 생각이 서비스와 상품에 반영되기 위해선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30대에서 2명 중 1명은 카뱅을 사용 중이다. 연령대별 인구수 대비 카뱅 고객 비율은 20대 56.79%, 30대 53.26%, 40대 32.90%, 50대 14.0%다.

윤 대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기 위해 토론을 통해 집단지성을 모았다. 개인보단 집단의 지성이 혁신에 더 효율적이라는 신념에서다. 카뱅이 기존 금융사와 달리 PC뱅킹을 지원하지 않고 모바일 앱 서비스만 제공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2주간 격론을 벌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PC뱅킹을 지원해야 한다는 직원들에게 윤 대표는 극강의 편의성을 제공하는 모바일 앱 서비스 전략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오히려 회사의 방향성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현재 1300만 명의 고객이 사용하는 모바일 앱의 탄생 설화다. 카뱅의 토론 문화는 지난 3월 조직 개편 당시 윤 대표가 전 직원에게 전한 메시지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윤 대표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신뢰를 바탕으로 이견에 대해 유연하게 사고하고 때로는 충돌하면서 문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해 나가는 것이 카뱅 문화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본질의 재해석 통해 신상품 개발 = 윤 대표는 ‘본질’에 대한 질문을 통해 기존 가치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을 우선한다. 의사 결정에 대한 재해석은 이 같은 윤 대표의 업무 방식을 잘 보여준다. 윤 대표는 “의사 결정 권한은 조직장이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 결정은 해당 업무에 대해 가장 고민하고 정통한 사람에게 위임해 최적의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윤 대표는 모바일 앱 디자인 결정을 해당 부서에 맡겼다. 대신 그 책임은 윤 대표가 지는 구조다.

실무자 의견이 중시되는 결정이 이뤄지면 ‘자기주도적’ 업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카뱅에서 그 효과는 이미 증명됐다. 은행은 생활 속 금융의 재미를 찾아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자 26주 적금 상품이 개발됐다. 이 상품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와 매주 1000원, 2000원 등 늘어나는 금액을 26주간 납입하며 돈 모으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된 적금이다. 회비 관리의 불편함을 얘기하다 나온 상품이 모임통장이다. 이 통장은 카뱅 계좌가 없는 사람도 동아리, 동호회 등의 회비 이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한때 일일 신규 고객 증가 규모는 3400명대로 하락했지만 2018년 6월 26주 적금 출시 이후 8000명으로 증가, 같은 해 12월 모임통장이 나온 후에는 1만3000명까지 확대됐다.


■ 윤호영 대표의 인맥

나이 : 49
학력 : 안양 신성고, 한양대 경영학 학사
이력 : 대한화재 기획조정실, 에르고다음다이렉트 경영기획팀장, 다음 경영지원부문장, 카카오 모바일뱅크 TFT 부사장, 한국카카오 공동대표이사,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카카오뱅크를 1등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성장시킨 윤호영 카뱅 대표는 카카오그룹의 전·현직 경영진, 투자은행(IB)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며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고민을 활발히 소통해오고 있다.

▲  왼쪽부터 김범수 카카오 의장,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 대표이사,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범수 카카오 의장

‘벤처 성공신화’로 알려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들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빠르게 넓혔다. 카카오가 2014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할 당시 윤 대표는 다음의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직을 맡으며 합병 이후 통합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윤 대표가 1인 태스크포스(TF)로 카뱅 설립을 추진할 때는 내부의 반대도 컸다. 이때 김 의장이 “도전해보자”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표는 김 의장에 대해 “늘 높은 꿈과 최고의 통찰력으로 함께 이야기만 해도 배우는 것이 많고 도전 의식을 갖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 대표이사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대표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입사한 이후 20여 년간 회계감사 및 인수·합병(M&A) 관련 업무를 수행한 투자은행(IB) 분야 전문가다. 지난해 3월부터는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대표이사로 그룹을 이끌고 있다.

홍 대표는 윤 대표가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다음다이렉트 설립과 매각을 비롯해 여러 M&A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인물로 꼽힌다. 홍 대표는 윤 대표의 업무를 자문하는 과정에서 균형감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업무 진행에 제1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한국투자신탁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를 지낸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8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공동대표로 합류했다. 카뱅이 한국투자금융지주를 주주사로 맞이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올해 1월 더불어민주당의 인재 영입에 응하면서 카뱅을 떠나기 전까지 윤 대표와 카뱅의 본인가·대고객서비스 개시 등을 함께했다.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 중 한 명이다. 윤 대표는 이 의원에 대해 “일과 삶에 대한 뚜렷한 철학과 소신을 바탕으로 사물과 현상에 대한 다양하고 명쾌한 시각과 해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민정혜 · 송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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