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3 수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24일(月)
‘땡벌’처럼 날아와 운명처럼 꽃 피운 노래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강진 ‘땡벌’

시인의 마을에선 표준말 쓴다고 우대하지 않는다. 맞춤법 지키라고 타이르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에게 언어의 주거범위까지 제한할 근거가 취약해서다. 법이 있지만 엄격하지 않다. 한 마디로 여기선 ‘악법(樂法)도 법’이다. 직유법, 은유법도 난무하고 과장법, 반복법도 무제한이다. 역설법, 반어법도 통제받지 않는다.

음악동네에선 노랫말을 ‘움직이는 시(詩)’라고 규정하니 ‘시적 자유’를 허용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가끔은 억측도 생긴다.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혹시 제목을 ‘으악새’로 알고 있진 않은가. 노래하는 감정의 절반이 짝사랑이다 보니 동일제목도 부지기순데 가장 유서 깊은 게 고복수(1911∼1972)의 ‘짝사랑’이다.

내친김에 2절도 불러보자. ‘아아 뜸북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잊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여기서 오해가 시작됐다. 으악새와 뜸북새를 조류로 묶어서 유추하는 이들이 생겨난 거다. “으악새는 어떤 새인가요.” “으악새는 어떻게 우나요.” 지식검색창엔 이런 질문들이 답지한다. 교실의 창에서 보면 으악새는 억새의 사투리다. 혹시 ‘억새는 어떤 새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아예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낫다. 억새는 새가 아니고 풀이다. 동물이 아니고 식물이다. 그리움을 표현하는 데 공중을 나는 새면 어떻고 지상을 덮은 풀이면 어떠랴. 풀(草)을 새(鳥)로 연상한다면 그건 오히려 창의적 아닌가. 혹시 창작자는 이런 것까지 상상하고 시적 허용을 누린 건지도 모른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지금부턴 ‘땡벌’이다. “땡벌은 갯벌과 어떻게 다른가요.” 많이 다르다. 우선 땡벌은 땅벌의 방언이다. 땅벌은 갯벌보다 꿀벌에 가깝다. ‘땅벌이 집벌의 꿀통을 넘보는 일은 없다’는 속담에서 보듯 땅속에 집을 짓고 사는 벌이 땅벌이다. 억새는 하나도 슬프지 않은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이 슬픈 것처럼 땅벌은 꿀을 따서 저장했을 뿐인데 그걸 바라보는 사람은 한없이 외롭고 쓸쓸하다. 이런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법은 의인법이다. 짝사랑의 대상으로 인격화된 벌은 무정하고도 무심한 존재다. ‘아 당신은 못 믿을 사람/ 아 당신은 철없는 사람’ 하지만 가슴 속에서 그 대상은 끝없이 폭주하고 수없이 변주된다. ‘아무리 달래 봐도 어쩔 순 없지만/ 마음 하나는 괜찮은 사람’ 그가 벌이라면 나는 꽃의 가면을 쓸 수밖에 없다. ‘오늘은 들국화/ 또 내일은 장미꽃’ 정체가 수시로 바뀌는 건 그 벌이 언제 어디에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땡벌’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작사·작곡을 한 원곡자 나훈아, 그에게 간청하여 취입을 허락받은 강진(사진), 영화(‘비열한 거리’)에서 이 노래를 열창해 세상에 알린 조인성, ‘미스터 트롯’(TV조선) 1회에서 ‘땡벌’ 탈을 쓴 미녀를 무대에 소환한 마술사 김민형. 그 누구를 상상해도 상관없다. 저작권료는 나훈아가 받겠지만 자유이용권은 부르고 즐기는 사람이 갖는다. 음악동네 주민규약 1조는 모름지기 ‘노래는 불러야 노래’다. 불리지 않는 노래는 통 속에 갇혀 있다가 숨을 거두는 비둘기의 운명과 비슷하다.

트로트 장르로선 유일하게 ‘뮤직뱅크’(KBS 2TV)에서 1위를 수상(2007. 9. 2)한 ‘땡벌’은 노래와 가수에게도 운명이란 게 있음을 감지케 한다. 운명은 때로 ‘으악새’처럼 나부끼고 ‘땡벌’처럼 날아든다. 분명한 건 운명의 무리 중에 조력자가 있다는 사실이다. 강진에겐 나훈아, 조인성, 그리고 ‘막걸리 한잔’으로 부흥회(?)를 열어준 영탁이 있었다. 강진이 영탁에게 10만 원을 용돈으로 주는 장면은 행복의 동의어가 감사라는 걸 일깨워줬다. ‘혼자서는 이 밤이 너무 너무 추워요’(‘땡벌’ 중) 고마움을 아는 사람, 고마움을 갚는 사람이 늘면 세상의 온도가 그만큼 올라갈 것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 많이 본 기사 ]
▶ 가수 장재인, 성폭력 피해 고백…“누군가에게 힘이 됐으면..
▶ 조수진 “추미애 아들 미복귀날 PC방서 ‘롤’했단 제보받아..
▶ 1등 떨어뜨리고 2, 3등 합격… 국무조정실 연구기관 7곳서..
▶ ‘급식계 끝판왕’ 김민지 영양사 정든 학교 떠났다
▶ ‘가짜사나이’ 돌풍 이근 대위 “군인에겐 인성이 중요”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정총리, 코로나19 음성 판정…활동..
‘홍길동보증금’ 출장마사지 피싱에 감..
檢, 요란한 뒷북수사… ‘秋아들 의혹덮..
與, 대기업을 ‘악의 축’ 인식… 시장경..
박용만 “기업의견 무시하나” 김종인 ..
topnew_title
topnews_photo 가수 장재인이 과거에 당한 성폭력 피해를 고백하며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했다.장재인은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
mark만취 음주자가 장갑차 받았는데…미군기지앞 美사단장 사진 불..
mark서울대병원 여교수 당직실서 시신 발견…극단선택 추정
조수진 “추미애 아들 미복귀날 PC방서 ‘롤’했단 제..
7.8조원 규모 4차 추경안 예결위 통과…홍남기 “신..
1등 떨어뜨리고 2, 3등 합격… 국무조정실 연구기관..
line
special news BJ 아지땅, 살아있다…극단적 시도후 구출
아프리카TV BJ 아지땅의 사망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BJ아지땅은 ‘좋은 곳으로 갔다’는..

line
첫 온라인 총회 준비했던 개신교단 직원 숨진 채 발..
‘급식계 끝판왕’ 김민지 영양사 정든 학교 떠났다
“석달간 600만명 다녀간 룸살롱…지원대상서 빠져..
photo_news
‘가짜사나이’ 돌풍 이근 대위 “군인에겐 인성이..
photo_news
강성범 “필리핀 원정도박? 지인 많아 행사간 것..
line
[10문10답]
illust
올겨울 독감·코로나 비상… 백신의 모든 것
[그립습니다]
illust
해군 복무중 손목시계 멈췄던 날…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
topnew_title
number 정총리, 코로나19 음성 판정…활동 재개
‘홍길동보증금’ 출장마사지 피싱에 감쪽같이..
檢, 요란한 뒷북수사… ‘秋아들 의혹덮기’ 증..
與, 대기업을 ‘악의 축’ 인식… 시장경제·국제..
hot_photo
암 투병 김철민 “개 구충제 복용..
hot_photo
배우 이지훈, 소속사와 갈등…매..
hot_photo
정주리, 남편 남긴 음식에 논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