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문화 시점>大作들의 모험… 결과는 예측불가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코로나19 우려 속에서도 존 데이비드 워싱턴(위)의 ‘테넷’과 송중기의 ‘승리호’가 잇따라 개봉한다. 극장가 좌석 가용률 50%를 뚫고 흥행신화를 쓸지 주목된다.

■ 코로나 비상에도 ‘테넷’ ‘승리호’ 잇단 개봉 결정… 흥행 미지수

-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테넷’
유료시사 변칙… 이틀간 8만명
첩보 영화 틀에 ‘시간’ 주제
난해한 내용 호평·혹평 엇갈려

- 韓 우주 SF ‘승리호’ 내달 개봉
제작비 200억… CG 수준급
송중기·김태리·진선규 출연
손익분기 650만명… 턱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영화계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좀비 액션 ‘반도’가 지난달 중순 개봉해 지금까지 38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 활기의 물꼬를 트고, 지난 5일 개봉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가 바통을 이어받아 400만 관객까지 돌파하면서 겨우 부활하는가 싶었는데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실시되면서 다시 움츠러들고 있다. 이에 ‘국제수사’ 등은 또다시 개봉을 연기하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몇몇 작품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여름이나 추석 등 대목 시장을 노려야 하는 대작들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반도’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이후 극장가 흥행대결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합류한다. 수차례 연기하다가 26일로 개봉일을 확정한 ‘테넷’을 시작으로 새로운 돌연변이 히어로물 ‘뉴뮤턴트’(9월 3일), 디즈니 야심작 ‘뮬란’(9월 10일) 등이 뚜껑을 연다. 한국영화로는 ‘오! 문희’(9월 2일)와 ‘돌멩이’(9월 9일), 그리고 한국형 블록버스터 ‘승리호’(9월 23일)가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제작비 규모로 보나 화제성에 있어 ‘테넷’과 ‘승리호’의 흥행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과연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 테넷 :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테넷’은 이름만으로도 관객의 시선을 붙드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개봉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급기야 메인 시장인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게 됐다. 놀런 감독은 동시대 영화연출자 중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가장 빼어난 감독의 하나로 꼽힌다. 문제작 ‘메멘토’(2001)에서 ‘다크 나이트’(2008),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 손대는 작품마다 이슈를 낳았다. 특히 영화 속에서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 독특해 관객에게 재미와 동시에 고민을 던져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번에도 겉모습은 첩보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미래의 공격에 맞서 진행 중인 과거를 바꾸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기존의 ‘시간여행’과는 전혀 다르다. 과거의 행동을 바꾸면 미래의 상황이 달라지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시간이 서로 다른 방향이지만 동시에 흐르기에 영향을 주고받지 않으며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는 식이다.

여기에 수시로 ‘엔트로피’(Entropy·물질의 열역학적 상태)나 ‘인버전’(Inversion·도치), ‘할아버지 패러독스’(Grandfather Paradox) 같은, 들어도 알 수 없는 개념이 등장한다. 양전자나 우주 평행이론을 등장시켰던 ‘인터스텔라’나 뇌와 꿈의 연관성에서 착안했던 ‘인셉션’에서 한 뼘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다. 주연을 맡은 흑인배우 존 데이비드 워싱턴이나 조력자 로버트 패틴슨이 과연 얼마나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연기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테넷’의 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는 22∼23일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료 시사회라는 명목으로 국내 극장가에 ‘테넷’을 미리 공개했다. 코로나19로 극장가가 바짝 얼어붙기 시작하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이틀간 무려 8만4000여 명이 관람했다.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난해한 내용에 국내외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마치 수능이나 자격증 시험을 보고 나오는 기분이었다”며 영화의 신선한 자극에 박수를 치는가 하면,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일반 관객에게 통하겠냐는 회의론이 있다. 해외에서도 매체마다 리뷰가 극과 극이었다. 영국의 가디언은 “크리스토퍼 놀런의 스릴러는 눈부시지만 사람들을 영화로 다시 유인할 수 있을까”라며 별점 5점 만점에 3점을 줬다. 인디와이어도 “오래 기다려 온 놀런 감독의 범죄 스릴러는 유머가 없고 실망스럽다”고 혹평했다. 반면,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해하려고 하지 말라. 그냥 즐겨라”며 5점 만점을 줬고, 엠파이어는 “놀런 감독은 자기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가져오고, 싫어하는 것은 비우면서 ‘놀런표’ 본드 영화를 만들었다”고 4점을 매겼다.

‘테넷’의 국내 흥행은 사실 만만치 않다. 무려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쏟아부어 한국은 물론 북미와 전 세계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흥행을 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가 70%까지 끌어올렸던 좌석 가용률을 다시 50%로 조정한 만큼 평소보다 2배의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놀런 감독은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로 640만 명, ‘인터스텔라’로 1000만 명을 동원한 바 있다. 감독에 대한 팬들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적지 않은 관객을 불러모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승리호’: 한국 최초 우주 SF영화

‘테넷’이 오랜만에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라면 ‘승리호’는 한국형 블록버스터다. 2092년의 미래가 배경이다. 우주 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파괴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 공상과학(SF)영화이다 보니 순수 제작비만 무려 200억 원이 들어갔다. ‘반도’의 160억 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140억 원보다 훨씬 높다. 200억 원이면 단순히 잡아도 65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선 사실상 무리에 가깝다.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등 출연배우들과 조성희 감독의 걱정도 이와 같다. 새로운 장르 도전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을 드러내면서도 한편으론 코로나19가 미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는 한껏 고조된 상태다. 우주라는 소재나 장르의 신선함은 물론 한국식으로 구현한 우주 공간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마침 이달 초 공개된 예고편은 이 같은 기대를 더욱 크게 만들었다. 빠르게 날아다니는 우주 쓰레기와 우주선, 우주선 내부의 조종 공간, 무중력 우주에서의 액션 등 컴퓨터그래픽(CG)이 수천억 원이 들어간 할리우드 우주 SF영화에 못지않아 보였다. 네티즌들은 “이런 시도가 계속 나와야 한다. 잘되건 안 되건 지지한다”거나 “비주얼은 합격점, 제발 스토리만 제대로 만들어서 성공하길…”이라며 응원했다.

조성희 감독은 ‘승리호’가 할리우드 SF영화와 차별되는 점에 대해 “등장인물들이 대출 이자를 걱정하고 된장찌개에 쌀밥을 먹는다. 근사한 초능력을 갖고 슈트를 입은 할리우드 영웅이 아닌 한국의 서민들이 우주선을 타고 날아다닌다는 것이 영화의 가장 큰 개성”이라고 강조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