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 할머니 “악착같이 모은 돈 삼육대에 쾌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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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년간 부동산 중개업 70代 유윤순씨 7000만원 기부

“코로나로 형편 어려워진 학생
걱정 말고 학업 이어갔으면…
딸도 장학금으로 공부 고마워”

신월동 100개 복덕방서 최고령
형편 어려운 노인엔 무료 중개
큰딸 부부도 삼육대 교수 재직

“고생하는 학생들이 돈 걱정하지 않고 학업을 계속 이어가도록 하는 데 기금이 우선적으로 쓰이길 바랍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유윤순(74·사진) 씨는 근검절약하며 평생 모은 돈 가운데 7000만 원을 최근 삼육대에 기부했다. 유 할머니는 최근 기증식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 중개업이 참 많이 어려워졌는데, 딸과 사위한테 들으니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학생도 많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6일 삼육대는 기부금이 유 씨의 뜻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선 전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씨의 기부금은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오랜 세월 아껴 가며 모은 돈이기에 의미를 더한다. 또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 딸이 받았던 장학금에 대한 보은이기도 하다.

충남 논산 출신인 유 씨는 1970년대 상경한 뒤 공사장이나 봉제공장 등에서 날품팔이 일을 하는 등 고생스럽게 젊은 시절을 보냈다. 주변의 권유로 부동산 중개 일을 시작한 게 어느덧 42년이 지나, 지금은 100여 개의 신월동 부동산 중개업소 가운데서도 최고령 중개사로 꼽힌다. 오랜 세월을 거치며 터득한 수완과 넉넉한 인심은 유 씨가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유 씨는 “딸들이 사다 주기 전에는 화장품 하나, 옷 한 벌 사지 않고 외식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씨가 돈을 그저 아끼고 모으기만 한 것은 아니다.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중개 수수료를 받지 않고, 동네의 가난한 사람들을 평소에 눈여겨봤다가 남몰래 쌀·과일 등을 보내곤 했다”는 게 유 씨 주변의 평가다.

유 씨가 이처럼 소중히 모은 자산 일부를 삼육대에 기부한 것은 가족과의 인연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 씨의 큰딸은 삼육대 간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큰사위도 같은 대학에서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유 씨는 “어렵던 시절 딸이 삼육대에 다니면서 장학금 혜택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기부를 결심한 계기에 대해서도 유 씨는 “삼육대는 딸의 모교이자 지금은 딸과 사위의 직장이기도 해, 고마운 마음에 자산을 정리하던 중 일부를 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딸이 학창 시절 받았던 사랑을 돌려주려는 유 씨의 바람에 학교 측도 화답하고 나섰다.

삼육대 관계자는 “평생 모은 자산을 학생들을 위해 기부한 유 씨의 뜻에 감사한다”며 “기부금은 유 씨의 뜻에 따라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연 기자 jaeye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