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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럼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27일(木)
달콤하지만 어리석은 ‘재난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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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금 지급 요구가 분출하는 중에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재난지원금과 같은 형태로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은 어렵다고 한다. 반면, 일부 유력 정치인은 1차 때와 같이 전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을 주장한다.

나름의 논거들이 있겠지만, 지금은 1차 재난지원금의 경험이 있으니 이로부터 나타난 데이터를 중심으로 그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이러한 분석에 근거해 2차 재난지원금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지난봄 1차 재난지원금 정책을 복기해 보자. 많은 우려에도 여당과 정부는 전 국민에게 동일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된 정책이란 점을 강조됐다. 여기서 재난지원금이 노동시장이 매우 유연해 해고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선 보편적인 지급이 이뤄지나, 보호가 강해 소득 감소가 적은 정규직이 많은 유럽 나라에서는 특정 직군의 취약계층에만 한정된 현금 지급이 이뤄진다는 사실은 의도적으로 감춰졌다.

정책 대안은 전 계층 보편지급안과 소득 하위계층 선별지급안이었는데, 각각 14조 원과 10조 원 정도로 추계된다. 이 안들의 효과 측면을 살펴보자. 1차 재난지원금의 목표는 경기부양이었다고 정부는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소득분배 개선과 경기부양 두 가지 모두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돼 가구의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동시에 줄었으나 재난지원금이 소득 하락을 막은 건 사실이다. 이전소득의 증가로 하위 1분위 가구는 소득이 8.9% 증가하고 5분위 가구는 소득이 2.6% 늘어났으며 이에 따라 소득분배가 개선됐다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이는 과거 연도와의 비교에 해당하며, 두 정책 대안의 비교로는 적절한 해석이 아니다. 만일 전 계층 보편지급안이 아닌 선별지급안을 택했다면 5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분이 낮았을 것이며 소득분배의 개선 폭은 더 컸을 것이다. 소비 진작 측면에서도 한계가 뚜렷하다. 2분기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은 67.7%를 기록해 1분기 67.1%에 비해선 소폭 상승했지만 통계적으로 큰 의미가 없으며, 3분기에 다시 평균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득 이전이 소비를 낳기보다는 계획했던 소비를 앞당긴 시차 효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편적 지급에 따른 재정의 소진에 비해 성과는 매우 미진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을 소비자에게 지급하고 이를 사용했을 때, 경제적으로 소비자는 70만 원 정도의 이익이, 소상공인은 인건비와 마진을 포함해 30만 원 정도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산층 이상의 가구에 정부가 이 정도의 이익을 더해 줄 아무런 이유가 없다. 사실 취약계층이나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직접 지급했더라면 훨씬 나은 소득 배분의 개선과 경기 진작이 됐을 것이다.

선별을 위한 행정비용은 우리나라의 행정정보 체계에서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고 보완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재난지원금에 대해 신중한 이유는, 가계에 지원하는 것은 아까운 게 아니라 경제생태계의 선순환에 있어서 기업과 가계가 차지하는 중요성의 차이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장기화한 팬데믹 앞에 기간산업의 구조조정, 대기업을 포함한 중견기업들의 파산, 산업생태계의 재편 등 산적한 과제 앞에서 재난지원금으로 재정 여력을 소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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