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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20년 08월 31일(月)
영원한 19세 소녀… 무대선 ‘재가 되지 않는’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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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 ‘열애’

사람들은 외로워서 만났다가 괴로워서 헤어진다. “이젠 진짜 끝이야.” 마침내 두 사람은 ‘이혼’ 버스에 탑승한다. 아내는 앞줄 왼편, 남편은 뒤쪽 오른편,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다. 이런 사람을 선택한 안목이 한심하고 저런 인간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처량하다. 그러나 미래를 누가 함부로 예측하랴. 버스가 휴게소에 섰을 때 문제의 음악이 그들을 엄호하면서 상황은 돌변한다.

‘그대의 그림자에 싸여/ 이 한 세월 그대와 함께 하나니/ 그대의 가슴에 나는/ 꽃처럼 영롱한/ 별처럼 찬란한 진주가 되리라’ 결혼 전 열애할 때 수없이 듣고 불렀던 그 노래, 제목조차 ‘열애’다. 차가 다시 움직일 때 그들의 마음도 노래를 따라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앞의 그림자와 함께 꽃과 별의 기억도 되살아난 것이다. 터미널에 도착한 후 그들의 발걸음은 법원으로 향하지 않았다. 돌아오는 버스에선 나란히 앉았다. 서류는 찢어졌고 부부의 세계는 복구됐다.

정치는 사람을 갈라놓는 데 반해 음악은 사람을 이어 붙인다. ‘열애’가 품은 사연은 원곡가수 윤시내가 ‘아침마당’(KBS 1TV) 화요초대석(8월 18일 방송)에서 밝혔다. 부부가 직접 가수에게 감사의 편지를 쓴 것인지, 라디오에 띄운 사연을 가수가 전해 들은 건지는 불분명하다. 진위도 그다지 중요한 건 아니다. 분명한 건 아침 토크쇼에 이분이 출연해 한 시간이나 앉아계셨다는 사실이다. 팬들에겐 그 자체가 그의 스타일만큼 파격적이었다.

▲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윤시내는 철저히 이중적이다. 일관성보다는 양면성을 지닌 가수다. 오해하지 말자. 겉으로 선한데 속으론 악하다는 뜻의 이중이 아니다. 무대를 기준으로 안과 밖이 완전히 다르다는 얘기다. 신랑 신부에게 ‘연애는 불꽃처럼 결혼은 풀꽃처럼’하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윤시내야말로 무대 위에선 불꽃처럼 노래하고 무대 밖에선 수줍은 풀꽃의 향기를 내는 사람이다.

인터넷에선 노래보다 나이가 검색어 상위를 차지했다. 솔직히 나도 그의 정확한 나이를 모른다. 연출하다 보면 출연자 호칭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누구누구 씨라고 부르면 언짢아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가끔 생긴다. 그렇다고 몇 년생이냐고 묻는 건 실례다. 비슷한 연배에게 선생님이라고 불렀더니 ‘제가 가르친 적도 없는데 선생님이라니요’하는 분도 더러 있었다. 물론 기분이 상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자주 만나다 보면 누구는 형이 되고 누나가 되고 친구가 되기도 한다. 윤시내 씨는 한결같이 윤시내 씨다. 그가 유지하는 안전거리의 비결일 것이다.

방송에서 출연자 나이를 공개하는 게 유행이다. 한때 나이를 속여야 했던 경우에도 이제는 말할 수 있다며 스스로 당당하게 밝힌다. 주민센터라면 몰라도 음악동네에서 윤시내는 영원한 19세다. ‘난 그런 거 몰라요/ 아무것도 몰라요/ 괜히 겁이 나네요/ 그런 말하지 말아요’(윤시내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 중). 그를 세상에 알린 노래가 영화 ‘별들의 고향’ OST였다는 게 흥미롭다. ‘별들의 바탕은 어둠이 마땅하다/ 대낮에는 보이지 않는다’(정진규 시인의 ‘별’ 중).

‘열애’를 작사한 배경모는 부산MBC 라디오 프로듀서이자 심야방송 DJ였다. 암에 걸려 시한부 생명을 살면서도 아내와 자식을 향한 애절한 사랑은 놓지 않았다. ‘열애’의 스토리는 책과 영화로도 제작됐다. ‘열애’(1979)를 수십 년 부른 윤시내에겐 정작 열애설이 없었다. 그의 자기관리, 절제,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분장실에선 죽도 안 먹은 사람 같다가 무대에 올라가면 불의 여왕으로 돌변한다. ‘태워도 태워도 재가 되지 않는’(‘열애’ 중)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윤시내에게 인생이 뭐냐고, 행복이 뭐냐고 물으면 수줍게 웃다가 노래로 답할 것 같다. ‘당신만 내 곁에 있다면/ 진흙길도 나는 행복해(윤시내 ‘인생이란’ 중). 당신은 노래다. 당신은 노래와 열애 중이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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