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에 글로벌 경영 차질 가시화…위기 몰린 ‘뉴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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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기간만 최장 10년 전망
경영활동 집중 사실상 불가
코로나·美中 갈등 복합위기
대규모 투자 기회 상실 우려

“초유의 복합위기 상황 속에서는 최고경영자 리더십이 결정적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삼성의 유·무형상 기회 손실은 막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로 기소돼 ‘리더십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삼성을 둘러싼 경영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악재에, 사법리스크까지 겹친 초유의 복합위기로 인해 삼성 경영이 ‘시계(視界)제로’에 처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국정농단 재판만 4년째 받는 이 부회장이 새로운 재판을 다시 받게 되자 사법리스크가 최장 10년간 이어져 글로벌 지각변동 속에서 삼성의 주력 사업이 도태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이 지난 1일 이 부회장을 다시 기소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가 동시에 받게 되는 재판은 총 6건으로 늘어났다. 재계는 검찰의 이번 기소로 최소 4∼5년간 법정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4월 시작된 국정농단 1심부터 파기환송심까지 총 74회, 478시간가량 재판에 참석했다. 국정농단사건이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로 파생되면서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됐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불법경영 승계 관련 재판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이 부회장은 재판 준비와 출석을 위해 경영활동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재계는 삼성을 둘러싼 복합 위기가 증폭됐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주력 사업의 실적 감소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외교갈등 등으로 인한 수출 불확실성 △중국 등 경쟁업체 추격 등으로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비상 경영에 돌입했는데 핵심 경영진에 대한 재판이 추가되면서 경영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승자와 패자가 금세 바뀌는 글로벌 시장에서 하이테크기업인 삼성이 신사업 기회와 주도권을 놓칠 가능성이 커진 실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반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글로벌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재계는 장기화된 사법리스크가 조 단위로 투입되는 삼성의 M&A를 비롯해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 달성까지 저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법리스크에 따라 기업 투자 리스크가 커지고 추가 자본 비용이 발생하면 결국 글로벌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도경·장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