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의 지식카페>기댓값 마이너스인 카지노에 열광 왜?…기대효용은 플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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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민식의 과학으로 본 마음 - (13) 판단과 의사결정

주식투자서 적은 수익에 급히 팔고 손실 날 땐 빠르게 못팔아…부정적 감정 훨씬 크게 자각
선거도 ‘틀 효과’ 따른 네거티브 전략 더 잘 먹혀… 인간의 판단 늘 합리적이지는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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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어떤 일을 하고 그 대가로 100% 확실하게 90만 원을 받는 경우와 90%의 확률로 100만 원을 받는 경우(10%의 확률로 아무 수익도 없는 경우)가 있다면 어떤 경우를 선택하겠는가? 강의실에서 대학생들에게 물어보면 전자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이제 질문을 바꿔서, 여러분이 100% 확실하게 90만 원의 손실을 보아야만 하는 경우와 90%의 확률로 100만 원의 손실을 보는 경우(10%는 아무 손실도 없는 경우) 중에 선택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물론 개인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강의실에서 물어보면 다수가 후자를 선택한다.

우리는 중·고교 시절, 기댓값(expected value, 기대 가치라고도 함)에 대해 배웠다. 100원짜리 동전의 앞면(통상 그림이 있는 면)이 나오면 100원을, 뒷면(숫자가 있는 면)이 나오면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게임을 한다고 할 때,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각각 50%라고 한다면, 이 게임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댓값은 50원이 된다(즉, 앞면이 나올 확률인 2분의 1 곱하기 100원과 뒷면이 나올 확률 곱하기 0원을 더한 값이 기댓값이 된다).

마찬가지로, 위의 질문에서 90만 원의 수익이 100% 나는 경우와 100만 원의 수익이 90%의 확률로 나는 경우의 기댓값을 구해보면 모두 90만 원으로 동일하고, 손실의 경우도 모두 마이너스 90만 원으로 동일하다. 수익의 기댓값은 같은 90만 원이지만, 사람들은 확실한(100%) 90만 원 수익을 90%의 100만 원보다 더 선호한다. 하지만 손실의 경우는 양상이 반대로 나타난다. 즉, 손실과 관련된 두 번째 질문에 기댓값은 마이너스 90만 원으로 같지만, 다수의 사람은 확실한(100%) 90만 원의 손실보다는 90%의 100만 원 손실을 선호하는 것이다. 왜 그럴까?

우리 인간은 계산기처럼 90만 원의 수익과 90만 원의 손실이 모두 동일한 절댓값 90만 원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90만 원의 손실을 90만 원의 수익보다 훨씬 더 크게 느끼고, 같은 금액의 수익으로 느끼는 긍정적 감정보다는 같은 금액의 손실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훨씬 더 크게 지각한다.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의 경우 10%의 확률로 아무것도 받지 못할 부정적 경험을 피하려고 비록 조금 작은 수익이지만 확실한 수익을 선택하게 된다. 반면에, 두 번째 질문에서는 100% 손실을 보는 상황을 어떻게든 피하려고(손실을 피할 수 있는 10%에 희망을 걸고) 조금 더 큰 돈인 100만 원 잃을 확률이 90%인 모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에서 적은 수익에 급히 팔고, 손실이 날 때는 그 주식을 빠르게 팔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적은 수익이라도 확실한 수익을 취해서 혹시 모를 손실을 회피하려 하고, 손실 중인 상황에서는 매도하는 순간 손실이 100% 확정이 되는 경우와 같아서 100% 잃는 것을 회피하고 혹시 모를 상승(가령 10%의 확률)에 대한 희망으로 손실을 더 키우는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경제학자들이 생각했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소위 ‘경제적’ 인간과는 거리가 있다. 만일 우리가 중·고교 때 배웠던 기댓값에 근거해서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면, 기댓값이 같은 경우 비슷한 선호도를 보여야 한다. 더욱이 기댓값이 마이너스 값을 가지게 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로또나 도박, 보험 등은 우리가 투자한 금액보다 적은 기댓값을 지불한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앞면이 나오면 여러분이 8000원을 얻고, 뒷면이 나오면 만원을 잃게 되는 게임을 하자고 하면 어떨까? 많은 분이 화를 낼지도 모른다. 기댓값이 음수(0.5×8000-0.5×10000=1000원 손실)라서 손실을 볼 것이 뻔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오늘도 기댓값이 마이너스인 카지노와 보험회사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며 게임을 하고 보험을 구입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고 예측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생각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일의 수학적, 금전적 가치(기댓값)뿐 아니라 그 일로 인한 긍정적 혹은 부정적 감정과 같은 주관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를 효용(utility)이라고 한다. 따라서, 도박의 경우 기대가치는 마이너스지만, 도박을 즐기는 사람에게 도박의 기대 효용은 플러스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원을 투입해서 8000원을 딸 확률이 10%고, 잃을 확률이 90%인 슬롯머신의 경우 기대가치는 -100원(8000×0.1-1000×0.9)이다. 하지만 도박을 즐기는 사람의 경우 이겼을 때 얻는 8000원에 더하여 쾌감이 포함된 효용이 9000원이고, 1000원을 잃었을 때는 사소하다 느껴서 그 효용이 -900원이라면, 이 사람의 기대 효용은 플러스 90원(9000×0.1-900×0.9)이 된다. 쾌감이 사라지고 잃는 것이 더 이상 사소하다고 느껴지지 않아서, 기대 효용이 마이너스가 되기 전까지는 이 사람에게 도박은 여전히 매력적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이 내는 보험료의 효용을 금전적 가치보다 작게 느끼고, 보험이 없을 경우 들어갈 금전적 부담과 부정적 감정 등을 해결해 주는 가치를 주관적으로 높게 생각하면 보험 구입의 기대 효용은 플러스로 바뀔 수 있다.

객관적인 이득이나 손실이 우리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가치와 정비례하지도 않고, 이득과 손실 구간 각각에서 판단하는 주관적 가치의 변화 기울기가 다름을 보여주는 카너먼(Kahneman)과 트버스키(Tversky) 교수의 연구는 경제학 분야에도 큰 기여를 해, 2002년 카너먼 교수는 인지심리학자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트버스키 교수는 1996년 작고). 이들이 제안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에서 손실과 이득에 따른 주관적 가치의 함수를 <그림 1>과 같이 표현했는데, 이 그림을 보면 이득 구간에서의 가치 증가 속도보다 손실 구간에서는 가치 하락 속도가 더 빠르며, 이득과 손실이 극단으로 갈수록 주관적 가치의 증가나 하락 폭은 점점 줄어든다.

가령, 여러분이 A 서점에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딱딱한 심리학’(1만5000원)이라는 책을 사려고 하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같은 책이 100ｍ 떨어진 B 서점에서 1만 원에 판다고 알려줬다면, 여러분은 B 서점으로 갈 것인가? 먼저 생각해 보고 다음 질문을 읽기 바란다. 이제, 다른 상황을 생각해 보자. 여러분이 오랜 기간 원했던 모 회사 제품의 명품 시계(335만 원)를 A 백화점에 가서 사려고 하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동일한 시계를 100ｍ 떨어진 B 백화점에서 334만5000원에 판다고 알려 줬다면, 여러분은 B 백화점으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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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필자의 수업을 듣는 대학생들처럼 더 싼 책을 사기 위해서는 B 서점으로 갈 테지만, 시계의 경우는 그냥 A 백화점에서 구입하겠다는 결정을 할 것이다. 첫 번째 상황이나 두 번째 상황 모두 100ｍ 걷는 수고를 통해 5000원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 판단을 한다면 두 경우 모두 같은 행동을 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에서 예측하는 것처럼(<그림 1> 참조), 같은 5000원이라도 1만5000원에서 1만 원으로 비용이 줄어들 때 느끼는 주관적 가치는 335만 원에서 334만5000원으로 비용이 줄어들 때 느끼는 가치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4000만 원 자동차에 가죽시트 옵션으로 200만 원을 더 지불하는 것에는 별 고민을 하지 않지만 거실 소파를 200만 원 들여서 새로 장만한다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다. 이 역시 같은 200만 원이라도 4000만 원에서 200만 원 증가할 때 느끼는 주관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인데, 우리가 거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음을 생각해 보면 우리의 판단이 그렇게 현명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 이것뿐이랴, 결혼이나 장례 지출 비용 등을 보면, 전체적인 지출이 커진 상황에서 추가로 몇백만 원을 더 쓰는 것에 둔감해진 소비자를 상대로 한 마케팅은 곳곳에 숨어 있다.

경제적 가치 판단뿐 아니라 어떤 정책을 결정하고, 어떤 후보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할지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도 위와 비슷한 기전이 작동될 수 있다. 가령,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600명이 바이러스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A라는 백신을 사용하면 200명을 살릴 수 있고, B라는 백신을 사용하면 33.3%의 확률로 모두 살리거나 66.6%의 확률로 모두 죽는다면, 어떤 백신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실험 결과, 다수의 사람은 확실하게 200명을 살릴 수 있는 A백신을 선택했다. 하지만 “600명이 바이러스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C라는 백신을 사용하면 400명이 죽게 되지만, D라는 백신을 사용하면 33.3%의 확률로 모두 살리거나 66.6%의 확률로 모두 죽는다면, 당신은 어떤 백신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에는 다수의 사람이 D백신을 선택했다. 사실, 위의 모든 백신이 살릴 수 있는 기댓값은 200명으로 동일하다. 차이점은, 첫 번째 질문은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대안(백신 A)을 포함한 반면, 두 번째 질문은 확실하게 죽는 대안(백신 C)이 포함된 것뿐이다. 사람들은 같은 기댓값이라도 대안을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이를 ‘틀 효과(framing effect)’라고 부른다)에 따라 확실하게 살릴 수 있는 쪽에 무게를 둬 제시된 A 백신을 선호하고 66.6%의 확률로 모두 죽는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거나, 확실하게 400명이 죽는 C 백신을 피하기 위해 D 백신을 선택해 33.3%의 확률로 모두 살리거나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는 모험을 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이다.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말이나 물이 반밖에 없다는 말은, 사실 물리적으로 같은 상태를 다른 틀(frame)에서 표현한 것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틀 안에서는 우리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A와 B, 두 명의 유력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에서, “A 후보에게 투표해서 A 후보가 당선되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나 “B 후보에게는 투표하지 마세요. B 후보는 절대로 당선되면 안 됩니다”라는 말은 사실 같은 말이다. 하지만 전자는 이득에, 후자는 손실에 무게를 둬 판단을 내리게 한 것이고, 같은 이득과 손실의 양이라도 우리가 느끼는 주관적 가치는 손실 쪽에서 더 급격히 하락한다는 점을 이용한 네거티브 전략인 것이다.

인간의 판단과 의사결정은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리의 비합리적, 비이성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기전들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예측 가능하고 설명 가능하다. 많은 인지심리학자는 인간의 정보처리 과정에서 어떤 정보들이 선택되고 저장되어 의사결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용되는지를 연구함으로써 다양한 의사결정 방식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밝혀왔고 지금도 연구 중에 있다.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용어설명

틀 효과(framing effect) : 어떤 사안이 제시되는 방법에 따라 동일한 사안이라고 해도 그에 관한 사람들의 해석이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인식의 왜곡 현상. 가령 “컵에 물이 반이나 남았다”는 말과 “물이 반밖에 없다”는 말은 물리적으로 같은 상태를 다른 틀(frame)로 표현한 것일 뿐이지만, 각각에 대한 사람들의 판단은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