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했습니다>김밥 도시락에 감동한 佛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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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듀센(25)·이지연(여·31) 부부

지난 7월 결혼했습니다. 2018년 제(지연)가 영국 유학생활을 할 때 같은 학교에 다니던 남편을 처음 만났습니다. 학교 무도회에서였죠. 공통 지인이 있어 합석해 얘기를 나눴는데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호감을 표시할까 고민하다 도시락 데이트를 떠올렸습니다. 도시락 메뉴는 ‘김밥’으로 정했습니다. 외국인 친구들에게 인기 만점 메뉴거든요. 아침 일찍 일어나 정성스레 김밥을 싸서 도시락통에 담았습니다. 그 후 별일 아니라는 듯 제롬에게 다가가 점심을 함께하자고 제안했죠. 귀여운 제롬은 제 흑심을 모르는지 해맑게 절 따라왔습니다(후후). 그리고 김밥을 꺼내 그에게 보여줬죠. 제롬은 “직접 만든 거라고?! Oh My God. 너무 감동적이야!”라며 좋아했고요. 나중에 제롬과 연애를 시작하고 물어보니 누군가를 위해 도시락을 싸온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흔한 도시락 데이트인데 프랑스에서는 아니었나 봐요. 문화 차이가 저희 둘을 이렇게 이어줬네요. 시간이 흘러 제롬은 벨기에, 저는 독일에서 직장을 구하게 됐습니다. 장거리 연애가 시작된 것이죠. 둘이 함께 학교에 다닐 때는 매일 얼굴을 볼 수 있었지만, 국경(國境)을 넘다 보니 얼굴을 보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한 달에 두세 번 제가 벨기에로 가거나, 제롬이 독일로 오면서 사랑을 이어갔습니다. 장거리 연애에 지쳐갈 즈음 우리 모두 결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저나 제롬이나 ‘어차피 결혼은 너와 할 것 같으니 지금 빨리 해버리자’는 생각이었죠.

독일 라인 강변에서 제롬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두 달 만에 결혼했어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지금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난리라 결혼식은 단출하게 진행됐습니다. 빨리 코로나19가 진정되고 제롬과 제대로 된 결혼식을 올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sum-la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