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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03일(木)
‘치느님’ 강림전… 태초에 ‘60년대생’ 전기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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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일산 ‘누룽지 품은 닭’의 대표 메뉴. 장작불에 구운 닭을 누룽지 위에다 올려서 먹는다.

■ 한국은 ‘치킨 공화국’

71년 국내 첫 해표식용유… 치킨 대중화 동력
80년대 KFC 대항마로 탄생한 것이 양념치킨
한류열풍 타고 ‘치맥’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프랜차이즈 브랜드 409개, 통닭집 8만곳…맛에도 지역색
허니버터·마라·치즈가루 만나 무궁무진 진화


“ㅈ(죽음)과 ㅌ(탄생) 사이엔 ㅊㅋ(치킨)이 있다.” 진위는 확인되지 않지만 장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가 했다는 “B(탄생·birth)와 D(죽음·death) 사이에 C(선택·choice)가 있다”는 금언(金言)을 패러디한 것이다. 물론 초이스의 C를 치킨(chicken)으로 바꾼 말도 있다. 절절하게 치킨을 찬양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 종류의 음식이 이토록 사랑받을 수 있을까.

현대 한국인에게 치킨은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식단이 됐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대한민국 치킨집 숫자가 더 많다는 말이 돌 정도다. (실제 그렇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는 시점에 배달에 적합한 메뉴인 것도 매력적이다. 비록 날개는 달고 있지만 살아선 날지 못하는 닭, 튀김옷을 입어야 비로소 훨훨 나는 치킨의 세계에 대해 알아봤다.

▲  왼쪽부터 대구 뉴욕통닭의 양념통닭. 서울 문래동의 마늘 통닭. 경기 수원의 매향통닭. 서울 상수동의 정닭 가라아게.

닭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도축되는 동물이다. 사육 기간이 짧고 비용도 적게 들면서 훌륭한 백색육 단백질을 제공하는 가금류. 덕분에 가장 저렴한 육식이며 범세계적으로도 공평한 고기가 됐다. 그래서 나라별로 수많은 메뉴가 있다. 굽고 삶고 찌고 튀기고 국을 끓이고. 조리법이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유독 치킨이 인기다. 치킨이란 닭이나 새의 새끼를 일컫는 말이지만 여기선 기름에 튀겨낸 프라이드치킨(fried chicken)을 특정한다.

한국식 치킨이란 말이 세계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우리 치킨의 명성은 드높다. 국내에서 매년 5억 마리 이상의 닭이 도축되는데 그중 60% 이상이 치킨으로 유통된다.

지난해 KB경영연구소의 자영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2월 기준 전국에 ‘통닭(치킨)’ 또는 ‘호프·통닭’으로 인허가를 낸 음식점은 약 8만7000곳이었다.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무려 409개에 2만4602곳의 가맹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루 5마리만 판다고 해도 50만 마리가 넘는다. 찜닭이나 닭곰탕, 닭볶음탕, 삼계탕은 빠진 수치다. 실로 ‘치킨 왕국’이라 할 수 있겠다.

가슴살과 넓적다리 살 등을 제거하고 남은 부위를 바싹 튀겨먹던 미국 남부 흑인의 솔 푸드(soul food)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까지는 한두 세기의 기간이면 충분했다. 국내 프라이드치킨 역사는 그보다 짧다. 이유는 나중에 설명하겠지만 50년으로 본다. 피자와 햄버거 등과 함께 외국계 패스트푸드로 들어왔지만 가장 먼저 ‘귀화’했다.

일찌감치 미군 부대 인근에서 치킨이 등장했지만 비싼 닭값과 기름 등 식자재, 조리비용 등으로 대중화되지 못하다가 1960년대 전기구이 ‘통닭’이 등장하며 치킨 전성시대의 서막이 열렸다. 장소는 땅값 비싼 ‘명동’에 이름도 ‘영양센터’. 호사스러운 외식 메뉴로 데뷔했다. 1970년대 육계와 콩기름이 대량 생산되며 저렴해진 것이 치킨 대중화에 커다란 동력이 됐다. 1971년 국내 최초의 식용유 해표식용유가 나온 것이 국내 치킨의 역사를 반세기로 보는 유력한 단서다.

이때부터 누구나 닭을 튀겨 팔기 시작했다. 닭장과 가마솥을 갖춘 ‘시장 통닭집’이 곳곳에 등장했다. 전기구이의 순수한(?) 맛은 치킨의 기름 맛을 감히 따르지 못했다. 1977년 국내 최초의 프라이드치킨 호프집을 표방한 림스치킨이 신세계백화점에 문을 열었다. 당시 림스치킨은 조각당 400원이란 비싼 가격(당시 버스요금 35원)에도 불구하고 방문객들의 줄을 세우는 등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1983년에는 치킨의 본고장 미국(제7회 엑스포83 뉴욕 국제발명전)에서 치킨 양념 파우더로 수상하는 등 이때부터 대한민국 치킨 산업의 가능성이 비쳤다. 2년 뒤에는 국내 최초 패스트푸드점인 롯데리아가 소공동에 개업하며 프라이드치킨 한 조각을 450원씩 받고 팔았다. 치킨은 신문화의 상징이 됐다. 닭 다리를 뜯으며 데이트를 즐기고 퇴근 후 생맥주를 마시는 것이 일상의 즐거움이 됐다. 이 무렵 다동, 무교동, 명동, 소공동 등 오피스가에 ‘통닭집’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  대만 타이중 야시장의 인기 메뉴인 한국식 치킨 광고 현수막.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이 열렸던 1984년은 대한민국 치킨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였다. 하얀 양복을 차려입은 샌더스 대령이 서울 종로에 들어섰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의 상륙이었다. 다른 ‘통닭’보다는 굉장히 비쌌지만 젊은 층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때부터 통닭 대신 치킨이란 이름을 얻었다. KFC에 대항할 방법을 찾던 대한민국 치킨계에 홀연히 등장한 것이 ‘양념치킨’이다. 달달하고 매콤하면서도 짭조름한 맛,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그 양념과 촉촉하고 바삭하게 튀겨낸 치킨이 만났다. 1986년부터는 양념치킨 브랜드가 줄을 이었다. 멕시칸양념치킨, 처갓집양념치킨, 이서방양념통닭, 스모프양념통닭, 멕시카나, 사또치킨, 교촌치킨, BBQ, 네네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부어치킨 등이 속속 등장해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한류 드라마 열풍을 타고 날개를 얻은 치킨은 중국, 동남아, 유럽까지 갔다. 관광산업에서도 ‘치맥’은 핵심 키워드 중 하나가 됐다. 외국인들이 코리안 스타일 프라이드치킨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중국인들은 한국에 와서 맥주와 함께 ‘한식작계(韓式炸鷄)’를 즐기는 것을 최고의 트렌드로 여겼다. 지금도 치킨은 대한민국 외식 프랜차이즈 산업 중 가장 큰 영역(21%)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은 거대해지고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다양한 제품이 쏟아졌다. 그동안에는 그저 튀김옷만 입혀 잘 튀겨내면 끝이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양념도 달착지근한 것부터 짭조름한 간장소스, 벌꿀을 가미한 허니버터양념, 마라(麻辣)소스, 치즈 가루, 시즈닝 가루양념까지 다양해졌다.

치킨 브랜드는 서울에서 지방으로 확산한 게 아니라 대부분 지방에서 인기를 얻어 상경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대구·경북(TK) 브랜드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80년대 멕시칸양념치킨부터 간장소스의 대구통닭, 스모프양념통닭, 처갓집양념치킨, 교촌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땅땅치킨 등 브랜드가 모두 TK 출신이다. 대구 시민들의 치킨 사랑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대구에만 2000여 곳의 치킨집이 있으며 이 중에는 뉴욕통닭, 동문통닭, 원주통닭 등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치킨맛집’이 여럿이다. 대구에 치킨집이 많은 건 미군 부대에서 일찌감치 프라이드치킨 문화를 접했으며 예전에 육계를 도축하는 도계장이 대구 인근에 몰려 있어 닭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는 설이 있다.

아무튼 대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치킨의 수도’로 인정받으며 매년 치맥 페스티벌을 치러 국내외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8월 말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코로나19의 재감염 확산에 따라 취소됐다) 대구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오래된 치킨 노포들이 남아, 아이돌 그룹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의 공략에도 근근이 버텨내고 있다. 서울과 대구, 부산 등 인구가 많은 광역시를 제외하면 역시 인계동 통닭거리로 유명한 수원시가 치킨도시에 명함을 올렸다. 2000여 곳의 치킨집이 성업 중이다. 창원시와 부천시, 청주시 등도 치킨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재미있는 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도 지역 특유의 입맛이 작용한다는 것. 부산은 의외로 10위권 밖인 썬더치킨이 1위, 이어 처갓집양념치킨, 교촌치킨 순으로 전국 순위와는 많이 다르다. 울산과 경남에선 처갓집양념치킨이 1위다. 대구에선 호식이두마리치킨과 땅땅치킨이 선두권을 지키고 있으며, 서울을 제외한 대전, 충남권, 강원권에선 전통의 브랜드 페리카나가 최고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한국은 애초 치킨을 맥주 안주로 들여왔다. 호프집 위주로 판매하던 것이 배달형 외식 업태로 변화했다. 중국이나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는 밥과 함께 먹는다. 필리핀 로컬 패스트푸드 브랜드 졸리비(Jolliebee)에서는 밥 위에 치킨을 한 조각 올린 ‘치킨 라이스’를 판매한다. 일본에서도 닭튀김 가라아게(唐揚げ)를 반찬 삼아 밥과 먹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누룽지나 볶음밥 등을 치킨에 곁들여내는 ‘치밥’이 대중화되고 있는 단계다. 치킨은 열량이 높고 염지가 들어간 덕분에 짭조름해 반찬으로도 충분하다.

특히 양념치킨의 경우 달달하지만 고추장 덮밥처럼 즐길 수 있어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먹을까

바삭한 가라아게 원한다면 상수동, 가마솥닭 생각날땐 수원으로


치킨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괜찮은 집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치킨의 다양한 메뉴를 잘하는 집을 꼽았다. 배달이나 테이크아웃을 하는 집이다.

◇뉴욕통닭 = 이름은 뉴욕이지만 정작 뉴욕에는 없는 순한국식 가마솥에 양념통닭을 한다. 치맥의 고향 대구에 있지만 퇴근 후 치맥 한잔하기는 어렵다. 준비해놓은 재료를 모두 팔면 문을 닫는데 그게 보통 점심이나 오후쯤이다. 미리 전화 주문을 넣어 놓고 찾아가야 한다. 대구 중구 종로 12. 프라이드 1만7000원, 양념치킨 1만8000원.

◇정닭 가라아게 = 일본 정통식 가라아게를 줄곧 선보여온 집이다. 연남동에서 하다 이번 봄 상수동으로 옮겼다. 얇지만 바삭한 튀김옷에 특유의 맛이 들었다. 주문 즉시 튀겨 내기 때문에 뜨거운 닭튀김을 맛볼 수 있다. 칼칼하고 짭조름한 겉은 바삭하고 속살은 육즙을 가득 품고 있다.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 28. 가라아게 1만8000원.

◇매향통닭 = 수원 통닭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집으로 이 골목의 원조 격이다. 다소 작은 닭에 얇은 튀김옷을 입혀 껍질을 바삭하게 튀겨 내는 정통 ‘수원통닭’식 치킨이다. 샛노란 튀김옷에 고소한 닭맛이 배어들었다. 베어 물 때의 아삭한 첫맛부터 식빵처럼 부드러운 뒷맛까지 좋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17. 1마리 1만6000원.

◇누룽지 품은 닭 = 참나무 장작불 화덕에 빙글빙글 돌려 굽는 장작구이다. 닭 자체의 기름만 이용하는데 껍질 쪽으로 몰린 지방이 스스로 ‘튀김’ 효과를 내서 바삭하게 익는다. 다 익으면 빠른 속도로 해체해 철판 누룽지 위에 올린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일현로41번길 16. 땡초파닭 2만 원, 누룽지 품은 닭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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