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 인터뷰-김지영 >봄엔 산가요록, 여름엔 시의전서, 가을은 규합총서 통해 메뉴 구성

‘규반’ 올 주제는 ‘古조리서’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규반’의 김지영 오너셰프가 정한 올해 주제는 옛 요리책, 즉 ‘고(古)조리서’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별로 한 권씩 조리서를 정해 책에 등장하는 재료나 조리법 등을 토대로 규반의 메뉴를 구성한다. 지금까지 선정한 조리서는 봄에는 ‘산가요록(山家要錄)’, 여름은 ‘시의전서(是議全書)’, 가을은 ‘규합총서(閨閤叢書)’다. 이 조리서들은 어떤 책일까.

산가요록은 조선 전기에 의관을 지낸 전순위가 산사(山寺)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농업과 의생활, 식생활 정보를 정리한 책이다. 1450년에 나온 이 책은 조리법이 등장하는 책 중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다. 책에는 230가지의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이 실려 있다. 지금은 사라진 다양한 음식이 등장하는데, 꿩고기로 만든 수제비인 생치저비(生雉箸飛)를 비롯해 창면(昌麵), 진주면(眞珠麵), 자화(刺花) 등 생소한 국수와 생선껍질에다 도라지, 새우가루를 넣고 끓이는 대구어피탕 등이 소개돼 있다.

여름의 조리서는 시의전서다. 현존하는 옛날 음식 책 중에서 다양한 음식이 가장 잘 분류되고 정리된 책이다. 근대 이후 음식이 변화되기 이전인 조선 말엽 음식의 전통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사료다. 한글 필사본으로만 전해지는 까닭에 정확한 저자와 연대를 알 수 없다. 상하 2권으로 이뤄져 있는데 상권에는 장, 김치, 밥, 찜, 탕, 면, 만두, 전골, 나물 등의 음식을, 하권에는 약주, 두부, 쌈, 엿, 젓갈, 생선류 등의 조리법을 기록했다. 음식명은 한자와 한글을 병기했고, 상세하게 기록한 조리법을 구체적으로 분류해 음식을 정리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자주 쓰인 것으로 미뤄 보아 당시 유력한 경상도 지역 양반집 음식 조리법으로 짐작된다.

가을 조리서로 정한 규합총서는 부녀자들이 알아야 할 가정 살림과 일반교양에 대한 내용을 정리해놓은 백과사전이다. ‘규합’이란 부녀자가 거처하는 방을 뜻한다. 빙허각 이씨가 1809년 만든 이 책에는 술과 음식, 바느질, 길쌈, 병 다스리기, 살림 등 다양한 내용이 실려 있다. ‘사대부가 음식을 먹을 때 생각해야 할 다섯 가지’나 ‘별미’ ‘먹지 말아야 할 것’ 등에 대한 정보도 적어 놓았다. 규합총서가 꼽은 별미는 생새우로 만든 적, 기름을 끼얹은 떡 등이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먹지 말아야 할 것으로 닭의 간, 생선의 乙(을) 자 모양 뼈 등을 꼽았다.

박경일 전임기자 park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