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결산’대충 심사도 民意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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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정치부 차장

결산안 심사는 올해도 법정 시한인 8월 31일(정기국회 개회 전)을 지키지 못했다. 2004년 법정 시한이 도입된 후 이를 준수한 건 2011년 단 한 차례에 그쳤으니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매년 5월 31일 국회에 제출되는 결산안 심사를 8월 중순에야 시작하는 국회 관행은 올해도 반복됐다. 8월 임시국회 일정을 합의하면서 결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정기국회 기간인 9월 4일로 잡은 여야는 애초부터 법정 시한을 준수할 의지가 없었다. 결산 심사가 법정 시한을 넘겼으나, 사과 한마디 안 나온 이유일 것이다. 심사 지연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회 폐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21대 국회 들어서 ‘일하는 국회’가 유행처럼 회자되지만, 결산은 여전히 관심 밖이다. 60건 넘게 발의된 국회법 개정안 중 결산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은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처음 제출되는 결산에 대한 심의·의결 시한을 한 달 늦추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결산 심사를 정기국회 전에 처리하도록 한 국회법 취지에 어긋난다. 정기국회 개회 전에 결산안을 처리하도록 한 것은 예산안을 편성할 때 결산 지적 사항을 반영하라는 뜻이 담겼다. 법이 개정돼 심사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국정감사 등 정기국회에서 진행하는 다른 일정을 고려하면 심사가 강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히려 여당은 예산·결산안을 분석해 의정활동을 돕는 국회예산정책처를 공격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제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예산처가 비판적인 보고서를 내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예산처의 본래 기능이 정부 견제라고 하지만, 작은 문제를 침소봉대하거나 ‘지적을 위한 지적’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예결위 심사 과정에서 정치적 현안에 질의가 집중되는 모습은 올해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휴가 문제와 부동산 대책 등에 질의를 집중했고, 여당은 월성1호기 감사를 진행 중인 최재형 감사원장을 공격했다. 한 중진 의원은 “정치인이 현안을 질의하는 걸 탓할 순 없다. 그러나 회의 발언은 주목을 받기 쉬운 정치적 사안으로 채우고, 결산 지적 사항은 모두 서면 질의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결산’ ‘조국 결산’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나마 올해는 국회 일정이 전면 중단될 정도의 큰 정치적 갈등은 없어서 결산 심사가 하염없이 늘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예년보다는 낫다는 자조 섞인 평가도 나온다. 2017년과 2018년에는 12월에야 결산안을 처리했고, 지난해에는 10월 22일 결산안 심사를 끝냈다.

국회의원이 결산안 심사에 열의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예산안과 달리 지역구나 지지층 관리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대대적으로 홍보할 수 있고 표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산의 경우 잘한다고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정치적·개인적 이해관계가 걸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규모가 555조8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해마다 예산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결산을 ‘가욋일’처럼 여기는 건 곤란하다. 예산과 결산은 별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