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열일곱에 떠난 내 고교 절친… 30대가 됐어도 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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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1987∼2004)

그리운 나의 친구 진욱아. 네가 떠난 지도 벌써 16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고통도, 근심도 없는 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초가을 바람에 흘러가는 흰 구름을 보니 너의 얼굴이 아득히 떠오른다.

이제는 가고 없는, 먼 하늘 바람에도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나의 절친 이진욱. 우리의 첫 인연이 시작되던 그날을 기억하니? 꿈도 많고 말썽도 많이 부리던 질풍노도의 고교 시절. 학기 초 서먹서먹함을 풀어보자고 네가 먼저 말을 걸었지. “떡볶이 먹으러 갈래?”라는 시시한 말로 우리는 말을 텄던 것 같아. 공부나 단체생활에는 재능도 관심도 없었던 우리는 서로 마음이 맞아 그 후로 둘도 없는 단짝이 됐지. 좋은 일을 하거나 사고를 칠 때도 늘 함께하곤 했잖아.

세상이 날 알아주지 않아도, 뭐 하나 잘나가는 일이 없어도 함께할 친구가 있다는 게 나에겐 큰 힘이 됐단다. 너도 나에게서 그런 위안을 받지 않았을까 싶은데 너는 어땠는지 궁금하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보다 가슴 아파 하며 그리워하는 시간이 더 길 것이라고는 그때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금도 네가 먼 길을 떠나던 그날의 기억이 또렷하구나. 유난히도 을씨년스러웠던 2004년 초겨울.

“인마, 너 또 어디 가!”라는 내 말에 씨익 웃으며 내일 다시 보자고 손 흔들던 게 너의 마지막 모습이었지. 너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한동안 넋이 나가, 네가 죽었다는 사실이 꿈이기를 바라며 얼마나 고개를 내둘렀는지….

그렇게 우리는 짧은 인연을 마감하고 생과 사의 다른 길로 갈라섰구나. 네가 돌아올 수 없는 먼 여행을 떠난 그 거리를 지날 때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지는 걸 느낀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니 그런 기억들도 조금씩 퇴색돼 이제는 너 없는 세상에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때의 슬픔도 절망도 무뎌져서 너에게 미안한 마음에 무심한 나를 자책해 본다. 그래도 너에 대한 그리움은 여전히 우리 둘을 이어주고 있나 보다. 네가 있는 그곳은 어떤 곳인지 알 수가 없구나. 거기서도 인간 세상의 희로애락이 다 있는지….

먼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난다면 너는 어떤 모습일지 가끔 생각해 본다. 아직도 앳된 고교생의 모습 그대로일까. 나는 어느새 30대 아저씨가 돼버렸는데…. 너도 나처럼 나이 먹어 아저씨가 됐는지 궁금하네. 그동안 나에겐 많은 일이 있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잠깐이나마 대학생활도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 여러 가지 일을 겪고, 이제는 어엿한 직장인이 돼 나름 성실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학창시절 너와 떡볶이 먹으러 뛰어다닐 때의 앳된 고교생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없을 거야.

하지만 네가 날 못 알아본다 하더라도 나는 널 금방 알아볼 수 있을 거야. 그때가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날이 오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던 시간을 되돌리고 싶구나. 그때까지 널 잊지 않고 그리워하고 있을게.

다시 만나는 그날, 옛날의 그 환한 미소를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보고 싶구나, 진욱아.

친구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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