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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평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08일(火)
文 ‘임기 말 신드롬’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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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특임교수

文정부 집권 4년 차 현상 뚜렷
대통령·측근들 과신과 조급증
코로나 와중에 의료계를 압박

역대 정권의 전철 되풀이 양상
대통령 배출 정당 모두 사라져
정당민주주의 허무는 악순환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양상은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이 보여준 집권 4년 차 신드롬을 그대로 보여준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와중에 공공의대 신설을 비롯한 의료 제도 관련 4대 쟁점 현안을 추진하려는 데 대해 의사들이 격렬히 반대하자 ‘원점 재논의’라는 미봉으로 수습하고 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4년 차 집권 대통령과 측근들의 과신, 임기 만료 전에 업적을 내려는 과욕에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의 행태를 분석해 보면 집권 초기에는 정책 관련 이해 당사자들과 소통하면서 열심히 설득하고, 국민 여론도 살피는 등 조심스럽게 국정을 운영하다가 집권 후반기에 가면 무리하게 정책을 밀어붙인다. 특히, 대통령과 측근들이 국정 운영에 자신감이 붙어서 ‘이제 내 방식대로 해도 문제없어, 일부 반대는 몰라서 하는 거니까 너무 신경 쓸 필요 없어’ 하는 사고방식이 지배하게 된다. 더구나 현 정부는 4·15 총선 대승과 함께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으니 더욱 자만에 빠질 만하다. 그리고 대통령 측근들이 5년 차 레임덕에 들어가기 전에 정책을 빨리 추진하려고 서두르는 바람에 새로운 정책 집행에 필요한 정교한 전략 없이 덤비게 된다.

그동안 이런 4년 차 집권 신드롬을 여러 차례 봤다. 1996년 12월 김영삼 정부가 4년 차 말기에 국회에서 무리하게 노동법 개정안을 날치기 처리하는 바람에 레임덕을 가속시킨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난데없이 ‘대통령 4년 연임제’ 원포인트 개헌을 제의하자, 반대 세력은 물론 집권 세력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정치적 분란만 초래한 것은 또 다른 사례다.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정부가 무리한 공천을 하는 바람에 여당 분열, 총선 패배, 탄핵 정국으로 가는 길을 연 것도 집권 4년 차의 오만과 과욕의 산물이었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에 ‘촛불혁명’을 강조하면서 ‘역대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더구나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은 다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 정부도 지난 정부의 과오를 반복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하고, 신기하다는 생각도 든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었고, 특히 앞으로 가는 길이 보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과오를 한 번 더 재현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지난 정부들은 집권 말기에 대통령 가족이나 측근의 비리가 터져서 지지도가 급락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아들 구속,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 비리,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 관련 신정아 사건, 이명박 대통령의 형님 구속,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최순실 씨 사건 등이 모두 정권 말기에 발생해 대통령의 지지도를 크게 떨어뜨렸다. 신기한 것은, 이런 비리들이 정권 중반까지 소문으로 나돌다가 정권 말기에 공식적으로 터진다는 점이다. 비리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이들이 서슬 퍼런 권력의 힘이 떨어지는 정권 말기에 언론이나 사정 당국에 사실을 털어놓기 때문일 것이다. 현 정권은 예외일까? 지금 소문으로 나도는 비리들이 정권 말기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두렵다.

또, 역대 정권 말기에 그동안 묻혀 있던 현직 대통령 주변의 비리가 터지면 여당의 차기 대선 주자가 현 정부와 차별화하려고 현직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여당은 선거 승리 전략의 하나로 당의 간판을 바꿔 신장개업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모두 당을 스스로 떠나거나, 여당이 간판을 바꾸는 바람에 무소속이 돼 버렸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대선 전후로 예외 없이 사라졌다.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을 각각 배출한 민정당·민자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한나라당·새누리당이 예외 없이 모두 간판을 내렸다. 이들 정당은 정치적 원칙을 공유하지 않은 채 권력만 추구하는 정치인들로 구성돼 있어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과연 문 대통령을 배출한 더불어민주당은 예외일까? 한국 정치의 법칙이 돼 버린 ‘대통령 당의 간판 바꾸기 현상’을 또다시 보고 싶지 않다. 이런 정당이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이런 법칙을 깨고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실현해 주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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