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재래식 군사력지수 南 100 > 北 97… 核전력 포함땐 南 840 < 北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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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부 “군사력 세계 6위” 허실

재정·병참 등 종합한 군사력 순위는 南 6위·北 25위… 北이 앞서는 분야는 병력·잠수함 등 불과
‘核능력 승수효과’적용하면 北이 월등히 앞서게 돼… 절대로 核포기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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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파워(GFP)’는 2020년 국가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이 집계 대상 국가 139개 중 6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2018·2019년 세계 7위에서 한 계단 올라선 수치다. 반면 북한은 2019년 18위에서 7계단 내려간 25위였다. 그동안 일부 군사 마니아 외에 언론에는 잘 알려지지 않던 GFP 보고서가 올해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일 청와대 중장 진급자 삼정검(三精劍) 수치(綬幟) 수여식 때 군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 이 보고서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4년까지 세계 5위 군사 강국 목표를 달성하겠다며 국방비 상승 폭을 늘리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이 합의 파기를 위협하는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와 관련해 ‘우리 대북 억제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예비역 장성들과 야당의 비판을 반박하려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GFP 군사력 지수는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이나 선제공격 등 군사 전략,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재래식 군사력 비교라는 결정적인 한계를 갖고 있어 객관적인 군사력 지표로 삼기엔 무리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핵무기를 포함해 군사력 순위를 매길 경우, 북한의 군사력은 역전을 넘어서 한국의 2배에 이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GFP 보고서, 세계 군사력 한국은 6위, 북한은 25위=GFP의 ‘2020년 국가별 군사력 순위’ 보고서는 군사력을 평가할 때 재정력, 병참능력, 지리 등 50개 이상의 요인을 파악해 국가의 파워인덱스(PwrIndex) 점수를 산정한다. ‘0’에 가까울수록 군사력이 강하다는 의미다. 미국은 0.0606점으로 부동의 1위다. 러시아(0.0681), 중국(0.0691), 인도(0.0953)가 뒤를 이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계단 앞선 5위였다.

한국은 0.1509점, 25위 북한은 0.3718점. 북한은 정규군 약 128만 명과 탱크 약 6000대, 전투기 458대, 잠수함 83척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재래식 무기 보유 장비와 경제력 등에서 북한을 월등히 앞선다. 북한이 한국을 앞선 분야는 군 병력 수와 잠수함 등 소수에 국한된다. 한국은 전쟁 동원 가능 인원이 인구의 절반 수준인 2570만 명으로 집계됐다. 군용기는 1649대로 미국·러시아·중국·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탱크는 2614대로 9위였다. 북한은 전쟁 동원 가능 인원이 한국의 절반인 1300만 명이지만, 탱크는 한국의 곱절 이상인 6045대였다.

GFP의 군사력 순위가 각 나라의 군사력을 실질적으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10위권 국가들을 보면 한국 일본을 제외하면 대부분 핵보유국이다. 일본은 유사시 단기간에 핵보유가 가능한 나라다.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모든 나라가 처하는 전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군사력을 평가할 땐 무기의 숫자만이 아닌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 등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선 “순수하게 재래식 전력으로만 본다면 북한의 군사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핵무기를 포함시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남북한 재래식 군사력 비교=북한의 재래식 전력은 폐쇄적 특성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한국에 비해 공군력은 ‘미흡’하고, 해군력은 ‘미지수’며, 육군력은 ‘강력한’ 수준으로 요약된다.

북한군 병력은 2018년 12월 기준 128만여 명으로 한국(59만9000여 명)의 2배가 넘는다. 전차는 한국 2300여 대·북한 4300여 대, 전투함정은 한국 100여 척·북한 430여 척, 전투기는 한국 410여 대·북한 810여 대다. 북한의 주요 무기 수량은 한국의 2∼4배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 병사 복무 개월수가 약 18개월인 데 비해 북한군은 10년을 복무하며 특수부대 요원이 20만 명이라는 점 등 인적 소프트파워의 숙련도와 전투 태세 등을 반영하지 않은 점에서 GFP의 군사력 순위 평가 신뢰성은 떨어진다.

2020년 한국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4% 증가했다. 처음으로 50조 원을 돌파해 북한 국방비를 압도한다. 무기체계 획득 예산인 방위력 개선비는 약 16조6804억 원으로 국방 예산 중 33.3%를 차지했다. 하지만 단순 예산 규모로만 실전 전투력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육군력은 만만치 않다. 북한군의 최신형 전차 모델명은 ‘선군호’ 계열로 불리는데 125㎜ 주포를 장착하고 있다. 적외선 야시장비, 레이저 거리측정기, 컴퓨터 사격통제장치, 화생방 방호체계를 갖췄다. 기존 전차에 비해 사격 정확도가 높아졌고 주야간 사격능력도 갖춰 선진국 군대의 상위급 전차로 평가된다. 한국 육군은 세계 3위권 전차로 불리는 K2 흑표전차 100여 대를 전력화했고 주력 전차인 K1A1과 K1전차 15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남북 재래식 전력의 격차는 공군력에서 두드러진다. 북한 공군의 주력 전투기는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는 MIG-29로 3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MIG-29를 제외하면 MIG-21, MIG-19 등 3세대 이하 전투기가 대부분이다. MIG-29를 끝으로 북한의 전투기 도입은 사실상 중단됐다. 우리 공군은 4세대 전투기인 F-16 180여 대, 4.5세대인 F-15K 59대를 보유하고 있다. 올해부터 전력화한 5세대 전투기 F-35A는 2021년까지 40여 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 정량과 정성 모두에서 북한의 공군력은 우리 상대가 되지 못한다.

북한의 해군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한국 해군이 수상함 전력에서는 월등히 앞서지만 70여 척을 보유한 북한의 잠수함 전력은 우리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북한은 6·25전쟁 당시 해군력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1967년 잠수함 부대를 창설했다. 70여 척 가운데 상당수는 소형 잠수정이고 잠수함의 생명인 은밀성·기동성에 대한 평가는 정보 부족으로 어렵다. 하지만 전 세계 6개국만이 상용무기화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잠수함 전력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북한이 곧 진수를 앞둔 신형 3000t급 잠수함은 SLBM 3∼4기를 탑재해 우리에게 극도로 위협적이다.

◇핵무기 포함 땐 북한 군사력 지수 한국의 2배 =북한은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 강화로 노후한 재래식 무기와 군사비 열세를 만회하는 핵보유국 전략에 성공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은 북한의 48배, 남북한 국방비 비율은 5.1 대 1이다.

일각에서는 총체적 국력을 고려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북한이 경제난으로 전면전을 일으킬 의도도 능력도 없으며,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북한의 전면전 계획과 무관하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북한이 개발한 핵무기를 포함한 남북 군사력 지수가 발표되고 북한의 핵 전면전 계획이 밝혀지면서 이는 근거 없는 오류였음이 드러났다.

한반도선진화재단이 2016년 발간한 ‘종합국력:국가전략기획을 위한 기초자료’를 근거로 분석한 ‘한선 종합국력지수 측정 모형(한선모형)’을 대략적으로 적용하면 핵을 제외한 남북한 재래식 무기 군사력 비율은 100 대 97이었다. 하지만 북한이 ‘기습공격 및 단기전’ 전략을 구사하면 남북한 군사력 지수는 1 대 1.6으로 역전된다. 한선모형은 핵무기는 실제 사용하기보다 위협용으로 활용한다는 가설을 적용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2018년 2월 논문(‘남북한 군사력 비교에서의 북한 핵무기 영향 판단’)에서 핵전력에 기존 재래식 전투력 효능을 강화시키는 요소인 ‘승수효과’ 이론을 적용했다. 핵무기 보유 수준에 따라 ‘핵무기 수준별 승수효과 기준’을 5단계로 구분하는 가설을 세워 군사력을 평가했다.

박 교수는 북한이 상당한 숫자의 핵무기와 ICBM에 근접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해 ‘신뢰적 최소억제’ 수준의 핵전력을 적용, 40% 승수효과를 부여했다. 미국 핵우산이 제공되는 한국은 ‘실존억제’ 수준인 20% 승수효과를 적용한 결과 핵무기 포함 시 남북 군사력 지수는 100 대 113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핵 확장억제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남북 군사력 지수는 100 대 135.2로 격차가 벌어졌다. 북한의 기습공격 단기전이 적용될 경우 1 대 1.9로 격차가 더 커졌다. 더구나 SLBM 탑재 잠수함 및 화성-14형과 화성-15형 ICBM을 전력화할 경우 북한의 핵전력은 ‘신뢰적 최소억제’에서 ‘최소억제’ 단계로 한 차원 도약한다. 이 경우 ‘최소억제’의 승수효과 50%를 적용하면 남북 군사력 지수는 100 대 120이 된다. 기습공격 속도전 전략을 구사하게 되면 2배 이상(840 대 1702)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핵무기를 제외할 경우 북한은 이처럼 체제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에 대해 심각한 군사력 열세에 놓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핵무기 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