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합니다>제사·명절때마다 사촌·조카들까지 모여 화목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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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네 가족

전북 고창군 아산면이 고향인 나는 어릴 적 4대가 함께 살았다. 증조할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고모 둘과 삼촌 둘, 그리고 부모님과 우리 8남매까지 객지 나간 사람은 빼고 14명이 한집에서 살았던 적도 있었다. 그때는 어려서 식구가 많은지도 모르고 꽁보리밥과 고구마밥을 양념간장에 비벼 먹어도 그러려니 하면서 당연한 듯이 살았다. 가끔은 그렇게 모여 살아도 좋겠다는 즐거운 상상도 하지만 현실에서는 힘든 일일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삼촌은 작은아버지가 되고 막내 고모도 시집을 가고,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 우리 8남매도 각자 가정을 이루게 됐다. 부모님 생신이나 제사, 명절 때만 되면 시간이 되는 사촌이나 조카들까지 다 모이다 보니 온 집안이 북적이기 일쑤다. 언제부턴가 모임의 음식들은 익산서 반찬가게 하는 작은 언니가 자원해 가져 왔지만 그래도 그 외의 음식을 장만하느라 고생하는 여자들을 위해 큰 형부가 묘안을 냈다.

밥을 먹고 난 이후의 모든 설거지는 학생들이 한다는 것이다. 자식들과 조카들이 설거지를 하고 정리정돈에 부엌 청소까지 한다. 그 대신 아이들이 타주는 커피믹스 한 잔은 부르는 게 값이다. 오천 원 또는 만 원. 설거지하는 아이들은 용돈 받을 생각에 즐겁게 효도하고 덤으로 용돈까지 두둑이 얻어 가니 서로가 좋은 일이었다. 어떤 때는 여자들이 음식준비하느라 수고했다고 남자들이 자원해 상 치우기나 설거지를 해서 명절 증후군이란 말은 어찌 보면 우리 친정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추석이었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난 후 첫 성묘를 마치고 거동이 힘든 엄마 주위로 친척들과 자손들이 모였다. 전주에 사는 작은 아버지와 사촌들, 지난해 경찰 시험에 합격한 죽산 작은아버지 손자인 조카랑 마당에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집 뒤에 있는 헛개나무와 엄나무를 베어 와서 엄마가 아껴 둔 수삼을 꺼내 마당에 장작불을 지피니 냄새마저 행복한 백숙이 무르익는다.

잔디를 깎아 낸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모두 편하게 앉았다. 마음마저 펑퍼짐하게 내려놓으니 시골집 하늘에선 평화가 내려앉는다. 서로 바빠도 일 년에 한 번씩은 이런 자리를 만들어가자며 작은아버지께서는 조카들과 조카사위, 증손자까지 모인 자리를 참 흐뭇해하셨다. 지금은 조카들도 대부분 커서 결혼하고 직장생활을 하느라 다 모이기는 힘들어졌다. 그래도 ‘성가네’라는 가족 모임이 있어서 즐겁고 자부심이 생긴다. 동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우리 가족 ‘성가네’ 사람들이 자랑스럽다.

성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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