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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1일(金)
연가와 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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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와 영가는 다르다. 연가(戀歌)는 사랑 노래이고 영가(靈歌)는 영혼의 울림을 담은 노래이니 당연히 다르다. 뉴질랜드의 민요 ‘포카레카레 아나(Pokarekare Ana)’가 <연가>로 번안돼 불렸는데 내용과 딱 어울리는 번안 제목이다. 산울림이 부른 <청춘>의 ‘달 밝은 밤이면 창가에 흐르는 내 젊은 연가’를 ‘영가’로 아는 사람이 꽤 많은데 ‘영가’는 맥락에 맞지 않는다.

이런 혼란은 발음 때문이기도 하다. 표준발음에서는 인정하지 않지만 ‘연가’가 [영가]로 발음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발음 습관 때문에 생겨난 음식 이름이 바로 ‘영계’다. 삼계탕이나 영계백숙에 쓰이는 조금 작은 닭이 영계인데 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병아리 상태를 갓 지난 어린 닭이다. 아무래도 한자어일 텐데 ‘영아(영兒)’를 감안하면 ‘영鷄’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아니다. 혹자는 젊다는 뜻의 영어 ‘young’이 결합된 것이라 말하기도 하지만 그저 웃자고 하는 소리일 뿐이다.

말소리의 변화를 감안해 보면 ‘영계’는 본래 ‘연계(軟鷄)’였다. 말 그대로 살이 연한 닭이라는 뜻이다. 어떤 생물이든 어린 것은 성장도 덜 되고 여물지도 않았으니 연할 수밖에 없다. 큰 닭을 쓰면 질기고, ‘1인 1닭’의 삼계탕을 만들기 위해서 작은 닭을 쓰다 보니 연계가 쓰인 것이다.

연한 질감뿐 아니라 뭔가 특별한 느낌을 즐기기 위한 미식 풍습도 있다. 난 지 한 달 정도의 새끼돼지인 ‘애저’가 그렇고, 죽은 암소의 태중에 있는 ‘송치’가 그렇다. 어린 것의 특별한 맛과 생태계에 죄를 짓는 짜릿함을 즐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미식’으로 부르기에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채 크지도 않은 영계를 쓰는 것 또한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먹는 닭의 대부분이 연령이 아닌 월령으로 따지기도 민망한 병아리이기도 하다. 동물에게도 사랑 노래 연가를 한 번이라도 부를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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