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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글로벌 이코노미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4일(月)
돈 퍼붓고도 ‘年2% 성장’ 달성 못해… “아베노믹스는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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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료 맞은 ‘아베 경제정책’

불황 탈출 반짝효과 보였지만
GDP대비 부채 180%→207%
올 2분기 상장사 순익 반토막

“코로나 직격탄 영향 있었지만
팬데믹 전부터 경제악화 조짐
GDP도 기준 바꿔 착시 효과”

인구 줄어 내수확대 한계에
소비세 2차례 인상도 ‘패착’
58% “아베노믹스 계승안돼”


역대 최장기 집권 총리의 기록을 세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퇴임을 앞둔 가운데 그가 일관되게 추진한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담한 통화정책 △기동적 재정정책 △혁신적 성장전략이라는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아베노믹스는 증시의 안정적인 호황과 올해 6월 기준 98%라는 기록적인 대학 졸업자 취업률 등으로 과거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경제불황을 탈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반대파들 사이에선 아베 총리의 정책이 일본을 수렁에서 건져내지 못했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떨어지고 있는 아베 정부의 공식 지표 = “윤전기를 쌩쌩 돌려 일본은행이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게 하겠다”고 아베 총리가 직접 발언할 만큼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엔저(低)’ 상태를 만드는 데 있다. 일본이 급속한 경제성장을 하던 시기처럼 저렴한 환율 경쟁력을 통해 수출을 증대시켜 파이를 키우고, 소비를 진작시켜 만성적인 경기침체도 해결하겠다는 것. 시중에 대량의 돈을 풀기 위해 대규모 양적 완화 및 국채 매입에 나섰고,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크게 편성해 대형 국책사업을 벌였다. 또한 대규모 규제 완화와 이민자 유입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 그 결과 일본 경제는 조금씩 불황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지난 2017년 일본 자민당은 중의원 선거 당시 아베노믹스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집권 이전보다 50조 엔이나 상승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최근 일본의 경제지표는 암울하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 8일 올해 2분기(4∼6월) 실질 GDP(개정치 기준)가 전기와 비교해 7.9% 감소했다고 수정 발표했다. 이 같은 추세가 1년간 지속한다고 가정해 산출한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28.1%다. 특히 2분기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긴급사태까지 선포한 바 있어 일본 경제가 받은 충격이 역대 최악 수준이 됐다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7월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1703곳의 올 2분기 순익은 4조575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다. 올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8% 감소한 126조1409억 엔으로, 아베노믹스 시작 초기였던 201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 아베노믹스 이전까지 재정 건전성이 굳건했던 일본이지만 아베노믹스 이후 재정지출이 크게 늘었고, 여기에 세수 부진까지 더해져 재정 건전성은 빠르게 악화했다. 아베노믹스 영향으로 팽창을 거듭해온 세출 예산은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대책 비용이 포함되면서 160조 엔을 넘어섰다. 세입 못지않게 국채발행을 많이 했는데, 일본의 국채발행 잔액은 2012년 말 932조 엔에서 올해 말에는 1182조 엔으로 26.8% 증가했고, 이에 따라 GDP 대비 나랏빚(지방정부 포함)이 180%에서 207% 수준으로 높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영향으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아베 정부의 정책이 팬데믹 이전부터 좋지 않았다고 비판가들은 지적한다. 잃어버린 20년 이후 일본 경제정책의 지상과제였던 ‘경기침체 극복’에 있어 아베 정부는 연 2% 이상의 경제성장을 약속했지만 이를 달성하는데 실패했고, 역시 2% 이상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던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집권 내내 단 한 번도 1%를 넘지 못했다. ‘엔저’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가 있었던 아베 정부 집권 초기를 제외하면 ‘엔저’의 기준점인 달러당 100엔 미만을 한 번도 기록하지 못했다.

◇일본 내 구조적 한계 근본적으로 뒤집지 못해 = 아베노믹스가 디플레이션 탈피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는 일본 경제의 구조적 문제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저출산·고령화 시대 속에서 젊은이들을 고용할 일자리들은 증가했지만 줄어든 인구 탓에 일본 내수시장 자체는 커지지 못했다”며 “가계소득을 증진시키는 임금 인상 등에서 아베노믹스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에는 기준금리를 낮추고 물가를 상승시키는 아베노믹스 정책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연금으로 생활하는 은퇴 고령자들에게는 심각한 부담이 된다. 여기에 2014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소비세를 인상한 것은 내수 소비 진작에 치명타가 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로빈 하딩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선 시점으로 첫 번째 소비세를 인상한 2014년 봄을 꼽으며 “경기 부양책을 약속하고도 경기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쓰면 실패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핵심적인 성장 전략을 던져주지 못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하딩은 아베 총리가 농업 개혁, 중국 관광객 수용, 전기 시장 자유화 등의 개혁은 했지만 공무원 특권 폐지, 대규모 해외 이민자 수용 등 일본의 구조적 한계를 뒤집을 만한 개혁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큰 폭의 GDP 상승도 2016년 일본이 새로운 산출기준을 적용한 데 따른 착시효과라는 의혹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선진 18개국 중에 일본은 초기 추정 GDP와 최종 GDP 간의 차이가 2번째로 큰 나라”라며 통계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9일 교도(共同)통신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후임자가 아베노믹스를 계승해서는 안 된다는 응답이 전체의 58.9%로 계승해도 좋다(33.3%)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오히려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일관성 있는 경제정책을 추진했다는 점과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는 데 있다는 평가도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온갖 비판에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했으며 장기 집권이 이뤄지면서 기업들이 안정될 수 있었다”며 “다만 앞으로도 이 같은 정책이 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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