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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5일(火)
野, 권력의 ‘후광 효과’도 ‘反轉 리더’도 없어… ‘여왕벌’ 부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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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권 새 리더의 자질

與는 ‘승계 경로’와 ‘반전 경로’ 따른 다양한 리더십 존재… 野는 대선 후보로 직결되는 정치적 여왕벌 안보여
야당 ‘비호감’ 넘어서려면 권력과 맞선 참신한 인물 발굴해야… 포퓰리즘 막는 혁신적·민주적 리더십 필요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자 조사에서 여당 소속 이재명 경기지사가 22%, 이낙연 대표가 21%를 기록했다. 야권 인사들은 3%대 이하의 저조한 지지율을 보였다. 선택지를 주지 않고 자유 응답을 하는 방식이라 ‘모름·없다’ 비율이 43%에 달했다. 정권 교체 선호도 조사에서는 ‘정권 유지’를 원한다는 답변이 ‘정권 교체’보다 8%포인트 높았다. 이런 결과는 야당 입장에서 정권 교체가 얼마나 험한 길인지를 말해준다. 문제는 인물(리더)의 부재다. 야권의 새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야권 위기와 대선 후보 부재

정당 정치에서 선거의 승패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갈린다. 하나는 가치·이념·전통 등으로 축적된 기본 지지층의 크기다. 다른 하나는 정당을 대표하는 리더의 매력과 흡인력이다. 양당 정치가 굳어진 나라들에서는 대부분 거대 양당의 고정 지지층은 40% 안쪽이다. 그리고 20∼30% 정도가 중도층으로 불리는 ‘스윙 보터’다. 이들 중간층의 향배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비유컨대 ‘여왕벌’이라 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의 존재다.

정치는 고도의 상징적 행위다. 이 상징은 인물에 투영될 수밖에 없다. 대중의 매력과 선망을 끌어모으는 정치적 여왕벌이 있느냐, 또 어느 정도의 흡인력을 갖는가에 따라 큰 선거의 승패는 결정적 영향을 받는다. 결국 보수·중도를 포함한 야권의 결정적인 문제는 강력한 대선 후보로 직결되는 정치적 여왕벌의 부재에 있다. 과거 한국의 정당 정치에는 확실한 여왕벌들이 있었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은 물론 이후로도 이회창·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에 이르기까지 나름 자기 철학과 차별화한 이미지를 갖는 여왕벌들이 정치판을 주도했다.

여왕벌 현상은 ‘논리적 이성’만 갖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정치적 감정’의 표현물이다. 대중적 선망을 얻는 정치적 여왕벌은 그들 각각이 삶의 과정에서 쌓아 올린 ‘업적(legacy)’과 국민의 ‘갈망’이 투영된 특별한 아우라나 카리스마 등에 의해 탄생한다. 여왕벌은 표출된 정치적 이미지다. 미국 대통령들의 이미지를 연구한 이완 모건(Iwan Morgan)과 마크 화이트(Mark White)에 따르면 국민이 선호하는 이미지, 즉 지도자 정체성의 효과적 구축 여부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물론 대중이 선호하는 리더가 꼭 유능한 정치적 리더가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대중의 선호를 받지 못하는 리더가 권력을 차지할 수는 없다.

◇정치적 여왕벌 탄생 경로

지금 여당에는 여왕벌 후보들이 부각돼 각축을 벌이지만 야당은 그럴 조짐조차 없다. 이것이 야당의 고민이자 위기의 실체다. 정치적 여왕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크게 두 가지 경로가 있다. ‘승계 경로’와 ‘반전 경로’다.

승계 경로는 ‘후광 효과’를 기본으로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버지(박정희)의 후광을 입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얻고 있는 지지도 문 대통령 후광 효과에 힘입은 바 크다. 문 정권 초기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자연스럽게 이전되고, ‘호남 대망론’이 결합돼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그런데 후광 효과에 의한 승계 경로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승계의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성을 지닌다.

정치적 여왕벌이 만들어지는 더 일반적인 경로는 반전 경로다. 반전 경로는 권력에 대한 ‘충돌 효과’나 ‘참신성 효과’에 의해 만들어진다. 산 권력에 대한 저항을 통해 국민적 호응을 얻어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는 게 충돌 효과다. YS(김영삼)가 3당 합당 이후 소수 민주계를 이끌고 권력에 올랐던 것도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계에 대한 충돌 효과 덕이었다. YS 정부 시절에는 이회창 당시 총리가 대통령에 맞서 이런 효과를 거두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현재 여권의 여왕벌로 부상하는 이유 중 하나도 충돌 효과다.

이에 비해 참신성 효과는 기존 인물들의 식상함과 염증이 클 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부상하는 것을 가리킨다. 노무현은 기존 정치권의 ‘특권과 반칙’을 공격하는 참신성을 무기로 대통령이 됐다. 2006년 오세훈의 서울시장 당선, 2011년 큰바람을 일으켰던 ‘안철수 현상’도 당시엔 일종의 참신성 효과였다. 미국에서는 존 F 케네디, 버락 오바마 등이 참신성 효과로 대통령이 됐다.

◇野 지도력 탄생의 환경과 조건

그렇다면 야당의 가장 큰 약점인 정치적 여왕벌 부재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을까. 적어도 현재 야권에 후광 효과를 통해 승계 경로를 밟고 있는 여왕벌 감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렇다면 충돌 효과나 참신성 효과로 여왕벌로 부상하는 반전 경로를 상정할 수밖에 없다. 충돌 효과는 윤석열 검찰총장에서 어느 정도 확인됐고 최재형 감사원장도 본인 의지와는 관련 없이 그런 가능성을 보인다. 윤 총장은 산 권력 수사를 둘러싸고 대통령·여당 권력에 맞서왔고, 최 원장은 문 정부 탈원전 정책 감사와 감사위원 제청 등과 관련해 권력의 압력에 맞서 소신을 지켜왔다.

참신성 효과의 기회는 아무래도 정치 신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자신만의 정책 능력과 정치적 감각을 통해 부상하는 합리적 보수 및 중도 성향의 초선 의원들이 내년 4월에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건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물론 참신성 효과가 반드시 새로운 인물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 정치인도 혁신적 담론이나 행동양식을 보여준다면 새롭게 부상할 수 있다. 야당으로서는 이를 겨냥한 정치적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 ‘미스터 트롯’ 방식의 공직 후보 경선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개경쟁을 통해 신진들이 떠오를 수도 있고, 기존 잠룡들도 재탄생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새 리더의 자질

새로운 지도자의 등장은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갖춘 리더십의 구축 과정이어야 한다. 이 복합 전환기에 리더십의 안목과 국정 운영 능력은 바닥인데 정치공학에 의존해 권력만 탐하는 정권을 또 맞을 수는 없다. 이런 면에서 이 시점에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혁신적 리더십과 민주적 리더십이다. 좌파 포퓰리즘과 유사 전체주의로 흐르는 이 나라를 정체나 퇴락의 길이 아니라 활력과 도약의 길로 이끌 수 있으려면 리더 자신이 공감할 비전과 대안으로 무장한 혁신의 아이콘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민주주의를 왜곡하지 않으면서 혁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 없이는 정권 교체도 힘들지만, 정권 교체의 의미도 희석된다.

혁신적이고 민주적인 리더십은 차기 정권 창출에서 야당의 가장 큰 장애물인 ‘비호감의 벽’을 넘기 위해서도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다. 당명도 다시 바꾸고 노선도 수정했지만,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국민의힘에 대한 비호감의 벽은 여전히 60%대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높아졌지만, 여당은 언제든 정권과 차별화하면서 실정의 책임을 우회할 대선 후보들을 갖고 있다. 따라서 야당의 새 리더는 혁신의 안목과 비전, 그리고 민주의 철학과 실천 능력으로 무장한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국민의 깊은 갈증은 여기에 있다.

동아대 교수·전 국회 사무총장


■ 세줄 요약

대선 후보 부재의 위기 : 선거 승패를 가르는 건 ‘스윙 보터’로 불리는 중간층이며,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정치적 여왕벌’의 존재임. 야당엔 이런 정치적 여왕벌이 부재함. 이는 삶의 ‘업적’과 국민의 ‘갈망’이 투영된 아우라나 카리스마에 의해 만들어짐.

野 리더 탄생의 환경과 조건 : 리더의 탄생엔 ‘승계 경로’와 ‘반전 경로’가 있음. 승계는 ‘후광 효과’를, 반전은 ‘충돌 효과’와 ‘참신성 효과’를 필요로 함. 야당의 새 리더는 후광 효과에 따른 승계보다는 충돌·참신성 효과에 따른 반전 경로를 상정할 수밖에 없음.

새 리더의 자질 : 새 리더가 반드시 새 얼굴이어야 하는 건 아니며 혁신적 담론과 행동양식을 제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함. ‘미스터 트롯’ 방식의 공직 후보 경선이 거론되는 이유임. 대한민국의 포퓰리즘과 전체주의화를 막는 혁신적·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함.


■ 용어 설명

‘스윙 보터’란 선거에서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중도층을 말하지만, 이들은 거꾸로 선거 판세를 좌우하는 유권자이기도 함. 따라서 실제 선거에서는 ‘보팅 키(key)’ 역할을 하고 있음.

‘승계 경로’는 지도자가 되는 경로 가운데 선임자의 후광을 입어 리더가 되는 ‘타력’에 의한 길을 말함. 이에 반해 ‘반전 경로’는 권력과 충돌하거나 개인 역량으로 그 길을 찾는다는 점에서 ‘자력’에 의한 경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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