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랜선 미술경매 타고 ‘별’들이 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 경매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화가 이종기의 ‘서촌’

■ On-Line Auction

미술시장 위축 속 온라인 경매 상대적 선전
서울옥션 ‘0원서 시작하는 경매’ 신진작가에 기회
케이옥션, 올 상반기 온라인 낙찰액 44억원 달해
심슨·슈퍼맨 등 캐릭터 이용한 이종기 작품부터
서양적 기법에 동양 정신세계 담은 전준엽 등 주목

국내 미술품 온라인 경매시장에 새로운 작가들이 뜨고 있다. 감염병 사태로 크게 위축된 미술 시장에서 온라인 경매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주목받던 작가들이 아닌 신진 스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가 최근 발표한 것에 따르면, 국내 미술품 경매 매출은 올 1∼7월에 전년 같은 기간보다 약 30% 떨어졌다. 서울옥션과 케이옥션 등 주요 경매업체의 메이저 경매 매출은 43%나 줄었다. 이런 와중에 온라인 경매는 상대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주요 경매업체의 설명이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전준엽의 ‘고래사냥’

서울옥션은 “올해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작품 수가 늘었고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올해 홍콩에서 오프라인 경매를 열지 못하게 되자 그 대안으로 세계적인 아트 플랫폼인 아트시(Artsy)와 함께 온라인 경매를 세 차례 진행한 바 있다. 올해 1∼7월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1410개, 낙찰된 작품은 1133개에 달한다. 이는 전년에 비해 증가한 수치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체 미술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을 고려하면 온라인 경매가 정착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옥션은 “0원을 시작가로 하는 ‘제로 베이스’ 경매에 대한 호응이 커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이 업체가 작년부터 시작한 제로 베이스 경매는 프로 작가 중에서 그동안 시장에 소개되지 않았던 이들의 작품을 엄선해 0원부터 경매를 시작하는 것이다. 기존에 갤러리 데뷔가 힘들었던 작가가 경매에 나온 뒤 갤러리와 페어 등의 러브콜을 받고, 컬렉터는 자신이 원하는 작가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주요 경매업체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온라인 경매 목록

서울옥션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로 베이스 참여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 1980, 1990년대 출생의 신진들이지만 이종기 화가처럼 1950년대 생의 중견도 있다. 이종기는 심슨 패밀리, 슈퍼맨 등 서양 캐릭터들이 한국 전통 공간을 찾는 것을 주제로 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 작가는 제로 베이스 경매를 통해 시장에 알려진 후 컬렉터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며 “이렇게 새롭게 등장한 작가들이 시장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옥션도 올해 온라인 경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간 6회 정도만 실시했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를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4월부터 격주로 바꾸어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 업체의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낙찰 총액은 44억여 원에 달한다. 올해 26회 실시한 위클리 온라인 경매(낙찰 총액 23억여 원)와 함께 시장 수요를 견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케이옥션은 “오프라인 경매에서 수억 원 이상의 작품들이 거래되는 것이 어려워진 대신에 온라인 경매를 통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대의 작품 수요는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 경매에서는 이우환, 김창열, 박서보, 김종학, 이대원, 오치균 등 국내 인기 작가의 판화, 소품, 드로잉 작품이 활발하게 거래된다. 해외 작가로는 데미안 허스트, 에바 알머슨, 줄리언 오피,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 등의 이미지가 예쁘고 장식성 있는 작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케이옥션에서도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함에 따라 새롭게 스타로 부상하는 작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고래 사냥’ ‘마음 풍경’ 등을 출품한 전준엽이 대표적이다. 전준엽은 팝아트와 사실·표현주의 등 서양미술 기법에 선(禪)을 포함한 동양정신 세계를 담은 그림을 주로 그려왔다. 국내뿐만 아니라 서양 컬렉터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중견 작가이지만 국내 경매 시장에서는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재작년부터 온라인 경매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과 함께 응찰 회수가 높은 화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서정성의 여운이 큰 작품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케이옥션 측은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함에 따라 새롭게 각광을 받는 작가들의 거래가 전반적으로 호조를 띠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주요 경매업체들은 감염병 사태를 고려해 이달부터 기존의 현장 경매에도 온라인 응찰 기회를 추가했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홈페이지를 통해 비대면으로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