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2020.9.28 월요일
전광판
Hot Click
오피니언
[오피니언] 시론-신보영 국제부장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6일(水)
장성택 ‘효수’와 봉건왕조 북한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신보영 국제부장

시신 전시된 北 장성택의 최후
金 지시 따른 속전속결 처리는
‘北=근대 왕조국가’ 새삼 확인

淸 옹정제 만기친람 정치 단명
3대 세습 金도 北 정권 갈림길
연구 출발점은 정권 성격 규정


2013년 12월 국가전복 음모 혐의로 전격 체포돼 처형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시신은 당 간부들이 자주 이용하는 계단에 전시됐다고 한다. 장성택의 ‘잘린 머리는 시신의 가슴 위에 놓인’ 상태였다고 15일 발간된 워싱턴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의 신간 ‘격노(Rage)’에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과 2019년 2차례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우드워드에게 전한 것이다.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고모부였는데, 당시 29세였던 김정은은 가차 없었다.

하지만 이번 사례를 통해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다른 데 있다. 바로 북한 체제의 작동 방식이 지극히도 전근대적 봉건왕조와 유사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는 점이다. 장 부위원장의 시신 전시는 조선 시대에나 등장했던 ‘효수(梟首)’다. 장성택을 비롯해 북한 고위 간부들이 적절한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약식재판을 통해 처벌받고 있으며, ‘자의적 양형’의 상징인 인민재판이 여전히 북한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대북단체뿐 아니라 유엔도 지적한 정치범 수용소와 만연한 인권유린, 여성 성폭력 등 인권 문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북한 체제에서는 봉건왕조의 가장 큰 특징인 세습도 극명하다. 북한 국명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지만, 3대 세습은 ‘공화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근대 국가에서도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 중국·러시아에서도 세습은 없었다. 왕조 국가에서는 한배에서 태어났지만, 권력을 쥔 천자가 되느냐 되지 않느냐에 따라 지위가 급격하게 갈리는 게 불문율로,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의 ‘위임통치’설에 대해 전문가들이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한 북한인권단체 인사가 전해준, 김일성 주석의 아들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복동생이었던 ‘곁가지’ 김평일이 평양에 나타나면 “주변에 있던 고위 간부들이 모두 피했다”는 이야기는 그저 웃고 넘어갈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일화이기 때문이다.

‘북한 = 봉건왕조’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북한 정권의 성격을 제대로 규정해야만 북한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이해하면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내재적 접근법도 필요하지만, 정권의 성격 규정이 제대로 돼야만 이 역시 설명력이 커진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 연구도 정권의 성격과 구조를 함께 살펴봐야 완결될 수 있다. 특히 집권 8년째인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은 올 들어 분명 변화가 있다. 경제 실패를 자인하는가 하면, 대남·대미 외교를 일부 김여정에게 떼어준 듯한 징후도 감지된다. 북핵 협상과 한반도 미래 준비를 위해 향후 김 위원장의 통치 방식을 예측하는 것은 중요한 외교·안보적 사안이다.

이를 위해 참조할 만한 인물이 바로 중국 청나라 황제 옹정제다. 청의 베이징(北京)입성 후 3대 황제인 옹정제는 정사(政事)가 끝난 뒤에도 매일 지방관리들이 황제에게 직보하는 ‘주접(奏摺)’을 훑어보고 밤 12시에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 4시에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했다. 관리들과 주고받은 주접을 묶은 책도 112책에 달했다. 하지만 옹정제의 ‘만기친람’식 정치는 관료에게 일정 부분 정치를 맡겼던 아버지인 강희제(재임 60년), 아들 건륭제(재임 60년)보다 훨씬 짧은 12년 만에 막을 내렸다. 체력적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통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국사 대가였던 미야자키 이치사다(宮崎市定)는 저서 ‘옹정제’에서 “옹정제가 아니었으면 이런 정치는 불가능했으며, 옹정제의 독재정치는 그야말로 정점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 위원장도 체력적 부담을 느꼈을 수 있고, 현행 통치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봉건왕조식 독재정치라는 형식 때문에 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적은 데 짜증이 났을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왕조가 흥할지 쇠할지는 대체로 3대째 정도에 결판나므로 옹정제는 청조에서 가장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었다”는 미야자키의 지적처럼 지금 북한도 중요한 시기에 진입하고 있을 수 있다. 북한의 ‘쇄국’ 문을 열기 위해서라도 우리 역시 이념이나 편견 없이 북한 체제의 본질과 성격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를 통해 북한을 올바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mail 신보영 기자 / 국제부 / 부장 신보영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 많이 본 기사 ]
▶ ‘北 피격 사망’ 공무원 미스터리…“보급된 구명조끼 다 있..
▶ 세계적인 모델 기획사 전직 수장, 소속 모델 성폭행 혐의..
▶ 수돗물서 ‘뇌 먹는 아메바’ 검출… 도시에 재난 선포
▶ 文대통령 지지도 44.7%…민주당 34.1% 국민의힘 28.9%
▶ “여친 위해 맞아야죠”…자궁경부암 백신 접종하는 남성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질투가 화근… 결혼 축하연서 총격..
대출규제에도 15억원 넘는 서울아파..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 9개월만에 10..
전경련 “트럼프-바이든 누가 당선되든..
“여친 위해 맞아야죠”…자궁경부암 백..
topnew_title
topnews_photo 북한군의 공무원 피격에 “생명 존중하자”“미안하다고 하면 희소식?…책임이 먼저”“이혼하고 빚 많은 사람은 총 맞아도 되나”고(故) 박원..
mark세계적인 모델 기획사 전직 수장, 소속 모델 성폭행 혐의로 피소..
mark수돗물서 ‘뇌 먹는 아메바’ 검출… 도시에 재난 선포
김어준, 뉴스공장 하차 청원 등장…“세금으로 음모..
‘北 피격 사망’ 공무원 미스터리…“보급된 구명조끼..
의사 성범죄 5년간 686건…강간·강제추행 90% 차지
line
special news 머라이어 캐리 “가족이 포주에 팔려고도…‘ATM..
자서전서 ‘가족 잔혹사’ 고백 “수십년 간 폭력적인 가족들이 날 공격했다. 내가 열두 살 때 언니는 신경 안..

line
[속보]코로나19 신규확진 50명, 사흘째 두 자릿수..
文대통령 지지도 44.7%…민주당 34.1% 국민의힘 ..
“귀성길이 전염길 안 되려면…” 명절 개념족 되는 ..
photo_news
9월 살인 일정에 쓰러진 손흥민…모리뉴 “손흥..
photo_news
골프 세계 14위 피나우 ‘188억원 물어내라’ 피..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좌충우돌해도 솔직한…‘화개장터’를 닮은 종합예술인
[21세기 과학의 최전선]
illust
우주의 입자 85%는 암흑물질… 존재만 알 뿐 정체는 모른다
topnew_title
number 질투가 화근… 결혼 축하연서 총격, 5명 사상
대출규제에도 15억원 넘는 서울아파트 매매..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 9개월만에 100만명 ..
전경련 “트럼프-바이든 누가 당선되든 韓경..
hot_photo
다혜, ‘초대’부터 ‘엔딩크레딧’까..
hot_photo
‘지금 만나러 갑니다’ 다케우치 유..
hot_photo
전진, 승무원 연인과 결혼… 신화..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한형민)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