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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7일(木)
文정권 동력은 ‘신형 계급투쟁’… 위기때마다 ‘스키조 파시즘’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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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文정권의 ‘국민 갈라치기’

반대자를 친일·독재·수구 낙인찍고 ‘적폐청산’ 명분으로 분열책… 계층·지역·출신·직군 간 대결 부추겨

앞에선 정의·공정 외치고 뒤론 반칙·특권으로 부패 기득권화… ‘통합’외친 취임사 정신으로 돌아가야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통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날은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지금 국정 운영의 현주소는 정반대를 가리킨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의혹에 이어 윤미향 의원의 후원금 부정회계 및 횡령·사기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특혜 휴가 의혹 등 여권 인사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집권세력은 불법·비리 여부와는 관계없이 우리 쪽 무조건 편들기와 반대편 무차별 공격하기로 대응했다. 이른바 정신분열적 ‘스키조(schizo)’ 정치다. 계층·지역·출신·직군·세대 간 대결을 부추기는 문 정권의 행태는 ‘신형 계급투쟁’을 떠올리게 한다. 이간계를 쓰고, 아방(我方)과 타방(他方)을 나누고, 촛불과 적폐를 분리하는 것이 권력의 생존양식이 된 지 오래다.

◇분열적 국정 운영

집권세력의 분열적 국정 운영은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는 ‘촛불 대 적폐’ 갈라치기에서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을 해도 부족하다”며 주권자를 촛불국민과 적폐국민으로 양분해 왔다. 2018년 9월 평양을 방문해 스스로 ‘남쪽 대통령’이라며 한반도 반쪽의 리더를 자처한 그가 다시 남쪽을 두 쪽 냄으로써 ‘반쪽의 반쪽 대통령’이 되어가는 셈이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 정국에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의사들이 떠난 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간호사분들’ 운운하며 ‘의사 대 간호사’ 편 가르기를 하기도 했다. 적절한 절차도 없이 공공의대 설립을 밀어붙이려는 정부 정책에 반발한 의사를 나쁜 집단, ‘장시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간호사는 좋은 집단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 와중에 정부·여당이 주택 유산자를 적으로, 무산자를 동지로 갈라치기 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친일 대 반일’ 구도 만들기는 위기 때마다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전가의 보도가 됐다. 조국 전 장관이 지난해 7월 ‘죽창가’를 언급한 이후 권력에 대한 비판세력을 친일파나 토착왜구로 내모는 행태는 최근 김원웅 광복회장이 8·15 경축사에서 건국 주도 인사들을 ‘친일’ 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이어졌다. 여권 국회의원들은 앞다퉈 친일 행위자 ‘파묘법’을 발의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주인공 파우스트 교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기 전 이렇게 고뇌를 털어놓았다. “내 가슴속에 아아! 두 개의 영혼이 깃들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와 떨어지려고 하네.” 파우스트가 고백한 ‘두 개의 영혼’은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분열과 대결의 길을 걷는 집권세력의 ‘스키조’ 정치 행태를 말해주는 듯하다.

◇문 정권과 ‘스키조 파시즘’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에서 쉽게 발견되는 권력 운용술이다. 유럽 홀로코스트 연구의 권위자인 티머시 스나이더는 “파시즘에서 지도자가 선택한 적(敵)은 모든 국민의 적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그는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국민의 순응을 유도하고,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며, 비판세력을 단죄함으로써 권력을 공고히 하는 유형의 체제를 특별히 ‘스키조 파시즘’이라 이름 붙였다.

확실히 레닌의 방식을 도입해 타협을 거부하고 권력 집단을 반(反)민주적으로 승격시켜 정치적 반대자와 비판세력에 대해 악의에 찬 공격을 가하는 권력 운용은 스키조 파시즘의 중요한 구성 요소다. 과거 NL(민족해방) 주사파 운동권의 최전선에서 활동했던 민경우 씨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운동권은 늘 편 가르기로 세상을 몰아왔다”고 비판했다.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면서 두 차례 수감되기도 했던 민 씨는 특히 현 정권의 ‘반일 대 친일’ 프레임에 대해 “반일은 권력 쟁취를 위한 판타지이며, 토착왜구는 반대파를 경멸하고 조소하기 위한 도구”라고 분석했다.

문 정권의 분열책은 공산사회의 계급투쟁론과 무척 닮았다. 중국 공산당 영도의 비밀도 분열책에 있다. 그들은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혁명 대 반혁명’ ‘무산계급 대 유산계급’ 등 구호를 내세워 계급투쟁을 부추기고 이를 동력으로 인민독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문 정권은 ‘계급’의 자리에 계층·지역·출신·직군·세대 등 다양한 개념을 대입시킨다는 점에서 ‘신형 계급투쟁’을 구사한다.

◇‘신형 계급투쟁’의 뿌리

문 정권과 현 집권세력의 국정 운영 기조는 친일·독재·수구로 낙인찍은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과 복수심, 즉 ‘르상티망(ressentiment)’에서 배태됐다. 문 대통령은 2017년 발간한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이들에 대한 르상티망을 이렇게 기록했다. “조선 시대 세도정치로 나라를 망친 노론세력이 일본 강점기에 친일 세력이 되고, 해방 후에는 반공이라는 탈을 쓰고 독재세력이 되고 여전히 기득권으로 남아 있습니다.…부패 대청소를 하고 경제교체, 시대교체, 과거의 낡은 질서와 체제·세력에 대한 역사교체를 해야 합니다. 가장 강렬하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정치의 주류세력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역사적인 당위성입니다.”

반대세력을 겨냥한 ‘신형 계급투쟁 선언문’으로 해석될만한 이 글은 이미 대선 전부터 집권 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제시했다. 결국 통치술로서의 분열책은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오랜 신념일 뿐 아니라, 정권의 온존·유지·확대재생산을 위해서라도 없어선 안 될 국정 운영 동력으로 자리 잡게 됐다. 집권세력의 머릿속에는 애당초 링컨의 통합, 만델라의 화해, 메르켈의 협치 같은 개념은 없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계속해 이렇게 주장한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세금도 제대로 안 내고 병역도 피하고, 국가에 대한 기본 의무조차 다하지 않고 특권만 누리는 반칙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현 정권이 놀라울 정도의 분열증을 앓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글의 내용이 반대세력에 대한 공격인지 집권세력 자신들의 행태에 대한 고백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민 갈라치기와 편 가르기로 권력을 유지해간다는 점에서나, 앞에서는 정의와 공정을 외치지만 뒤로는 반칙과 특권으로 부패 기득권이 돼 있다는 점에서나 심각하게 분열적이다.

◇분열의 종언을 향한 길

통합은 상호 관용, 제도적 자제, 그리고 다양성의 인정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건 분열책을 통치술로 하는 신형 계급투쟁 행태의 중단을 요구한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대가로 황홀경에 빠졌던 파우스트는 생의 마지막 순간 “멈추어라! 너 정말 아름답구나”라는 말과 함께 숨을 거둔다. 집권세력도 두 개의 영혼이 지배하는 ‘스키조 파시즘’ 체제를 끝내야 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던 취임사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전임기자·행정학 박사


■ 세줄 요약

분열적 국정 운영 : 국정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통합’이지만 현재 방향은 정반대임. ‘촛불 대 적폐’ ‘친문 대 반문’ ‘친일 대 반일’ ‘의사 대 간호사’ ‘무주택자 대 유산자’ 등 편 가르기가 일상화함. 국민 갈라치기는 파시즘이나 전체주의에서 발견되는 특징임.

文 정권과 ‘스키조 파시즘’: 자기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비판세력을 적으로 몰아 악의에 찬 공격을 가하고 단죄함으로써 권력을 유지하는 체제를 ‘스키조 파시즘’이라 함. 앞에서 정의·공정을 외치고 뒤로 반칙과 특권을 일삼는 건 심각한 정신분열적 양상임.

‘신형 계급투쟁’의 뿌리 : 집권세력은 계층·지역·출신·직군·세대 등 다양한 집단과 영역 간의 대결을 부추기는 ‘신형 계급투쟁’을 정권의 동력으로 삼음. 신형 계급투쟁은 친일·독재·수구로 낙인찍은 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원한과 증오, ‘르상티망’에서 비롯됨.

■ 용어 설명

‘스키조(schizo)’란 ‘정신분열증을 앓는’ 혹은 그런 환자라는 뜻을 가진 의학 용어. 티머시 스나이더는 증오의 대상을 설정해 책임을 전가하고 공격함으로써 국민을 지배하는 체제를 ‘스키조 파시즘’이라 부름.

‘르상티망(ressentiment)’은 원래 상대방에 대한 비합리적 원한이나 복수심을 뜻하는 철학 용어. 파시즘이나 전체주의가 권력의 쟁취·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반대자에 대한 르상티망을 활용한다는 분석이 나옴.
e-mail 허민 기자 / 편집국 국장석 / 부장 허민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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