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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립습니다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7일(木)
어른 되어 들었던 아버지의 힘든 삶… 지금도 잊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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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진(1942∼1981)

우리 집안에서는 매년 추석 전이면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경남 밀양에 있는 할아버님, 할머님, 아버님 산소를 벌초한다. 올해처럼 유난히 비가 많이 오는 때면 산소 주위의 풀들이 너무 무성해 제초 작업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멀리 있다는 핑계로 일 년 동안 잘 돌보지 못했던 선조들의 산소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일은 한 해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 주는 기쁜 일이기도 하다.

벌초 행사는 무엇보다도 가족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그동안의 즐거웠던 일이나 슬펐던 일에 대한 소식을 주고받으면서 술잔을 기울이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이럴 때면 40여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님이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아버님은 유난히 가족들과 함께하며 드시는 약주를 좋아하셨다. 항상 부모님과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하셨고, 매일 식사 때면 반주로 한두 잔 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3형제 중 막내셨던 할아버님의 유일한 아들로 태어난 아버님은 집안의 기대를 많이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에 대한 부담이 많았던 분이었다. 6·25전쟁에서 할아버님을 잃었고 나머지 형제분들도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화병으로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린 나이에 할머님들을 모시고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농사를 지으며 집안의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사정과 함께 외동아들을 가족의 품에서 외지로 떠나보내기 싫어하는 할머님들의 걱정으로 인해 시골을 떠나지 못하고 당신이 생각했던 도시에서의 학업과 직업 등 꿈을 포기해야 했다. 어르신들은 그런데도 아버님께서 항상 듬직함을 유지했다며, 그를 추억하곤 하셨다.

시간이 흘러 우리 5형제들이 학교에 진학할 나이가 됐을 때 당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위해 자식들은 도시에서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에 가족 일부만 밀양에서 부산으로 이사했다.

시골과 도시를 왔다 갔다 하며 생활해야 하는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 당시에도 도시에서의 생활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5형제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조그마한 화장품 가게, 의류 가게도 해봤지만 여의치 않아 나중에는 빈 병, 빈 깡통 수거 일을 하기도 했다.

거래처 대금을 받아 오던 길, 트럭 운전사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로 불의에 돌아가셨던 그날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끔찍한 현장을 목격한 사람은 장남인 나뿐이었지만, 그날의 아픔은 우리 가족 모두가 죽을 때까지 가슴에 잊지 못하는 상처가 됐다. 1981년, 아버님이 40세 되시던 해였다.

돌이켜보면 그분의 삶 속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데도 아버님은 자식들 앞에선 항상 근엄하시고 진중하셨다. 장남인 내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는 집안일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대학 진학 후에 함께 벌초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야 비로소 당신의 성장 과정, 집안 상황, 이루고 싶었던 꿈 등을 내게 털어놓으셨다.

이젠 세월이 많이 흘러 산소에 풀도 무성히 자라고 산소 봉분도 조금 망가졌다. 그러나 올해도 깨끗하게 벌초하고 평소 좋아하셨던 약주 한잔 대접하면서 가슴에 맺혀있는 그리운 마음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해보고자 한다.

큰아들 장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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