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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M 인터뷰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8일(金)
이근 대위 “UDT 상상못할 지옥훈련 다반사…저도 모르게 방송서 욕설 나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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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31일 문화일보를 찾은 이근 대위가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지상파 섭외 1순위가 된 그는 이날도 인터뷰 후에 SBS ‘집사부일체’ 녹화 촬영장으로 달려갔다. 김호웅 기자

■ ‘가짜 사나이’ 신드롬… 軍 전문가 이근 대위

3세때 이민… 미국인처럼 자라
대학서 한국인 정체성 깨달아
영주권 포기… 한국 해군 입대

전문 군인 되는게 꿈이었는데
조직의 한계 뛰어넘기 어려워
전역후 교관… 파병 현장 누벼

선글라스·강철근육·카리스마
‘가짜사나이’조회수 BTS 버금
예능 러브콜… 개인 채널 화제

‘인성 문제 있어’ 美서 쓰는 말
군대에서 우리말 배워 번역투
사회에 도움되는 사람 되고싶어


▲  ‘집사부일체’(맨 위)와 ‘장르만 코미디’에 출연한 이근 대위가 혹독한 훈련 지시를 내리고 있다. SBS·JTBC 제공
검은 선글라스와 찡그린 미간, 우람한 가슴 근육을 가진 교관이 훈련병들을 거침없이 몰아붙인다. 몇 년 전 인기를 끌었던 MBC 예능 ‘진짜 사나이’처럼 지원자들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의 훈련을 받는 현장이다. 강도가 세기로 악명 높은 UDT 훈련에서 민간인 훈련병들이 제대로 미션을 해낼 리가 없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픽픽 쓰러지고 비명이 터져 나온다. 그럴수록 선글라스 교관은 더욱 강하게 다그친다. “여기 놀러 왔어?” “너 인성 문제 있어?”하며 조금의 쉴 틈도 주지 않는다. 최근 유튜브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는 동영상 ‘가짜 사나이’, 그리고 특이한 영어식 억양과 카리스마로 단숨에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이근 대위’다.

신드롬에 가까운 열기 속에 ‘가짜 사나이’는 첫 에피소드에만 무려 1297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총 7편의 조회 수를 합친 것은 약 4900만 건.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클릭 수에 버금간다. 이런 화제성에 힘입어 이근 대위는 순식간에 지상파로 진출했다. 지난 13일에는 SBS ‘집사부일체’에 출연해 이승기 등에게 차갑고 매서운 맛을 보여줬다. 이근 대위를 만난 건 지난달 말이었다. 그는 유튜브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젠틀’해 보였다. 살인기술을 익힌 군인이라기보단 오히려 할리우드 배우 같았다.

예능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군 전문가 이근 대위가 TV에 처음 얼굴을 비친 건 9년 전이다. KBS 다큐멘터리 ‘금요기획-UDT 혹한기 훈련’ 편에 출연했다. 한겨울 눈 덮인 산을 지나 가상의 적에게서 인질을 구해내는 훈련의 팀장. 지금보다 훨씬 굳은 표정으로 UDT의 임무를 소개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가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한국군에 입대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임이 전해졌다.

“3세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이민 갔습니다. 어려서부터 미국에서 자라 당연히 제가 미국인인 줄 알았죠. 그런데 학교에서 애들이 저 보고 중국인이라고 놀리고 다투게 되면서 처음 혼란을 느꼈습니다. 그러다가 2006년 버지니아 군사대학을 졸업할 즈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달았죠.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아버지가 ‘그렇게 군인이 되고 싶으면 한국으로 가라’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설득당해 한국에 돌아온 겁니다. 해군 학사장교 과정을 마치고 임관하던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애국 선서를 하면서 비로소 제게 나라가 생겼다는 믿음이 들었어요. 후회는 전혀 없습니다.”

버지니아 군사대학은 개교 200년이 넘은 미국 남부 전통의 사관학교다. 원칙적으로 진로는 자유지만 졸업생의 대부분이 장교로 임관한다. 이근 대위도 당연히 미군 장교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러나 부친의 조언 이후 과감하게 인생의 진로를 틀었다.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고, 해군에 자원입대해 다시 한 번 혹독한 한국군 장교 훈련 과정을 견뎌냈다.

장교 임관 후 이근 대위는 UDT 과정을 수료했고, 미국 최고의 특수부대인 네이비실(Navy Seal) 훈련도 다녀왔다. 한국과 미국의 특수부대를 동시에 경험한 거의 유일한 전문가인 셈이다. 소말리아와 이라크에 파병돼 인질 구출 작전과 경호 활동에도 투입됐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2014년 대위를 끝으로 전역했다. 영주권까지 포기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결과로는 뜻밖의 선택이었다.

“전문 군인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평생 군 생활을 하겠다는 의지로 한국에 와서 자원입대까지 했어요. 부대에서 많은 것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장애물이 있는 걸 느꼈습니다. 조직의 한계를 개인이 뛰어넘기가 어려웠어요. 이대로는 안 되고, 사회에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전역 후 지금 그런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진짜 사나이’가 인기를 끈 것은 군대식 훈련 과정을 ‘리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가짜 사나이’는 이보다 한술 더 뜬다. 이근 대위를 교육팀장으로 지금은 각자 인기 유튜버가 된 ‘에이전트 H’와 ‘야전삽 짱재’ ‘김계란’ 등이 교관으로 출연해 실제를 방불케 하는 극한 훈련 과정을 보여줬다. 처음에 레크리에이션 정도로 여기고 참가했던 지원자들은 이근 대위팀의 혹독한 훈련에 순식간에 넋이 나갔다.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머리를 땅에 박거나 강에 뛰어들어야 했다. 교관들의 날카로운 구령은 물론 “대가리 박아, X밥” 같은 욕설도 난무했다. 그래도 시청자들은 재미있다며 열광했다.

“다행입니다. 욕설 같은 건 시청자들이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걱정했는데 안심이에요. 그러나 UDT 내부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지옥 같은 훈련들이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가짜 사나이’는 수위를 많이 낮췄습니다. 교관끼리도 욕설을 삼가자고 약속했어요. 그러나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습니다.”

시청자들이 이근 대위에게 열광하는 또 다른 지점은 번역 투의 말투와 인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근 대위는 유년시절부터 미국에서 지내 사실 한국어에 매우 서툴렀다. 사고방식도 한국의 문화와는 전혀 달랐다. 한국군에 들어가서야 한국어는 물론 문화를 처음 배웠다. 지금은 의사소통에 거의 문제가 없지만 여전히 몇몇 표현에서는 번역 투가 배어 있다. 예를 들면, 입수를 지시하고 난 후 훈련병들이 물에서 머뭇거리면 몸을 완전히 담그라는 뜻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라고 외친다. 미 군대에서 쓰는 “프롬 헤드 투 토(From head to toe)”의 번역어다. 또, 훈련병들이 지시에 따르지 않고 반항하는 기미가 보일 때는 줄 밖으로 불러내 이렇게 소리친다. “너 인성 문제 있어?” “반으로 죽일 거야” “개인주의!”. 이 모두는 유행어가 됐다.

“상상도 못 했어요. 일부러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닙니다. ‘인성 문제 있어’라는 말은 영어로는 ‘Do you have attitude problem’이에요. 미군 교관이 훈련병에게 자주 쓰는 말이죠. 저도 몰랐는데 이런 게 시청자에겐 신기하게 전해졌나 봅니다. 처음 한국어를 할 때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머릿속에서 한 번 번역해서 말해야 했어요. 저는 군대에서 우리말을 배웠습니다. 제게는 여러모로 도전이었습니다.”

이근 대위의 또 다른 트레이드 마크는 검은색 선글라스다. 한국군에서 교관 하면 먼저 떠오르는 건 ‘빨간 모자’. 그러나 야외에서 생활하는 일이 많아 처음부터 선글라스를 자주 썼던 이근 대위는 항상 자외선 차단용의 ‘가토즈(Gatorz)’ 제품을 애용한다. 인터뷰하던 날도 그는 이 선글라스를 끼고 카메라 촬영에 응했다.

‘가짜 사나이’는 엄청난 관심에 힘입어 훈련병 2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유명 스타들이 훈련병으로 지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근 대위는 참여하지 못한다. 그 사이 프로젝트의 기획사인 ‘무사트(MUSAT)’를 퇴사했고, 이달 스케줄은 이미 진작에 꽉 찼기 때문이다.

대신 방송국에서 너도나도 이근 대위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JTBC ‘장르만 코미디’는 지난달 22일과 29일 방송을 통해 가장 먼저 이근 대위를 소개했다. 개그맨 5인조(김기리, 김성원, 서태훈, 이세진, 임우일)가 그에게 ‘얼차려’ 같은 훈련을 받는 모습이 큰 웃음을 줬다. 지난 10일엔 SBS 웹예능 ‘제시의 쇼터뷰’에서 이근 대위를 인터뷰했다. “배우 배수지와 신세경이 이상형”이라는 말에 70만 명이 클릭했다. 지난 13일엔 SBS ‘집사부일체’에도 출연했다. 최근 4∼5%대를 맴돌던 전국시청률이 6.3%로 치솟았다. 디스커버리 채널 예능 ‘서바이블’도 방송 중이다. 아레나옴므 10월 호 화보도 찍었다.

최근엔 새로 설립한 기획사인 ‘록실(ROKSEAL)’을 통해 개인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 생존술, 익스트림 스포츠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지난 7월 말에 문을 열어 이제 한 달 남짓인데 구독자가 42만 명을 넘었다.

“어떤 모습으로든 나라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전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하고 싶었고, 국제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만약 군인이 되지 않았다면 유엔에서 일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이 하나 더 있다면 언젠가는 우주에 나가는 것입니다. 저는 탐험가니까요. 여러분도 꿈을 잃지 마세요.”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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