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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8일(金)
“저보다 이분 작품 더 사랑해주세요”… 최정화·이승희 ‘예술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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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정화 작가의 개인전 ‘살어리 살어리랏다’의 내부 전시 모습.

- 이태원서 각각 개인전 연 두 미술가의 ‘칭찬 릴레이’

최정화 작가 ‘살어리랏다’展
네온으로 상형문자 ‘희망 부적’
“이작가 작품 참으로 좋아”연발

이승희 작가 ‘공시성’展 열어
도자로 만든 대나무기둥 인상적
“흠모하던 작가가 칭찬하니 영광”


“제 것보다 이승희 작가 작품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훌륭하거든요.” (최정화) “저는 젊은 시절부터 최정화 선생 팬이었습니다. 세상의 금기를 툭툭 건드리는 감각이 참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이승희)

칭찬 릴레이에 참가한 것도 아닌데, 두 미술가는 이런 상찬을 주저하지 않았다. 같은 화랑에서 전시회를 했다는 것 이외에 어떤 인연도 없지만, 서로의 작품 세계를 지극히 존중한다는 것이다.

▲  이승희(왼쪽) 작가가 최정화 작가에게 자신의 대나무 설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정화(59)는 해외 비엔날레와 갤러리로부터 러브콜을 많이 받는 국내 대표적 아티스트다. 회화, 디자인, 건축 등의 영역을 넘나들며 기존 미술과는 차별화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왔다. 현재 서울 이태원의 갤러리 P21에서 개인전 ‘살어리 살어리랏다’를 열고 있다. 10월 10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회는 경남도립미술관에서 대규모로 개최하는 동명의 전시(10월 22일∼2021년 2월 14일)를 예비하는 성격을 갖고 있다.

제목은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한 대목에서 빌렸다. 가혹한 현실을 벗어나 무릉도원을 꿈꿨던 고려인들처럼 일상의 평화를 그리워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의 현대인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시 작품들을 보면, 동서고금의 평범한 물질들을 섞어서 예술로 재생시키는 최정화 특유의 형식이 실감 난다. 네온 판 위의 상형문자(生, 雨, 心)에 만물 생동의 의미를 담고, 작품 모양을 통해 ‘살리고 돌리는’ 생명 원리를 전한다. 최정화는 “감염병으로 모두가 힘든 시대에 희망의 부적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승희(62)는 도자(陶磁)를 활용한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크게 인정받아왔다. 2009년부터 중국 징더전(景德鎭)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전시회를 열어왔다.

현재 P21의 자매 갤러리인 박여숙화랑에서 ‘공시성(Synchronity)’이라는 제목으로 개인전(9월 10일∼10월 5일)을 열고 있다. 작가가 만든 풍경으로 관객이 새로운 상상을 함으로써 관람 행위가 ‘의미 있는 우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전시관 1층에선 이승희 표 도자 회화를 만날 수 있다. 대형 도자 판에 연필로 윤곽선을 그린 후 점토물을 발라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 얻은 작품들이다. 70회가 넘는 붓질을 해서 만든 층 위에 조선청화백자를 다양한 모습으로 재현했다.

지하에는 대나무숲이 펼쳐져 있다. 도자로 만든 대나무 기둥 수십 개가 숲을 이룬 것이다. 4m 높이의 대나무 기둥들은 20여 개의 마디를 갖고 있어서 생생한 실재감 때문에 자꾸 만져보게 된다.

지하 전시장은 최소한의 조명만 비추고 있어서 어둡다. 이승희는 “검은 도자가 빛과 반응하는 느낌에 주목해달라”고 했다. 전시장 야외 공간에도 대나무 설치작품을 전시함으로써 바깥 빛과의 조응도 감상할 수 있다.

최정화는 이승희가 ‘흙’으로 작품을 꾸준히 빚으며 장인정신을 발휘해온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이승희 개인전을 찾아 작품을 둘러보며 “참으로 좋다”고 연신 감탄을 터트렸다. 이승희는 “제가 흠모하는 작가가 제 작품을 좋다고 하니 영광이다”라며 “기존 미술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해가는 최 선생 작품을 보면 늘 유쾌하다”고 했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mail 장재선 기자 / 문화부 / 부장 장재선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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