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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용식 주필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18일(金)
천박·오만·무능한 권력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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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식 주필

秋아들과 박원순 조국 받들며
안중근 이순신 조광조 욕보여
6·25 무렵 秋부친 軍복무 회피

李·朴 빗대 양상군자 지록위마
文정권엔 두 특징 모두 가시화
野 무기력해 국가 미래 더 암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일가의 병역 악연은 부친 때도 있었다. 부친은 1958년 제4대 민의원(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당 후보로 당선된 고 김성곤 의원의 비서를 하다가 대구의 꽤 큰 방적공장 감독 일을 맡았다. 당시 태어난 추 장관은 유년 때 유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5·16 쿠데타 뒤 급변했다. 군사정권은 병역 미필자 퇴출에 나섰고, 군 복무를 하지 않았던 부친은 직장을 잃었다. 6·25 상이용사들조차 국가보훈을 받지 못하고 걸인처럼 떠돌던 시절이었다. 부친은 세탁소를 차렸다. 결국 이 세탁소집 둘째 딸이 부친의 정치 꿈을 이뤄준 셈이 됐다.

이런 추 장관이 아들 병역 문제로 곤경에 처한 것은 공교롭고 안타까운 일이다. 굴곡진 현대사 와중에 이 정도 사연이 없는 집안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3대에 걸친 사연을 반추해보는 것은, 최근 추 장관이 문재인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이 됐기 때문이다. 문 정권은 더 오래된 4·3사건이나 여순반란, 심지어 동학농민운동까지 재조명과 피해자 명예회복·보상을 추진하고 있다. 분에 넘치는 돈이나 권력을 주어보면 그 사람 본성을 알 수 있다. 총선 압승 5개월 만에 문 정권 본모습도 더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

첫째, 천박하다. 진보·보수 이전의 문제다. 여당 원내대변인이 추 장관 아들을 안중근 의사에 비유했다. 비난 폭주에 유감을 표했지만, 하루 뒤엔 추 장관이 “(아들이) 안 의사 말씀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그런 발상이라면 추 장관은 조마리아 여사에 해당한다. 조 여사는 독립운동을 위해 떠나는 안 의사에게 “최후까지 싸우라”고 했고, 사형 직전엔 ‘늙은 어미보다 먼저 죽는 것을 불효라 생각한다면 이 어미는 조소 거리가 된다’는 편지와 함께 수의(壽衣)를 지어 보냈다. 도대체 어디에 공통점이 있는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친문 인사들은 ‘이순신 장군도 관노와 잠자리’ 운운하며 성범죄를 물타기 했고, 여당 인사들은 피해호소인 표현 등 2차 가해를 이어간다. 조국 전 장관을 개혁가 조광조에 빗대기도 했다. 순흥 안씨, 덕수 이씨, 한양 조씨 종친회에서 한결같이 조상 모독이라며 분노한다.

둘째, 오만하다. 추 장관은 국회에서 “저와 제 아들이 가장 큰 피해자”라고 했다. 드러난 증언과 정황만으로도 특혜 의혹이 차고 넘친다. 아무리 엄마의 심정이라고 해도 국민을 바보로 여기지 않으면 그런 답변을 하긴 힘들다. 준사기·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의원은 “검찰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욕보였다”고 공격한다. 권력범죄도 원칙대로 수사하려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무력화할 인사를 대놓고 자행했다. 검찰을 권력의 주구로 만들면서 개혁인 양 호도하고, 권력형 범죄자들이 되레 큰소리친다. 여당은 제1 야당을 배제한 채 엉터리 선거법을 만들었고, 국회 상임위원장도 독식했다.

셋째, 무능하다. 빚내서 나랏돈 뿌리는 것 이외엔 잘하는 일이 없다. 천문학적 국채 발행과 코로나 핑계가 없다면 아마 정권이 휘청거릴 것이다. 공무원 증원과 문재인케어, 탈원전 등 구조적 재정 부담 요인을 왕창 만들어놓고 책임을 다음 정부, 미래세대에 떠넘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놓고, 더 오르지 않으니 성공이라고 우긴다. 소득주도성장의 폐해가 심각한데도 사소한 측면을 내세워 성공이라고 자화자찬한다. 그래도 안 통하면 남 탓으로 돌린다. 가장 나쁜 것은 국민에게 공짜병(病) 바이러스를 주입한다는 사실이다.

천박한 권력은 국민 가치관을 타락시키고, 오만한 권력은 국민을 분열시키며, 무능한 권력은 국가를 쇠망으로 이끈다. 문 대통령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이명박 정부를 양상군자(梁上君子), 박근혜 정부를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사자성어로 표현했다. 나랏돈 낭비와 폐쇄적 국정을 비판한 것인데, 문 정권에선 두 특징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의 위대한 70년 성취를 결딴내고 정권 자체도 망칠 것이다. 스스로 교정하면 좋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 너무 많아 기대하긴 힘들다.

그런데 대안 세력도 보이지 않는다. 정권 입장에선 야권 지리멸렬이 천운이지만, 국민 입장에선 망징(亡徵)이다. 악성 종기가 제때 제거되지 않고 계속 곪으면서 더 큰 비극을 잉태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국난의 시기엔 관군보다 의병이 큰 역할을 했다. 21세기형 스마트 의병이라도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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