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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북리뷰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1일(月)
최경원 “유물을 보면 ‘BTS의 韓流 코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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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 미학’의 저자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자신이 그린 그림을 짚어가며 백제 금동대향로의 조형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호웅 기자

- ‘한류 미학’ 저자 최경원

“고조선 청동검·삼한시대 토기…
당대 철학·미적 감각 뿐 아니라
시대 초월한 보편 추상성 담겨

유기적 군무·가족 중심 드라마…
모두 우리 문화 DNA 품어
유물 살피면 통하는 뭔가 있다”


“칼같이 똑같은 동작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방탄소년단(BTS)의 군무(群舞), 가족과의 관계를 기본 바탕으로 하는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에는 모두 한국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모든 것에 철학을 담은 우리 문화의 DNA입니다. 선조들이 일상에서 사용했던 유물을 잘 살펴보면 ‘통하는 뭔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물 연구와 분석을 통해 한류의 미적 기원을 탐색한 책 ‘한류 미학’을 펴낸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는 지난 16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음악과 영상 예술 등에서 이어지는 한류 스타들의 성취가 수천 년 전부터 한반도에서 살아온 선조들의 생활 방식이나 철학, 미적 감각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최 대표가 유물에 주목하는 이유는 실생활에 쓰인 물건만큼 당대 사람들의 취향과 사회적으로 통용됐던 양식 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매개물은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유물은 정부나 기관이 만든 사료, 글로 쓴 책들보다 훨씬 확실하고 조작할 수 없는 증거입니다. 18세기 요한 요아힘 빙켈만이 그리스 유물을 해석해 내면서 유럽 미술사가 새로 쓰인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 대표는 주물 형식으로 만들어진 청동검을 예로 들면서 “이미 고조선 시대부터 상당히 크고 조직된 국가 기구가 있었고, 매우 높은 수준의 문화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거푸집을 썼다는 것은 사회적 수요에 맞춰 계획적으로 대량 생산했음을 의미합니다. 당대 사람들의 철학과 취향, 미적인 감정이 하나의 양식으로 반영됐다는 거죠. 어떤 장인 한 명이 우연히 만들어낸 게 아니라 표준화된 물건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오리 모양을 추상화한 장식이 달린 삼한시대 토기도 이런 면에서 최 대표의 시선을 잡아끈 사례다. 현대 미술에서나 나타나는 추상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우리 문화 유물에는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보편적 추상성이 담긴 것 같다”며 “예술사를 다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반도에 일찍부터 관료체제를 갖춘 국가가 등장한 게 문화예술 분야의 보편적 추상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최 대표 생각이다.

“지배자의 힘을 과시해야 하는 봉건체제에선 건축이나 조형예술에서 규모나 장식을 중시합니다. 반면, 백성이 중시되는 관료체제에선 보편성과 철학이 더 강조됩니다.”

최 대표는 이런 점에서 우리 고유문화와 유물 등을 기술 면에서 뒤떨어진 소박한 물건으로 취급하는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 시대 달항아리를 보고 소박하다고 하는데, 달항아리는 직공만 400명이 넘었던 광주요(廣州窯)에서 분업에 의해 대량 생산됐습니다. 음양 태극 이론에 따른 우주의 순환이라는 철학을 담기 위해 둥글게 만들었죠. 그런데 지난해 봄과 올해 봄이 다르듯, 똑같이 순환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약간 기울어진 동그라미를 형상화한 겁니다. 독 짓는 노인이 물레를 돌리다 우연히 만들어낸 것도, 기술이 부족해서 소박하게 만든 것도 아닙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스토리텔링’ 면에서 우리 박물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존 유물 규모 면에서 세계 8위 수준입니다. 영국, 프랑스 박물관이 제국주의 시대 약탈 문화재로 채워진 것과 달리 우리는 그냥 우리 유물만 있는데도 그렇습니다. 전시된 유물은 훌륭한데, 설명이 제대로 안 돼 있습니다. 우리 유물들이 현재의 관점에서 어떤 문화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재평가하고 널리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한류 미학’은 총 5권으로 기획됐고, 이번에 출간된 1권은 석기 시대부터 통일신라 시대까지를 담았다. 향후 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 근대, 현대 순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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