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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맹난자의 한 줄로 읽는 고전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1일(月)
걷기와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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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와 침묵은 나를 구원해 주었다. 걷기와 침묵은 속도를 늦추어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고 그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해주었다. (…) 침묵은 총체적이면서 독립적인 현상으로, 외적인 요소 없이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나는 침묵 속에서 나 자신을 재발견한다.”

미국의 환경운동가 존 프랜시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아름다운 지구인 플래닛 워커’에서 한 말이다. 표지에 ‘22년간의 도보여행, 17년간의 침묵여행’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1971년 1월, 샌프란시스코와 마린반도를 잇는 금문교 밑에서 유조선 2척이 충돌했다. 안개가 걷히자 시커먼 타르와 함께 죽어가는 새와 물고기, 바다표범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앞에서 노인은 죄인의 심정이 된다. 어릴 때 본 자동차 바퀴에 깔린 개똥지빠귀의 죽음이 떠올랐다.

그 후 그는 운전을 그만두고 걸어서 쿠바와 브라질을 횡단하고 알래스카와 남극까지 탐방했다. 그가 오직 두 발만을 이용해 땅을 밟고자 한 것은 ‘그날’에 대한 책임, 나아가 인류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환경파괴에 대한 죄책감을 통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의 순례는 ‘익숙한 것으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으로 시작된다. 석유 사용과 석유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도 익히 알고 있다. 그 연결고리들을 하나씩 끊어나가며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실천한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 침묵으로 일관했던 그는 17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마흔네 번째 생일, ‘지구의 날’을 택해 환경보호를 이야기하겠다고 입을 열었다.

우리는 얼마 전 태풍 피해를 겪었다. 지구의 기후 위기가 임계점에 육박한다. 앞으로 기온 상승을 2도 이내로 줄이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존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아름다운 지구인 프랜시스는 이 책의 한국어판을 태안 기름 유출 사태에 힘썼던 자원봉사자들에게 바쳤다. 맑은 공기를 위해 우리는 조금 불편해져야겠다. 걷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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