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끼리 ‘스크린 생존대전’… 취향대로 골라 본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큰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검객’, ‘담보’, ‘디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국제수사’, ‘돌멩이’.

■ 한가위 대목 맞아 영화 6편 ‘릴레이 개봉’

‘디바’ 다이빙계 ‘퀸’의 교통사고에 관한 미스터리
‘검객’‘조선버전 테이큰’ 검객의 납치된 딸 구하기
‘담보’ 사채업자들의 가족드라마… 진한 감동 선사
‘국제수사’ 시골형사들 좌충우돌… 곽도원 끼 발산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동창생 3人 ‘코믹 SF 호러’
‘돌멩이’ 범죄자 몰린 8세지능 석구역 김대명 ‘관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위축됐던 한국 영화계가 추석 연휴에 일대 반전을 꾀한다. 이번 주부터 연휴 직전까지 무려 6편의 영화가 릴레이 개봉에 들어간다. ‘영웅’ ‘승리호’ 등 당초 여름 또는 추석 대목에 개봉하려던 ‘텐트폴(대작)’ 영화들이 일정을 뒤로 미루고 대신 중급 규모 영화들이 일제히 빈 공백에 뛰어들면서 생긴 예상 밖의 치열한 경쟁이다. 스릴러와 코미디, 드라마, 액션 등 장르가 다양하고 배우들의 얼굴도 알차 기대를 모은다.

먼저 포문을 여는 건 23일 개봉하는 ‘디바’와 ‘검객’이다.

‘디바’는 다이빙계의 퀸 이영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잠재됐던 욕망과 광기가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신민아가 이영 역을 맡아 데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하지 않았던 캐릭터에 도전했다. 최고의 다이빙 선수를 보여주기 위해 실제로 4개월간 실전과 다름없이 훈련했다. 여성감독이 연출하고 여성이 주인공을 맡은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민아는 “짧지 않은 시간 연기하면서 열정은 계속 커져만 가던 시기에 만난 작품”이라며 “여성이 주체적으로 끌고 가는 이야기라 시나리오를 봤을 때 너무 반가웠다”고 말했다.

‘검객’은 의외의 복병이다. 조선 광해군 폐위 후 청의 수탈이 심해진 시기, 조선 최고의 검객 태율이 납치된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칼을 들게 되는 추격 액션이다. 절권도 등을 연마했고, ‘추노’에서 호쾌한 액션을 보여줬던 장혁이 태율 역을 맡았다. 줄거리만 보면 2008년 개봉해 흥행했던 외화 ‘테이큰’을 연상하게 한다. 총이 칼로 바뀌었을 뿐 딸을 찾기 위한 처절한 부성애가 닮았다. 그러나 영화는 줄거리보다 액션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다소 뻔한 스토리만 참으면 장혁과 정만식, 악역을 맡은 인도네시아 배우 조 타슬림의 액션 대결이 볼 만하다. 장혁은 “검을 통해서 날카로움을 표현해야 하는 게 기존의 맨몸 액션과는 많이 달랐다”고 설명했다.

29일엔 ‘담보’ ‘국제수사’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등 3편, 30일엔 마지막으로 ‘돌멩이’가 개봉해 충돌한다.

‘담보’는 가족이 모이는 추석 연휴에 가장 어울리는 휴먼 드라마다. 인정사정 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가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아홉 살 승이를 담보로 맡아 키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코미디, 스릴러, 공포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제 몫을 해내는 베테랑 성동일과 김희원이 미워할 수 없는 사채업자 두석과 종배를, 그리고 오랜만에 스크린에 비친 하지원이 승이로 출연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 ‘국제시장’ 등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이 제작했다는 점에서 우선 신뢰가 간다. ‘공조’와 ‘히말라야’를 각색했던 강대규 감독의 연출도 기대해볼 만하다. 특히 하지원의 아역을 연기한 박소이는 차세대 국민 아역을 예감하게 한다. 앞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도 황정민의 딸로 나와 눈물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국제수사’는 난생 처음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의도하지 않게 국제 범죄에 휘말리게 된 시골 형사의 수사극이다. 곽도원, 김대명, 김희원, 김상호 등이 출연해 필리핀을 배경으로 범죄 액션과 코미디를 펼친다. 검사, 경찰 등 늘 묵직한 캐릭터를 해왔던 곽도원이 모처럼 무게를 덜어내고 코믹 본능을 발산했다.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로 구수하고 정감 있는 시골 형사로 변신했다. 곽도원과 코믹으로 호흡을 맞춘 김대명의 활약도 기대된다. 세대를 초월해 관객에게 호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행지수가 높아 보인다.

곽도원은 최근 MBC ‘나 혼자 산다’부터 SBS ‘미운 우리 새끼’ ‘런닝맨’까지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숨겨뒀던 끼를 드러냈다. 때론 친근하고 소탈한 매력으로, 때론 집밥을 만들고 서핑을 하는 의외의 모습으로 방송 직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올랐다.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코믹 스릴러 SF 호러를 표방한다. 인류를 멸망시키려고 지구에 온 ‘언브레이커블’에 대항해 3명의 여고 동창생들이 한판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를 다룬다. ‘시실리 2㎞’ ‘차우’ ‘점쟁이들’ 등에서 독창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줬던 신정원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정현·서영희·이미도가 3명의 여고 동창생으로 특별한 연대를 보여준다. 특히 이정현은 ‘반도’에서 여전사 이미지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데 이어 이번엔 신혼생활 중 남편과 적이 된 순진한 아내 소희 역을 맡아 또 다른 캐릭터를 보여준다. 진실되고 심각한 연기로 친구들과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에서 반전의 웃음을 터뜨린다. 김성오가 정체불명의 언브레이커블을 연기하고 양동근이 여고 동창생의 조력자로 등장한다. 이색적인 배우들의 조합이 독특한 하모니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돌멩이’는 추석 전 릴레이 개봉의 대미를 장식한다.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세 지능의 석구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무엇보다 초점은 석구를 연기한 김대명에게 쏠린다. 김대명은 올 상반기 최고 화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마음 따뜻한 산부인과 의사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엔 ‘어른아이’ 역을 맡아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이밖에도 방탄소년단 주연의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일본 애니메이션 ‘해수의 아이’, 제라드 버틀러의 액션 ‘그린랜드’ 등이 관객과 만난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는 방탄소년단의 무대 위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스타디움에서 했던 월드투어를 고스란히 담았다. 예매가 진행 중인데 전체 예매율 1위다. 팬클럽 아미에게 큰 추석 선물이 될 듯하다.

‘해수의 아이’는 한국과 일본에서 영화화된 ‘리틀 포레스트’의 작가인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판타지를 섞어 생명과 우주 탄생의 비밀을 묘사한다. ‘그린랜드’는 재난 블록버스터다. 초대형 혜성 충돌까지 48시간을 남겨둔, 사상 초유의 우주적 재난 상황 속에서 지구의 유일한 희망인 그린랜드의 지하 벙커로 향하는 존 가족의 사투를 그린다. 버틀러가 주연했던 ‘런던 해즈 폴른’ ‘엔젤 해즈 폴른’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