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헌 공수처’ 野 견제도 無力化 겁박…與 마각 드러났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은 법률 내용은 물론 입법 절차까지 위헌(違憲)·불법 요소가 다분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이런 법의 마지막 견제 장치였던 야당의 ‘거부권’마저 없애려고 한다. 야당이 현행법에 규정된 공수처장 추천위원 2명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 아예 여당 뜻대로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공수처 앞에는 ‘정권의 충견’ ‘민변 검찰’의 길이 열려 있는데, 이런 문제를 시정하려고 노력하긴커녕 대놓고 독재국가에나 있을 하수인 조직을 만들려고 드는 셈이다. 문 대통령은 21일‘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라는 행사를 갖고 “입법과 행정적인 설립 준비가 다 끝난 상황인데도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고 독려했다.

공수처 설치법이 20대 국회에서 범여권이 선거법과 짬짜미로 통과시켜 지난 7월 15일 시행에 들어갔지만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고, 그 결과를 보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검·경보다 더 큰 권한을 가진 기구가 헌법도 아닌 법률로 설치되는데 위헌 여부를 가리는 것은 당연하다. 현행법은 헌법에 따라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되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침해하고, 수사 개시 여부 등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을 자체 규칙으로 정하도록 한 것 등 위헌 요소가 수두룩하다. 또, 추미애 장관 아들 사건은 물론 많은 권력형 의혹 사건을 이관 받아 뭉개도 그만이다.

여당은 공수처 발족을 서두르면서 정기국회 내에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한다. 법사위에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여야가 각각 2명씩 추천하고, 총 7명의 추천위원 중 6명의 찬성으로 추천하도록 한 야당의 견제권을 무력화(無力化)하려 한다. ‘백혜련안’에 따르면, 10일 이내에 야당이 추천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등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의결정족수도 6명에서 5명으로 낮췄다. ‘김용민안’에는 공수처 인력을 대폭 늘리고 자격 요건도 완화해 민변 출신들의 진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 비협조 운운하지만, 이런 개정안들은 여당의 속셈을 보여준다. 이제 그 ‘마각(馬脚)’이 뭔지 누구나 더 분명히 알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