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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이우석의 푸드로지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4일(木)
영양 꽉 찼는데 먹기도 편해…세계인이 ‘사랑할 만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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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생덕의 왕만두

■ 만두 익어가는 가을

밀가루 피에 고기·야채 소 채워넣어 한 끼 식사로 든든
韓, 네모난 개성 ‘편수’ 대구 ‘납작만두’ 원주 ‘꿩만두’ 등 다양
英문화권선 ‘미트파이’·伊선 국수처럼 ‘라비올리’ 즐겨
종주국 中, 생선껍질·배춧잎도 재료…육식 금했던 日, 자생만두 없어


명절이 코앞이라 슬슬 만두를 준비하는 집이 많다. ‘그럴 만두’하다. 만두는 시식(時食)이자 절식(節食)인 까닭이다. 경기 북부와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등에선 명절이나 집안 행사 때 으레 만두를 빚었다. 설날에는 당연하고 추석이나 잔치에도 만두는 상차림의 주인공이었다.

밀가루 피에 고기로 만든 소를 채워 넣은 음식. 중국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세계적으로 인기를 이어가는 보편식. 우리나라에서만 유독 ‘그것’을 총칭해 만두라 부른다. 중국에서 만터우(饅頭)는 소를 넣지 않은 밀가루 빵을 이른다. 반찬과 함께 먹는 밥 또는 식빵 개념이다.

우리가 아는 만두는 바오즈(包子), 또는 가오즈(餃子)라 부른다. 샤오마이(燒賣)나 샤오룽바오(小籠包) 등으로 칭하는 것도 있다. 일본에서도 교자, 슈마이 등으로 나눠 부르지 총칭해서 만두라 하진 않는다. 영어로는 덤플링(dumpling)이 보편적이지만, 튀긴 만두의 경우 팟 스티커(pot-stickers)라고도 부른다.

만두의 기원이야 제갈량의 남만(南蠻) 정벌 고사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전에도 만두와 비슷한 음식이 있었을 것이란 학설이 유력하다. 어차피 만두는 빵의 종류다. (고기로 만든) 소가 들었고 안 들었고의 차이다.

따지고 보면 만두나 사모사(samosa), 미트파이는 모두 같은 맥락이다. 사모사는 고기와 채소를 다져 간을 하고 밀가루 반죽 피 속에 넣고 튀겨낸 음식. 인도 요리로 분류되긴 하지만 중동과 서남아시아 지방 대부분 국가에서 만들어 먹는다. 내용물과 맛은 조금씩 다르지만 삼사(터키), 삼부사(이란), 산부삭(아랍) 등 비슷한 음식을 비슷한 이름으로 부르며 먹는다. 우즈베키스탄이나 중국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등에선 빵 속에 양고기를 조려 넣는 만두와 유사한 ‘고기 빵’이 거의 주식이나 다름없다. 러시아 서부에도 피로시키나 사므사, 펠메니로 불리는 고기만두가 있다. 터키 만트는 이름까지 닮았다. 이탈리아의 라비올리(ravioli)도 소가 적게 든 대구의 납작만두와 유사하다. 정작 이탈리아 사람들은 라비올리를 만두가 아닌 국수로 여기지만 말이다.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국문화권에서 즐기는 미트파이 역시 원리상 만두 종류다. 고기를 다져 양념한 후 빵 반죽에 넣고 구워낸 것이 미트파이다.

만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지만, 먹을 때는 편하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채소류를 한 번에 섭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샌드위치, 햄버거와 다를 게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카오에서 주파바오(돼지갈비를 끼운 빵)를 ‘개방된 만두’(open dumpling)라 여기는데, 여기서 서구인들의 만두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나 맛있고 균형 잡힌 영양가 덕분에 만두는 세계 곳곳에서 각각 두루 발전했다. 한국도 편수, 꿩만두 등 만두 문화가 발달하며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 냉동 만두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내 만두 판매 1위는 당연히 한국 업체의 몫이다.

개성지방의 명물인 편수는 일반적 만두인 교자(餃子)나 포자(包子)의 형태가 아니다. 오히려 인도 만두인 사모사와 닮았다. 옆에서 보면 피라미드 모양 사각뿔이고 위에서 보면 네모지다. 두부와 숙주나물, 고기뿐 아니라 굴과 잣, 버섯 등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다. 고기도 소고기에 꿩, 돼지고기 등 다양한 부위를 섞어서 쓴다. 주로 만둣국으로 먹는데 보통은 차게 먹는다. 편수는 중국에서 건너왔다. 문헌에 네모난 물만두 형태를 편수, 또는 편식이라 불렀다는 기록이 나온다. 중국에 삼을 팔러 갔던 송상들이 전해온 것이라는 설이 우세하다. 어쨌든 찬 국물에 말아 먹는 게 남쪽 사람 입맛에는 잘 맞지 않았는지 편수의 유행은 남한으로 내려오진 않고 북쪽으로 올라갔다. 러시아로 건너간 편수는 크기나 먹는 방법이 바뀌고 이름도 ?세(пянсе)가 됐다고 한다. 블라디보스토크의 유명한 간식이 바로 ?세다.

우리나라 만두 문화에서 특징 중 하나가 꿩을 쓰는 것이다. 특히 강원도와 충북도 일원에선 겨울에 잡은 꿩을 통째로 맷돌에 갈아 만두소로 쓴 ‘꿩만두’가 별미 음식이었다. 대개 만두피는 구하기 어려운 밀가루 대신 메밀을 썼다. 뼈째 갈았기 때문에 다소 버석거리긴 해도 진한 꿩고기 맛을 한입에 즐길 수 있다. 꿩만두는 생치만두(生雉饅頭)라 해 지금도 파는 집이 강원 원주와 평창 쪽에 더러 있는데, 꿩의 수급 문제와 생소한 식재료를 꺼리는 소비자들 탓에 그리 인기를 얻진 못하고 있다.

한국 만두의 또 다른 특징이 김치다. 무엇이든 김치만 넣으면 무난한 음식이 되는데 굳이 만두라고 김칫소를 안 넣을 이유는 없다. 당면을 넣어 만두소의 양을 불리고, 두부와 숙주가 고기 맛을 보충하지만 김치의 강력한 풍미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제 김치만두는 ‘짜장이냐 짬뽕이냐’처럼 만두를 선택할 때 한국인의 뉴노멀 기준 중 하나가 됐다.

우리 만두는 엄청난 크기도 특징 중 하나다. 어른 주먹만 한 ‘이북식 만두’는 크기에서 주는 시각적 포만감이 실로 대단하다. 당연히 수저로 터뜨려 먹는다. 한식의 대부분 요리가 소찬(小餐) 위주지만 만두만큼은 아주 크다.

만두는 일상식이나 간식에도 빠지지 않는다. 아예 떡볶이에 넣어 먹을 요량으로 튀긴 만두를 따로 만들 정도다. 일부러 딱딱한 만두를 빚고 튀겨내 떡볶이 국물에 푹 적셔 먹도록 했다. 떡볶이 전용 만두라니! 창의적이기 이를 데 없지 않은가.

대구에선 전처럼 부친 납작만두를 즐긴다. 납작만두는 만두라 하기엔 민망할 정도로 소가 적지만, 전이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감지덕지인 형태를 취하고 있다. 얇은 두 겹의 만두피 사이에 갈아낸 듯 약간의 채소와 당면이 남아 ‘만두의 혈통’임을 주장한다. 라비올리 스타일과 다름없다. 기름에 부쳐 매콤달콤한 쫄면이나 양배추를 싸먹으면 그 맛이 꽤 훌륭하다.

만두가 흔해지면서, 한국에선 만두가 고급 요리의 반열에 오르진 못했다. 명절에나 맛볼 수 있던 진귀한 음식이, 라면 따위에 들어가고 군부대 PX나 편의점 마이크로웨이브 기기에서 빙글빙글 익어가는 값싼 대중음식이 될 것을,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조상님들은.

일본에는 자생적 만두가 없다. 오랜 시간 육식을 금한 까닭이다. 대신 중국 만두를 본떠 팥소 등을 넣은 찐빵(あんまん) 비슷한 음식이 생겨났다. 고기소가 들어있지 않은 까닭에 우린 그걸 만두라 부를 수는 없다. 뒤늦게 먹기 시작했지만 일본인들은 만두를 좋아해 반찬처럼 상식한다. 집에서 교자만두를 구워 밥과 함께 먹기도 한다. 슈퍼에는 만두 전용 간장이 다양하게 출시돼 있을 정도다. 특히 라멘과 야키교자는 찰떡궁합처럼 여긴다. 일본에서는 교자 외에 포자만두를 주카망(中華まん)이라 해 호빵처럼 곳곳에서 판다. 딤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슈마이도 즐겨 먹는다.

일반적인 만두는 중국인이 가장 잘한다. 볶음밥처럼 종주국 솜씨에 결코 따라갈 수 없는 메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만두다. 모든 재료는 만두가 될 수 있고 또 그 맛을 따라잡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삼치를 사다 어만두를 만든다. 만두에도 제철이 있다.

중국에는 국수와 밥, 요리를 파는 식당이 있고, 아예 만두만 파는 만두집이 따로 있는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무슨 규범처럼 철저히 지켜진다. 만두와 요리를 함께 파는 경우는 대형식당이거나 관광객을 받는 관광식당이다. 만두집에서 밥 메뉴를 팔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만두가 바로 밥이기 때문. 간편하면서도 필수 영양소는 모두 채울 수 있고 열량 또한 그럭저럭 충분하다. 특히나 피가 두껍고 폭신한 바오즈는 정말 밥처럼 느껴진다.

중국의 만두는 현지인들도 놀랄 만큼 다양하다. 밀가루 반죽이 아닌 것으로 만두를 빚는 경우도 있다. 채소 이파리나 생선살, 생선껍질, 닭껍질, 닭날개, 계란 부침, 불린 해삼 등을 쓴다. 배춧잎으로 말아낸 만두는 따로 숭채만두라 한다. 둘둘 말아내기만 한다고 만두가 되지는 않는다. 사방이 막혀 있어야 비로소 만두라는 명칭을 얻을 수 있다. 아무리 유사한 소가 들었대도, 전병이나 춘권이라 따로 부르지 만두라 하지 않는다.

중국 수교자(水餃子)는 이름 뜻 그대로 우리가 아는 물만두다. 다만 중국인들은 두껍고 넉넉한 피가 펄럭이는 만두를 수제비처럼 먹는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한국에서 물만두란 간식이나 보너스 음식으로 취급받는다).

크기가 작은 만두는 양은 적은 대신 강렬한 특색이 있어 사랑받고 있다. 새우나 채소를 넣고 쪄내 한입 크기로 맛볼 수 있는 샤오마이는 미식 천국인 홍콩에서도 별미로 손꼽힌다. 작은 바구니(小籠)에 쪄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 샤오룽바오(흔히들 소룡포라 잘못 알고 있는데 룡(龍)이 아니라 롱(籠)이다)는 수많은 만두 종류에서도 가장 정체성이 확실하다. 최근에는 ‘만두의 기본이자 딤섬의 시작’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냉장과 조리 온도 차를 이용해 육즙을 가둬 촉촉하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여러 이유로 한국에서 중국식 만두는 그 만드는 공에 비해 어처구니없이 저렴하게 팔린다. 짜장면 서너 그릇에 당연히 ‘군만두 서비스’를 기대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분)는 15년간 좁은 방에 갇혀 군만두를 주식으로 먹었지만, 사실 그 군만두는 박철웅(오달수 분)이 부하들과 시켜먹은 짜장면에 따라온 ‘보너스’였을 뿐이었다.

본래 화교 사회에서 만두란 공장에서 떼오는 게 아니라 일일이 직접 빚어 만드는 것이기에 서비스로 줄 만큼 값싼 만두는 없다. 몇 년 전부터 만두를 잘 빚기로 소문난 몇몇 화상(華商) 중국요리점이 만두 마니아의 입소문을 타고 기나긴 줄을 세우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직접 빚은 군만두나 찐만두, 부추합 등은 기존 공장 만두(?)와는 확연히 다르다. 솜씨 훌륭한 만두집 덕에 조연이었던 만두가, 이제야 당당한 주연으로 제값을 받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놀고먹기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대문점=1968년부터 반세기 이상 서울 영등포를 지키고 선 대문점은 만두와 오향장육만 파는 집이다. 다른 요리는 하나도 없다. 군만두, 찐만두, 고기만두, 물만두 등 만두를 종류별로 팔고 오향장육과 족발을 중국식으로 내는 집이다. 직접 빚은 만두는 각각 특색이 있어 어느 하나 포기하기란 쉽지가 않다.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10길 30. 5000∼6000원.

◇연교=서울 연남동 연교는 만두와 함께 간단한 요리를 파는 집인데 만두도 요리도 모두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다. 이름에 교(餃)가 들어가니 당연히 만두 맛집. 물론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샤오룽바오. 육즙 가득한 만두는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충족시킨다. 한 면만 바싹 구워낸 성젠바오(生煎包)도 맛이 좋다. 가게는 몇 테이블 되지 않아 늘 대기와 포장 줄을 길게 세운다. 서울 마포구 연희로1길 65 1층. 6500원

◇태산만두=대구 화교들도 만두를 잘한다. 특이한 점은 찐만두를 찐교스라 부르는데, 아마 교자(餃子)의 변형일 테다. 태산만두와 영생덕이 유명하다. 영생덕은 찐교스와 고기만두, 태산만두에선 군만두가 인기다. 태산만두는 바삭한 군만두를 매콤한 무침과 곁들여 내온다. 간장만 슬쩍 찍는 대신 채소무침과 곁들여 아삭하고 바삭하게 즐긴다. 비빔군만두, 비빔찜만두 등 대구만의 스타일 만두 메뉴도 있다.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109-32. 5000∼5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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