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처벌하려다 언론 재갈 물리는 결과 낳을수도”

  • 문화일보
  • 입력 2020-09-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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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배 적용에 잇단 비판

“정권 감시·국민의 알권리 위축
법적대응 가능…과잉입법 안돼”


‘가짜 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에 언론사까지 포함할 경우, 언론의 감시 기능뿐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가짜 뉴스’는 기존 민사소송과 손해배상제도를 통해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며 ‘과잉 입법’ 움직임을 경계하고 있다.

오승원 법무법인 소망 변호사는 24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사는 신속성과 정확성,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을 지향하는데, 이들 목표는 기본적으로 서로 상충되기 때문에 언론사의 검증과 보도가 한계를 갖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며 “이런 특성을 무시하고 언론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이 두려워 정확성에만 집중하다 사안이 다 끝난 뒤에야 보도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결과적으로 오보만 막는 게 아니라 언론의 비판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모두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는 “일반적인 오보와 악의적인 ‘가짜 뉴스’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언론사가 실제 재판을 통해 막대한 손해배상금을 물게 되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황정근 법무법인 소백 대표변호사는 “고소·고발이 남발될 경우, 최종 판결까지 안 가더라도 언론의 보도 기능 위축과 자기 검열 등 부작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법무부가 오는 28일 입법예고하겠다고 밝힌 ‘상법 개정안’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등 19개 법률에 산재해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에 넣어 일반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범람하는 가짜 뉴스, 허위 정보 등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위법 행위에 대한 현실적인 책임추궁 절차나 억제책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가짜 뉴스 대응이 법 개정의 목표 중 하나임을 분명히 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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