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너희 잘못은 내 책임”… 질책 대신 홀로 운동장 뛰신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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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선 전남 보성 용정중 선생님

“너희가 이렇게 된 건 담임교사인 내가 잘못 지도한 탓이다. 그러니 내가 책임을 지겠다.”

기숙 학교의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주어진 자유시간에, 난데없이 운동장으로 불려 나온 저희들 앞에서 이 말을 남기시곤 혼자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었네요. 교사가 되신 후 처음 담임을 맡은 반에서 사춘기 중학생들끼리 갈등이 일어나고 반목을 일삼아 반 분위기가 좋지 않자 선생님은 반 아이들 모두를 운동장으로 집합시켰지요. 그러고는 크게 혼이 날까 긴장한 학생들 앞에서 당신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묵묵히 홀로 운동장을 도셨습니다. 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모두의 마음을 모으기 위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선생님은 홀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셨을까요.

혼자 운동장을 돌면서 헐떡이는 선생님의 숨소리 끝에 저와 친구 두세 명이 따라붙었고, 남은 학생들도 모두 그 뒤를 따라 뛰었습니다.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때 달빛이 은은하게 드리우던 운동장에서 선생님의 마음을 알아차렸을 겁니다.

돌이켜보면, 선생님은 공동체 정신을 참 중요하게 여기셨습니다. 모두 함께 하나가 돼 뭉치면서도 서로서로 다름은 인정해 주는 것이었죠. 이제 모두 성인이 된 저희는 그때 선생님의 나이와 가까워지면서 그 마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선생님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잘생긴 얼굴에 멋들어진 헤어 스타일과 수려한 언변, 돋보이는 운동 신경을 모두가 좋아하고 또 부러워했습니다. 1학년 때 한문을 지도하셨던 선생님은 제가 2학년이 됐을 때 첫 담임을 맡으셨습니다.

‘대장님’ ‘게임 고수’ ‘농구의 신’…. ‘선생님’ 말고도 정말 다양한 호칭으로 선생님을 부른 것 같네요. 선생님은 학생들과 거리낌 없이 함께 어울렸습니다. 학생들이 귀가하면 컴퓨터 게임을 같이 하자며 먼저 문자를 보내곤 했고, 주말마다 운동장에서 함께 축구를 하며 흙먼지를 뒤집어쓰다가도 누군가가 다치기라도 하면 가장 먼저 소독약을 들고 달려오셨습니다. 기숙사 방에 한데 모여 힘든 학교생활에 대한 푸념을 늘어놓고 있을 땐 항상 찾아와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꺼내놓으셨고,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는 사소한 고민에도 선생님은 가장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여 들어주곤 하셨습니다.

질풍노도와 같던 중학교 2학년 시절, 많은 추억을 함께 쌓도록 해주신 전남 보성 용정중 조규선 선생님. 저희 이후로도 많은 제자를 지도하셨지만 저희가 선생님의 첫 제자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겠죠? 늘 학생들과 같은 곳에 서서 같은 목적지를 바라보려고 하신 선생님의 마음을 지금도 감사히 느끼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만나지는 못하지만 함께 웃으며 추억 보따리를 풀어헤칠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건강하세요, 선생님.

제자 박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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