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일 기자의 인생풍경>국립공원, 탐방 규제가 최선일까

언제 어디서든 ‘거리두기’를 지켜야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한적한 탐방’이야말로 권장되는 몇 안 되는 야외 활동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의 위협이 계속된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집에만 틀어박혀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감염병 위협으로 일상이 크게 달라졌지만, 가장 크게 변한 건 아마도 여가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인기 장소는 기피 공간이 됐고, 대면 접촉이 금기시되면서 ‘갈 수 있는 곳’은 크게 줄었습니다. 여행의 목적지도, 여행하는 방식도, 심지어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바뀌었습니다.

올 초에 전국의 국립자연휴양림이 일제히 문을 닫은 적이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로 휴양림 전체를 폐쇄한 것이었습니다. 방역을 위해 국가가 다중시설 운영을 중단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건 숙소와 편의시설 운영 중단을 넘어 아예 이용자들의 휴양림 출입 자체를 막은 것이었습니다.

잘 조성해 놓은 탐방로와 산책로까지 막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너른 부지에 들어선 국립휴양림은 공간 대비 이용 인원이 적어서 그나마 감염 우려 없이 안전하게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었는데도 말입니다. 휴양림이 문을 닫으니 사람들은 탐방객이 훨씬 더 많아 위험한 도시 근교 산으로 몰려갔습니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 같던 일상의 제도와 규칙이 감염병 대처와 거리두기 등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의 등장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감염병에 대응하는 국가 시스템은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만, 다른 분야의 변화는 아직 느립니다. 이 대목에서 강조하고 싶은 게 코로나에 지친 국민을 위무해야 할 국가의 책임입니다. 뉴노멀 시대에 국가가 제공하는 여가시설 운영 방식 등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말입니다.

감염병에 대한 위험으로 탐방객의 이용 행태가 달라지고 있는데도 정작 국립공원공단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동안 공단은 국립공원 내에 지정된 몇 개의 탐방로만 고집하며 탐방객을 정해진 코스에 죄다 몰아넣어 왔습니다. 환경 훼손이나 등반 위험 등이 없다면 국립공원 내에 다양한 코스를 만들어 경관에의 접근성을 높이고, 등산객도 소단위로 분산하는 게 뉴노멀 시대에 더 나은 일이 아닐까요. 꾸준히 지적돼온 이용자 규제 일변도의 국립공원 정책을 이제 손볼 때가 됐습니다. 국립자연휴양림이 숙소 문을 닫으면서도 탐방로와 산책로를 열어주기로 한 것처럼, 국립공원도 뉴노멀에 발맞추는 유연한 사고와 대처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