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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8일(月)
계몽군주?… “의도적 개념 왜곡, 지지층에 가이드라인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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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 ‘여권의 요설’ 분석

“남북관계 논리제공 목적인데
표현들이 너무 과했다” 비판

“국민감정·객관적 사실 무시
양극화 부추기는 선동정치”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 사살·시신 훼손 ‘만행’ 사건과 관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계몽군주’에 빗대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이 씨 시신 훼손에 대해 ‘화장(火葬)’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권 핵심 인사들이 국민 감정은 물론 객관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정치적 의도가 담긴 어법이라고 지적한다.

유 이사장은 지난 25일 노무현재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된 토론회에서 김 위원장의 사과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가 바라던 것이 일정 부분 진전됐다는 점에서 희소식”이라며 김 위원장을 “계몽군주 같다”고 추켜올렸다. 같은 자리에 있던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전 통일부 장관)도 “일종의 계몽군주로서 면모가 있는 것”이라고 했고,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은 “비전문가가 쓸 수 있는 용어로 표현하자면 아주 통찰력이 높은 것”이라고 거들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계몽(啓蒙)은 ‘지식수준이 낮거나 인습에 젖은 사람을 가르쳐서 깨우침’이란 뜻을 가진다. 독재국가의 지도자를, 더욱이 우리 국민 사살과 관련한 대응을 평가하면서 쓰기에는 매우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송인 김어준 씨는 25일 TBS라디오 ‘뉴스공장’ 진행 도중 북의 이 씨 시신 훼손에 대해 “해상 총살 후 화장을 해버린 것 아니냐”고 말했다. 북측의 대응과 한참 거리가 먼데도, 27일에는 이낙연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신 화장 여부 등에서 남북의 기존 발표는 차이가 난다”며 재차 ‘화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8일 통화에서 “그분들(유 이사장과 이 대표)이 목적 지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그렇더라도 민심에 부합해야 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튼학부 교수도 “국가의 기본적인 임무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건데, 원인 제공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계몽군주’ ‘화장’ 등의 표현을 쓴 것은 너무 과했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문제의 발언이 지지층을 향한 발언이냐’는 질문에 “1차적으로는 지지층에게, 의견이 다른 사람과 대응할 때 ‘이 사안이 남북관계를 해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 보니 나타나는 건데, (양극화를) 부추기는 선동정치로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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