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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Leadership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8일(月)
소신… 소통… 소탈… 박용만 商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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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 거침없이 할 말 다하는 경제인
‘소통’ 정·재계 마당발… 설득의 달인
‘소탈’ SNS 일상 노출… 친근한 회장님

정부·재계 주선자로 나서
20代 국회 15번 찾아가기도

서경배·정용진 등 회장단에
영향력 커지고 위상 높아져

두산 회장때 말단과 점심 번개
지갑없어 직원에게 돈 빌리기도


두산그룹이 국내 최장수 토종기업이라는 것은 대부분 아는 사실이다. 올해로 124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의 마지막 보부상인 박승직(1864∼1950) 두산그룹 창업주가 1896년 서울 종로에 문을 열었던 ‘박승직 상점’이 시초였다. 전국을 누비는 보부상으로 국내에 상업자본과 기업가 정신을 사실상 처음 뿌리내린 주인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런 조부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보부상 혈통을 이어가기 위해 전 국토를 종단과 횡단하는 대장정도 몸소 실천했다.

요즘 재계에서는 “박 회장밖에 안 보인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특히, 최근 정치권에서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박 회장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지난 22일에는 직접 국회를 방문, 여야 대표를 만나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계의 주장을 전달했다. 박 회장은 대기업 오너가(家) 출신이면서도 기업 입장만을 옹호하지 않는 합리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그의 발언은 무조건 기업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여타 기업인들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경제가 정치의 도구로 쓰인다는 생각이 들 때는 정말 답답하다”며 정치권을 향한 일침이 그래서 더 매서운 이유다.

박 회장은 기업 규제 개선과 실타래같이 얽힌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누구도 마다치 않고 만난다. 박 회장의 리더십을 ‘소통의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실제, 박 회장은 지난 20대 국회 시절, 모두 15차례 국회를 방문했다. 매달 한 번 이상은 꼭 국회를 찾은 셈이다.

노동계와의 만남도 개의치 않는다. 2017년 10월 당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만나 ‘호프 미팅’을 갖고 노사 화합의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박 회장이 현직 대한상의 회장으로서는 처음으로 한국노총 본부를, 김 위원장도 한국노총 위원장으로는 처음으로 대한상의를 서로 방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박 회장의 ‘소통’은 격식도, 형식도, 시간과 장소도 가리지 않고 이뤄진다. ‘대기업 오너’라는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런 행동은 결코 나올 수 없는 ‘파격’이다.

박 회장의 이 같은 소통방식은 이미 두산그룹 회장 시절부터 유명했다. 지난 2010년 대기업 오너 중에서는 최초로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자택에서의 자유분방한 생활과 집무실 활동 등 그룹 총수의 일과를 전 국민에게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화려한 옷차림으로 가죽 소파에 근엄하게 정좌해 있는 드라마 속 대기업 회장님의 모습과 ‘추리닝’ 차림으로 과자를 먹으며 노트북으로 트위트하는 본인의 모습을 비교하며 스스로 권위를 파괴하기도 했다. 말단 직원들에게 SNS로 거리낌 없이 ‘번개’를 치는 모습은 ‘대기업 회장님’이라기 보다는 소기업 사장님 같은 푸근함을 느낄 정도였다. 직원들과 번개 점심으로 회사 근처 냉면 가게에서 식사했다가, 지갑을 갖고 오지 않아 식당 주인에게 “사장님, 저 두산그룹 회장인데, 지갑을 갖고 오지 않아서 외상 좀 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되는 얘기다. 박 회장은 식당을 나와 만난 직원에게 5만2000원을 빌려서 외상값을 갚았다고 한다.

언론과의 만남 역시 스스럼이 없다. 대한상의 출입기자들과의 호프 미팅은 연례행사다. 기자들과 국토 종단 걷기를 함께 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언론과 스스럼없이 만나는 대기업 총수는 아마도 박 회장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며 “대기업 오너 집안의 회장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한상의가 상공회의소법에 근거하고 있는 법적 단체라는 점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다른 순수 민간 재계 단체들과는 성격이 달라 재계의 입장을 100% 담아내지 못하고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그의 이런 소통 리더십으로 인해 대한상의 위상도 몰라보게 높아졌다. 대외 활동이 드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에 취임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서울상의 부회장직을 수락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등도 모두 회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 박 회장이 끌어들인 인맥이다.

박 회장의 소통 리더십으로 성과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박 회장이 줄기차게 국회를 찾아 요청했던 ‘온라인 투자연계 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P2P 금융법)이 국회를 통과해 빛을 봤다. 박 회장은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세! 피로는 눈 녹듯 없어지고 그만 너무 격해져서 눈물까지 난다. 이제 젊은이들 볼 때 조금 덜 미안해도 되고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만세! 감사합니다 의원님들! 민병두 정무위원장님, 소위위원장 김종석 의원님, 여당 간사 유동수 의원님, 유의동 의원님 제가 업어드릴게요”라고 올리기도 했다.

박 회장이 법 개정을 요구했던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 등 이른바 ‘데이터 3법’ 개정안도 올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무엇보다 박 회장의 소통 리더십이 가장 빛을 발한 대목은 ‘규제 샌드박스’다. 지난 5월 대한상의는 국내 첫 ‘민간 샌드박스 지원센터’ 출범식을 가졌다. 샌드박스는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 혹은 면제해 주는 제도를 말하는데, 민간 샌드박스는 사실상 박 회장의 작품이다.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방식은 사실상 전 세계에서 한국이 처음이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소통 리더십과 관련해 지난 2010년 한국PR기업협회가 PR 전문가 400명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가 있다. 설문조사 내용은 국내 CEO 중에서 가장 ‘자기 PR’를 잘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라는 내용이었는데, 박 회장이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설문조사를 진행했던 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박 회장은 SNS를 통한 소통 행위가 매우 두드러진다”며 “최근 한국 사회에서 요구되는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소통인데, 그런 점에서 박 회장의 소통 노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해석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박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2013년 중도 퇴임한 전임 손경식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으며 회장직을 수행한 지 7년을 넘어서고 있다. 재계의 이목은 이제 박 회장의 ‘소통 리더십’을 이어받을 24대 대한상의 회장이 과연 누가 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 朴회장은…

△1955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 △한국외환은행 △OB맥주 부사장 △두산그룹 기획조정실장 부사장 △㈜두산 대표이사 사장 △㈜오리콤 회장 △두산건설㈜ 회장 △두산그룹 회장 △예술의 전당 이사 △국립오페라단 이사장 △(현)한-스페인 경협위원장 △(현)스페인 명예영사 △(현)오더 오브 몰타 코리아 회장 △(현)㈜두산 회장 △(현)두산인프라코어㈜ 회장 △22대(2015∼2018), 23대(2018∼현재)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mail 임대환 기자 / 산업부 / 차장 임대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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