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이 꼬마 따라 웃다 울면… 어느새 내마음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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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맞춤형 가족영화 ‘담보’

까칠한 사채업자와 아홉살 소녀
새로울 게 없어뵈는 줄거리지만

성동일·김희원의 노련한 연기에
엔딩장면 하지원의 눈물도 압권

300대1 경쟁 뚫은 승이‘박소이’
국민 여동생의 계보 이을지 관심

이 사랑스러운 꼬마 숙녀를 어찌하면 좋을까. 한 번 본다면 매력에 빠지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그가 영화 속에서 미소 지을 때 관객도 따라 웃었고, 서럽게 울 때는 함께 눈물 흘렸다. 추석의 의미가 아직도 ‘가족’에 있다면 이 꼬마 숙녀로 인해, 이 작품은 가장 충실한 한가위 맞춤형 영화가 될 듯하다.

까칠한 사채업자 두석(성동일)과 종배(김희원)는 떼인 돈을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9세 승이(박소이·사진)를 담보로 맡는다. 잠시 겁을 주고 돈을 받아내려는 것이었지만 승이의 엄마(김윤진)가 불법체류자로 추방되면서 일이 꼬이고, 이들은 그만 아이의 국내 입양까지 주선하게 된다. 하지만 ‘겉까속촉(겉은 까칠하지만 속 마음은 촉촉한)’의 두석과 종배는 승이가 엉뚱한 곳에 팔려가다시피 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 자책하며 데려온다. 빚 때문에 우연히 시작된, 원치 않는 관계였지만 세 사람은 함께 살면서 어느새 서로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가 된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사실 그리 새로울 게 없다. 고아 소녀가 눈물겨운 소통을 통해 가족에 동화되는 이야기(‘빨간머리 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의리와 배려로 점차 또 하나의 가족이 되는 스토리(‘어느 가족’)는 그동안 영화에서 자주 다뤄졌던 테마였다.

그러나 같은 이야기라도 그걸 누가 하느냐에 따라 공감의 폭과 깊이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성동일과 김희원, 성인 승이 역의 하지원은 나무랄 데 없는 연기로 힐링을 전한다. 성동일은 모자라지도, 지나치지도 않은 딱 적당량의 ‘연기술(演技術)’로 무심한 척하면서 잘 해주는 ‘츤데레’ 캐릭터를 거의 완벽하게 해낸다. 콤비 김희원은 감동과 눈물로 이야기가 무거워질 즈음 어김없이 등장해 코믹한 대사로 분위기를 바꾼다. 하지원 역시 대학생 시절의 승이부터 연기하며 엔딩에서 감정을 폭발시킨다. 연기 베테랑들의 노련한 하모니는 마치 웅장한 교향악처럼 관객 가슴 속으로 울려 퍼진다.

하지만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기까지 감정을 쌓아나가는 과정에서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박소이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박소이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됐다.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나 다름없었지만 타고난 끼와 천진난만함으로 제작진과 관객의 혼을 쏙 뺐다. 김유정, 김향기, 김새론, 갈소원을 잇는 ‘국민 아역배우’의 탄생. 연출을 맡은 강대규 감독은 “(박소이는) 상황을 잘 인지하고 순간 몰입도가 뛰어난 배우”라고 칭찬했다.

박소이는 2012년 3월생으로 올해 만 8세, 인천 동막초 2학년이다. ‘담보’는 지난해 봄부터 여름까지 찍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다. 그때만 해도 지금보다 키가 10㎝는 작았단다. 지난 24일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박소이는 그사이 훌쩍 자라 있었다. ‘담보’ 속 ‘세젤귀(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 승이의 모습을 벌써 떠나 보낸 것 같아 아쉬웠지만 영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했던 눈동자는 그대로였다. ‘담보’는 29일 개봉한다. 12세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