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선관위도 ‘左로 기울어진 운동장’

헌재재판관 9명 중 6명 ‘진보’
선관위장, ‘우리법’출신 내정

진보 성향 판사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노정희 대법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됨에 따라 진보 성향의 법관 출신들이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이 요구되는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중앙선관위원장 자리까지 모두 독식하게 됐다. 이들 기관을 둘러싼 편향성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28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김명수 대법원장이 선관위원으로 내정한 노 대법관의 중앙선관위원장 임명이 확실시되고 있다. 중앙선관위원장은 선관위원(9명) 중 호선(互選)으로 선출되고, 통상 대법관인 위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얼마 전 사임한 권순일 중앙선관위원장도 대법관 신분이었다.

노 대법관이 선관위원으로 임명되면, 위원회 내 유일한 대법관이 된다. 노 대법관이 중앙선관위원장으로 임명되면 선관위 편향성은 한층 짙어질 전망이다. 노 대법관은 지난 7월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이재명 경기지사의 대법원 판결에서 “TV 토론회 중에 한 말은 적극적 거짓말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한 대법관 중 한 명이다. 노 대법관 합류로 친정부 성향의 위원들은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선관위원 9명은 현직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한다. 현재 3명이 공석이고 6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이들 6명 중 전임 대법원장(양승태) 혹은 야당이 추천한 인물은 2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최근 김 대법원장이 지명한 노 대법관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각각 지명한 1명이 합류하면 총 9명 중 6명이 현 정부·여당이 추천한 인사가 된다.

헌재도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유남석 헌재 소장을 포함해 재판관 9명 중 6명이 문 대통령과 민주당, 김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이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 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거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출신이다. 특히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하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6자리가 모두 진보 성향 재판관으로 채워졌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