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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Deep Read 게재 일자 : 2020년 09월 29일(火)
국가-국민은 계약관계…생명 못지킨 정부엔 권력위임 철회·저항권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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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뒤인 24일 오후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보고하고 있고(왼쪽), 같은 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경기 김포시의 캠프원에서 열린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뉴시스

■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

文정부, 김정은 눈치 살피며 北 만행에 아무 조치 안해… 사과는커녕 월북자 낙인찍기
국민은 권력 위임, 국가는 생명·자유 수호… 헌법상 의무 이행 태만하면 국민은 계약 파기


서해에서 어업지도 중 실종돼 비무장 상태로 표류하던 대한민국 해양수산부 공무원을 북한군이 총살하고 시신을 불태운 엽기적 야만 행위에 국민이 큰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 반인륜적 사건에 임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는 국민을 더욱 분노하게 한다. 참사 당시 우리 군과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위기 상황에 놓인 국민 생명을 구하려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과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도록 한 헌법상의 책무를 짊어진 대통령과 정부의 태도인지 국민은 묻게 된다. 국가를 경영하는 권력이 의무 수행에 태만할 때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자유민주주의적 사회계약설 과 국가론은 국민의 위임 철회와 계약의 파기, 그리고 ‘저항권’ 행사라는 답을 내놓는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존재 이유는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장하고 지키는 데 있다. 우리 헌법에도 국가의 최우선 과제가 불가침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10조). 대통령이 취임할 때 헌법 준수와 국가의 보위 및 국민의 자유와 복리 증진을 선서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69조). 군 역시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함을 사명으로 한다는 헌법상의 책무를 피해갈 수 없다(5조 2항).

이처럼 국민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 수호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삼게 된 국가철학의 연원은 17세기 자유주의 철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존 로크(John Locke)가 주장한 ‘위임계약설’이 그 뿌리다. 그는 국가와 국민의 상호관계를 신임과 위임의 관계로 설명했다. 즉 인간은 본래 착한 인성을 가져서 자연상태에서도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상태를 보다 승화시키려고 위임계약을 통해 국가를 창설했다. 위임계약의 토대는 국민은 국가를 신임하고, 국가는 국민이 위임한 천부적 자유와 권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다. 대의민주주의 이론의 사상적인 선구자로 꼽히는 로크의 사상은 이제는 모든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국정운영의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북한 만행 사건에서 보듯 정부가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경우 국민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당연히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로크가 ‘국가에 의한 보호’뿐 아니라 ‘국가에 대한 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는 그 수단으로 권력분립과 저항권을 강조하고 있다. 장 자크 루소(J. J. Rousseau)의 ‘사회계약론’도 인간의 자유와 평등 및 사회정의의 회복과 실현을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설명한다.

◇문 정권의 국가관

문 정부는 오히려 토머스 홉스(Thomas Hobbes)의 ‘복종계약설’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명령과 복종관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이든지 국가가 시키면 국민은 무조건 따라야 하고 어기면 처벌한다는 식으로 위협한다. 그런 경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심해진다. 그러나 홉스의 사상에서도 절대복종의 큰 전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절대적인 보호가 선행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전제를 지키지 않는 경우 홉스의 사상은 전제주의를 정당화하는 이론으로 악용될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 만행에 대한 군 통수권자의 대응을 보면 할 말을 잃는다. 국민 생명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는데도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을 생각은 않고 많은 시간을 엉뚱한 일에만 집중했다. 철저히 국민의 위임과 신임을 배반하고 나라가 왜 존재하는지 국민이 의문을 갖게 행동한 것이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게 ‘생명 존중의 의지에 경의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그 대북 통로는 왜 우리 국민 생명을 구하는 일에서는 먹통이 돼야 했는가, 이에 대해 대통령은 설명해야 한다. 처음부터 국민의 생명을 구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은 아닌가.

더욱 분노할 일은 군과 정부는 처음부터 희생된 우리 국민의 고귀한 생명을 애도하고 유족을 위로하기보다 ‘월북자’로 규정하려 했다는 점이다. 합리적 근거도 없이 그런 낙인을 찍어 ‘죽어도 상관없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공식 발표와도 상반되는 그런 주장을 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내야 한다. 북한의 서해 만행에 대해 대통령이 금과옥조로 떠받들어온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비상식적인 언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북에 유난히 약한 정권

대통령이 좋아하는 김정은과 북한을 향해 아무리 애정 어린 손짓과 미소를 보내도 돌아오는 대가는 욕설과 경멸이며, 개성의 우리 재산 폭파였다. 북한은 이젠 귀중한 우리 해수부 공무원을 무자비하게 총살하고 불태우는 엽기적인 일까지 아무렇지 않게 자행했다. 그러고는 ‘미안하다’는 말로 넘어가려 한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과 군은 김정은이 말했다는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이 형식적인 ‘미안하다’ 한마디를 과장된 ‘사과’의 의미로 재탄생시켜 만행을 수습하려 한다. 이것이 문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이고 ‘사람이 먼저’인 국정 운영인가. 이제 국민은 단호하게 ‘이건 아니다’를 외치며 결연한 최후통첩을 보내야 한다.

국가와 정부가 내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켜주지 못하고 북한 독재자의 선의에만 기대려고 한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국민의 위임과 신임을 과감하게 철회하고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국가를 ‘권력조직’으로 이해하는 막스 베버(Max Weber)의 통치사회학도 통치권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통치권은 결코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을 도외시하는 안보와 평화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서해에서 만행이 벌어지는 와중 행해진 유엔 연설에서 ‘평화공동체’를 외치고 이어진 국군의 날 행사에서 평화를 여섯 번이나 강조해도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김정은이 한 것으로 포장된 ‘미안하다’ 한마디에 안도하지 말고 책임자 처벌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단호하고도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또 앞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과 국가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과 김정은에게 일방적으로 비굴한 구애만 일삼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국민의 저항권 행사

명백한 제네바협정 위반으로 국제사회도 강력히 규탄하는 북한의 만행을 문 대통령만 허황한 유화책으로 다룬다면 대한민국 국격은 여지없이 추락하고 말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의 수호라는 가치의 실현을 국가와 정부의 존재 이유로 생각하는 서방 선진국들과 같은 대열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통치 패턴을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나라의 존립 근거는 사라지고, 주권자는 문 정부와의 ‘계약 파기’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머지않아 올 것이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 세줄 요약

자유민주주의 국가론 : 국가의 존재 이유는 주권자인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는 것. 국가는 국민의 위임과 신임을 바탕으로 이를 지킬 의무가 있음. 헌법상의 국가와 대통령의 책무도 그러함.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철학의 초석을 닦은 사회계약론의 정신임.

문 정권의 국가관 : 홉스의 ‘복종계약설’ 역시 국가에 대한 복종의 전제로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절대적인 보호를 들고 있음. 국민의 복종만 강조할 경우 홉스 사상은 전제주의 정당화 이론으로 악용됨. 지금 문 정권이 그런 방향으로 간다는 우려가 있음.

국가의 의무 태만과 저항권 : 문 대통령의 정부는 북 정권의 눈치만 보면서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지키지 못함. 이런 통치 패턴을 탈피해야 함. 그러지 않으면 주권자는 정부와의 ‘계약 파기’를 선언하고 통치권의 정당성을 철회하는 ‘저항권’을 발휘할 수밖에 없음.


■ 용어 설명

‘사회계약설’이란 천부적 권리를 갖는 인간이 자연상태에서는 자유와 권리가 확실하게 보장될 수 없으므로 계약을 맺어 국가를 구성하고 권리를 국가에 위임하게 됐다는 학설을 말함. 홉스, 로크, 루소 등이 주창함.

‘저항권’은 국가의 권력 행사가 국민의 천부적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할 경우 복종을 거부하거나 실력행사를 통해 국가에 저항할 수 있다는 국민의 권리. 근대적 의미의 저항권은 특히 로크의 사상을 배경으로 성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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