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의 인문학>“일상 복귀 아닌 ‘새로운 일상’ 필요”

  • 문화일보
  • 입력 2020-10-0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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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일러스트 = 백두리 작가


■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새로운 일상의 탄생

학자·작가 15인의 통찰
오늘부터 매주 시리즈 게재

이기호·신형철·강상중 등 연재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처음 발생한 지 10여 개월. 전 세계 확진자는 3500만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백신 개발 소식이 전해지지만, 여전히 그 출시와 보급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채, 코로나 이후를 예측하는 ‘포스트 코로나’ 담론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코로나’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국내도서만 240여 권이 나온다. 각종 학회와 매체들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예측 속 미래 풍경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 논의의 공통점은 명료하다. 코로나는 지금까지의 정치, 경제, 사회, 환경, 그리고 이를 지탱해온 가치와 철학, 개인의 일상까지 바꾸는 ‘문명적 현상’이라는 것. 따라서 인류는 결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으며,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 즉, 새로운 삶의 문법과 새로운 일상을 ‘고안’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돌아갈 수 없다’뿐만 아니라 ‘돌아가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도 내포한다. 코로나 발생과 확산 자체가 우리 삶의 방식, 정치, 경제, 보건 시스템의 취약성과 한계를 드러내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박쥐와 천산갑 등에서 시작된 바이러스 전파는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지 못했음을, 감염증의 급속한 전 지구적 확산은 인류가 신봉해온 과학, 도시생활, 세계화의 약점과 폐해를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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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건 인간을 넘어 자연 우주에 대한 성찰”

황정아 한림대 한림과학원 HK 교수는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서 “팬데믹은 이제까지의 삶의 방식이 야기한 결과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이 마지막일 리 없다는 인식은 이제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며 “돌아가는 일이 더 나빠지는 일과 동의어가 됐고, ‘일상의 회복’은 그 자체가 악화된 일상”이라고 지적했다. 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도 ‘철학과 현실’ 가을호에서 “인류는 바이러스 변이와 과학의 진보라는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며 “세계화와 도시화를 향해서만 나아갔던 인류 문명사의 방향을 역전시키지 않고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계속 출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외 학자들의 제언도 다르지 않다. 슬라보예 지젝은 “우리는 정말 필사적으로 새로운 대본이 필요하다”(책 ‘팬데믹 패닉’)고 강조했고, 유발 하라리는 “지금은 한참 전에 이뤄야 했던 개혁을 감행할 수 있는 시간, 불의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오늘부터의 세계’)이라며, 그 ‘대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일러준다. 그리하여 ‘변화’가 상수가 된 팬데믹 시대. 문명의 위기에 봉착한 인류에겐 피터 드러커의 경구가 절실하게 다가온다. “미래를 대비하는 최고의 방법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어떤 미래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창조될 미래의 기초는 무엇이냐는 질문 앞에서 개인은 비로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만난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철학과 현실’ 가을호에서 “우리가 코로나 위기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회와 정치가 변화한다면, 코로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사실 코로나 위기에 대한 우리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바꿔 말하면, 코로나 ‘재난’의 공범인 개인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것은 자신의 삶, 그것을 둘러싼 세계, 그리고 인간을 넘어 자연과 우주에 대한 성찰이라는 것. 이를 지젝은 ‘욕망을 새롭게 발명하는 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대대적인 전투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이에 문화일보는 한국도서관협회‘길 위의 인문학’과 함께 ‘팬데믹 시대의 인문학-새로운 일상의 탄생’ 시리즈를 기획했다.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기 위해. 팬데믹의 일상을, 인간의 삶을 그리고 그 이후의 세상을 ‘통찰’하기 위해. 지금, 여기의 풍경을 서늘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이기호의 짧은 소설 ‘그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얻어낸 것’을 시작으로,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內田樹), 이승우 소설가, 신형철 문학평론가, 홍석경 서울대 교수,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 등 국내외 학자와 작가 15인의 인문 에세이가 이어진다. 이 글들은 팬데믹을 사는 우리들의 사유 여정에 예리하면서도 사려 깊은 길잡이가 돼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견딜 의지와 상상력 그리고 미래를 바꿀 냉철한 판단력과 함께.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일상’이 탄생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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