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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인세의 골프역사… 그 위대한 순간들 게재 일자 : 2020년 10월 05일(月)
2004년 ‘흑진주’ 싱… 연장 접전끝 PGA챔피언십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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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제이 싱이 2004년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워너 메이커 트로피’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PGA오브아메리카 홈페이지

레너드·디마르코와 3개홀 혈투
첫 홀서 버디 잡으며 기선 제압
두개홀 파 지키며 트로피 안아
통산 3번째 ‘메이저대회’ 우승


2004년 8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이 미국 중부의 위스콘신주 콜러 휘슬링 스트레이트골프장에서 열렸다. 콜러는 당시만 해도 욕조와 세면기 등을 제조하는 유명한 콜러 사가 위치한 도시로 더 알려져 있었을 뿐이다. 시카고에서 200㎞ 남짓 거리인 콜러는 미시간 호수를 끼고 있고 차로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2시간 30분 정도면 닿는 곳이다. 콜러는 주민 2000명 정도의 소도시에 불과했다. 한국의 면 소재지만도 못한 작은 마을이지만 메이저대회 유치로 인해 명성은 여느 대도시 못지않았다.

대회 개막 당일 새벽부터 여름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해가 뜨기 전부터 후텁지근했다. 갤러리들이 속속 대회장으로 몰려들었다. 골프장 반경 2㎞를 아예 일반 차량 금지구역으로 정해놓고 통제를 했다. 이 같은 철통 경비는 당시 타이거 우즈가 등장한 이후, 갤러리가 폭증하면서 보다 엄격해졌다. 모든 외부 차량은 임시로 만들어 놓은 주차장에 놔두고 갤러리들은 셔틀버스를 타고 대회장으로 이동해야 했다.

골프장 개장 이래 최초로 PGA투어 메이저대회가 열리는 데다 위스콘신주에서도 무려 71년 만에 프로 대회가 열리는 관계로 주민들과 갤러리들의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대회가 열리는 스트레이트 코스는 골프장 설계가인 피트 다이가 스코틀랜드의 바닷가에 위치한 천혜의 골프장처럼 만들기 위해 미시간 호수를 따라 링크코스로 1998년 개장한 곳이다. 4개의 코스 중 스트레이트 코스는 나무가 없고 구릉 지대에 18홀에 벙커만 967개가 있을 정도다. 이미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의 전 대회 티켓은 매진됐다. 위스콘신주에서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자도 누가될지 귀추가 주목되면서 대회장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대회가 진행되면서 승자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피지의 ‘흑진주’ 비제이 싱과 미국의 저스틴 레너드, 그리고 크리스 디마르코의 3파전 양상으로 흘렀다. 1, 2라운드에서 선두권이던 싱과 레너드가 공동 선두를 달렸다.

3일째 경기에서도 싱이 12언더파, 레너드가 11언더파로 챔피언조가 만들어졌다. 디마르코는 7언더파로 마지막 경기를 시작했지만 마지막에 공동 선두에 합류한다.

▲  이인세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싱은 마지막 날 경기에서 4타를 잃었다. 경쟁자 레너드 역시, 3타를 잃어 싱과 함께 나란히 8언더파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싱과 레너드는 공동 선두였다. 디마르코는 앞 조에서 플레이하면서 1타를 줄여 8언더파를 만들어 3명이 연장전에서 우승을 가려야 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의 최경주도 6언더파 공동 6위로 경기를 마쳤다.

2004년 앞서 열렸던 마스터스와 US오픈, 브리티시오픈 때보다도 갤러리는 더 많았다. 가뜩이나 더운 날씨와 인파로 북적이며 대회장은 ‘3명의 연장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PGA챔피언십에서 연장전은 3개 홀 플레이오프였기에 더욱 흥미진진했다. 싱은 첫 홀이던 10번 홀(파4)에서 일찌감치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레너드와 디마르코를 앞섰다. 싱은 남은 2개 홀에서 파를 지켜냈고, 타수를 줄이지 못한 레너드와 디마르코를 물리치고 챔피언에 올랐다.

1993년 PGA투어에 합류한 싱은 이미 1998년 우승에 이어 자신의 두 번째 ‘워너 메이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고, 2000년 마스터스에 이어 통산 3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것이다. 무엇보다 싱은 PGA챔피언십에 나서기 직전까지 시즌 4승을 올렸고 그해 5번째 우승이었다. 싱은 이 우승 이후에도 4승을 더해 2004년에만 무려 9승을 차지했다.

싱은 대회장에서 가장 늦게까지 연습하는 지독한 연습벌레였다. PGA투어에서도 34승을 올려 통산 수입에서도 7100만 달러를 넘어서며 우즈와 필 미켈슨, 짐 퓨릭에 이어 4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싱은 팬들에겐 가장 인기 없는 세계랭킹 1위였다. 팬들에게 싱은 재미없는 ‘스윙머신’으로만 비쳤을 뿐이었다.

골프역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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